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야구의 긴장감 속에서도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김영웅(23)의 입담은 시원시원했다. 청백전에서 홈런을 포함해 맹타를 휘두르며 타격감을 바짝 끌어올린 그가 포스트시즌(PO)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유쾌하면서도 솔직한 속내를 전했다.
25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만난 김영웅에게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날 선발 출전 소식을 접한 순간이었다. 주전 3루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사실을 언제 알았냐는 질문에 김영웅은 "방금 알았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운동하고 들어와 단톡방에 라인업이 올라와 있길래 보고 알았다"는 설명이다. 같은 포지션의 내야수 전병우가 있었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한 눈치였다.
정규시즌 성적(타율 0.167)이 다소 주춤했던 탓에 선발에서 제외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모양새였지만, 각오는 늘 되어 있었다. 김영웅은 "감독님께서 믿고 내보내 주신 만큼 기대에 부응하려고 자기 전까지 이미지 트레이닝을 열심히 했다"며 "긴장되기보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전했다. 타격폼에 대해서는 "테이크백 동작이나 발을 디딜 때의 타이밍을 일부 수정했는데, 설명이 너무 길어질 것 같으니 패스하겠다"며 재치 있게 말을 아꼈다.
상대 팀 전력 분석 차원에서 준플레이오프 경기를 챙겨봤는지 묻자 뜻밖의 쿨한 답변이 돌아왔다. 김영웅은 "제 운동만 했다"고 밝혔다. 다른 팀의 흐름을 엿보기보다는 오직 자신의 훈련과 감각 유지에만 집중했다는 뜻으로 읽혔다.
동갑내기 라이벌이자 리그를 뜨겁게 달군 KIA 타이거즈 김도영과의 '거포 대결' 구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손사래를 쳤다. 김영웅은 "비교가 안 된다. 나중에 제가 더 잘하면 모를까, 지금 비교되는 것 자체가 너무 과분하고 기대감이 크신 것"이라며 "도영이를 의식할 레벨도 아니다. 그저 우리 팀이 이기는 데 내가 얼마나 기여하느냐만 생각한다"고 고개를 저었다.
지난 가을야구에서 맹활약했던 좋은 기억조차 깨끗이 지웠다. 그는 "예전에 잘했던 기억은 이미 다 잊었다.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어 현재에만 집중해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실책에 대한 부담감 역시 "소극적으로 플레이하면 실책이 더 나온다. 자신감 있게 과감히 맞서겠다"며 다부진 승부사 기질을 드러냈다.
현재 컨디션을 묻는 말에 "좋다. 하지만 입이 앞서면 안 되니 말은 아끼겠다"며 씩 웃은 김영웅. 단톡방 공지에 깜짝 놀라면서도 그라운드에 서면 오직 팀 승리만 바라보겠다는 그의 담대한 방망이가 이번 가을 또 한 번의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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