

인간 심판의 눈을 벗어나 인공지능(AI)이 선수의 동작과 각도를 판정하는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판정 논란과 채점 시비가 일어났던 체조 종목이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을 목표로 AI 시스템 도입을 본격 추진한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 매체 디 애슬레틱은 24일(한국시간) 와타나베 모리나리(67) 국제체조연맹(FIG) 회장의 발언을 인용해, 2028 LA 올림픽에 AI 기반 판정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한 심층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AI 심판의 핵심 기술은 일본 IT 기업 후지쓰가 개발한 '심판 지원 시스템(Judging Support System·JSS)'이다. 종목별 4대, 마루운동의 경우 8대의 특수 카메라를 배치해 선수의 회전과 관절 각도를 다각도에서 캡처하고, 3차원(3D) 모델로 시뮬레이션해 10~15초 만에 정확한 수치와 채점 데이터를 뽑아낸다. 현재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체조선수권대회에서도 사상 처음으로 남녀 10개 전 종목에 걸쳐 감독관들에게 이 시스템의 실시간 데이터가 제공됐다.
와타나베 회장이 AI 심판 도입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올림픽 무대마다 터져 나온 판정 시비 때문이다. 그는 2024 파리 올림픽 기계체조 여자 마루운동 동메달을 두고 몇 달간 이어진 번복·제소 사태와 2004 아테네 올림픽 남자 개인종합에서 발생한 명백한 채점 오류를 직접 언급했다. 와타나베 회장은 "이러한 논란들은 체조라는 스포츠 전체에 큰 상처를 남겼다"며 컴퓨터 기반의 정밀하고 일관된 판정이 분쟁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해결책이라고 역설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자 LA 올림픽 조정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그는 이미 2020 도쿄 올림픽과 2024 파리 올림픽에서도 도입을 시도한 바 있다. 2032년까지 올림픽 전반의 계측과 채점을 총괄하는 공식 타임키퍼 오메가와의 계약 관계 등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지만, 이번에는 LA 올림픽 정식 적용을 목표로 본격적인 협의에 나선다.
다만, 체조연맹의 공식 입장은 단호하다. JSS는 인간 심판을 돕는 '보조 도구'일 뿐, 점수를 단독으로 결정하는 권한은 여전히 인간 심판에게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와타나베 회장이 그리는 최종 목적지는 다르다. 그의 궁극적인 야망은 특수한 돌발 상황을 관리할 최소한의 인원만 남긴 채 인간 심판에 의존하지 않고 AI가 체조 점수를 직접 산정하는 완전 자동화다.
사람의 주관과 눈대중 대신 기계의 알고리즘에 판정을 맡길 경우 채점 과정이 한층 투명해져 팬들의 이해도 돕고 공정성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예술성과 표현력까지 점수화해야 하는 체조 종목의 특성상 기계에 '전권'을 넘기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인간 심판의 실수를 바로잡는 정밀한 '보조자'로 머물 것인가, 아니면 판정의 칼자루를 완전히 쥐는 '주심'으로 진화할 것인가. 체조계를 뒤흔들 혁명이 2028 LA 올림픽을 향해 성큼 다가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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