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아웃사이드히터(OH)가 많다고 자신하던 우리카드 우리WON 배구단이 4%의 기적을 뚫고 전체 3순위 행운을 잡았음에도 아웃사이드히터 2명만을 선택했다.
우리카드는 지난 28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2026~2027 한국배구연맹(KOVO) 남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전유석(21·중부대), 2라운드 전체 10순위로 박우영(21·한양대)을 지명했다. 두 선수 모두 아웃사이드 히터다.
애초 우리카드가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을 확률은 4%에 불과했다. 그러나 실제 추첨에서는 OK저축은행, 현대캐피탈에 이어 세 번째 지명권을 확보하는 행운을 누렸다. 박 감독은 드래프트 직후 "우리 순번에서 뽑을 수 있는 최선의 선수들을 뽑았다. 이번 시즌 아웃사이드 히터 자원을 많이 필요로 했다"며 "두 선수 모두 리시브가 되면서 공격력까지 갖췄다. 충분히 우리카드의 미래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선수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선택은 지난 비시즌부터 이어진 우리카드의 전력 재편과 맞닿아 있다. 우리카드는 지난 시즌 후 아시아쿼터 알리 하그파라스트(25·등록명 알리)가 그리스 리그로 떠나면서 고민에 빠졌다. 알리는 2025~2026시즌 34경기에서 544득점, 공격 성공률 52.41%를 기록하고 베스트7에 선정된 핵심 공격수였다.
그러나 우리카드는 알리의 공백을 반드시 또 다른 아웃사이드 히터로 채울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국가대표 미들블로커 이상현(27)의 군 입대까지 겹치자 아시아쿼터로 이란 국가대표 출신 마틴 아흐마디(25·등록명 마틴)를 영입해 중앙을 보강했다.
당시 박 감독은 "우리 팀에는 좋은 아웃사이드 히터가 많다. 서브가 강한 팀을 만나 리시브가 흔들리면 이시몬과 한성정을 쓰고, 높이가 필요하면 김지한과 김형근을 활용할 수 있다. 더 공격적으로 가고 싶으면 김지한, 한성정, 김동민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카드에는 김지한(27), 한성정(30), 이시몬(34), 김형근(24), 김동민(23) 등 다양한 장점을 갖춘 아웃사이드 히터들이 있다. 다양한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해 알리의 빈자리를 메우겠다는 구상이 나쁘지 않았다. 지난 20일 여수 KOVO컵 KB손해보험전에서는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 박 감독의 정식 사령탑 데뷔전에서 우리카드는 3-0 완승을 거뒀고, 선발로 나선 김형근이 14점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이후 과제도 드러났다. 김지한이 허리 통증으로 컵대회를 모두 결장한 상황에서 우리카드는 22일 한국전력전에서 먼저 두 세트를 따내고도 2-3으로 역전패했고, 24일 대한항공과 준결승에서는 0-3으로 무릎을 꿇었다. 특히 대한항공전에서는 하파엘 아라우조(35·등록명 아라우조)가 24점으로 분전했으나 김형근이 14점, 김동민이 7점에 그쳤다. 중앙 공격도 원활하지 않아 공격이 아라우조를 비롯한 날개 쪽으로 집중됐다.
대한항공은 다른 한쪽은 포기하고 아라우조에게 블로커 3명을 띄우는 과감한 선택을 하면서 블로킹에서 12-3으로 압도적으로 밀렸고, 범실도 상대보다 11개 많은 28개를 쏟아냈다. 물론 컵대회 패배의 원인을 아웃사이드 히터들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 세터와 미들블로커의 호흡, 조직력, 범실 관리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나타났다. 다만 외국인 주포에게 집중되는 공격 부담을 줄이려면 국내 날개 공격수들의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카드가 선택한 두 신인은 서로 다른 무기를 갖고 있다. 전유석은 200㎝의 장신임에도 리베로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이 있다. 작은 키 때문에 수비를 전문적으로 배우다가 고교 시절 급격하게 성장해 공격수로 전향했다. 대학에서는 2025년 KUSF 대학배구 U리그 공격상을 받았고, 올해 단양대회에서는 공격 성공률 58%, 리시브 효율 43%를 기록하며 수비상까지 차지했다.

박 감독은 "처음부터 전유석을 가장 먼저 생각했다"며 "리베로를 했기 때문에 리시브가 된다. 공격력은 프로에 와서 체력과 기술을 보완하고 좋은 세터들과 호흡을 맞춘다면 충분히 올라갈 수 있다. 신장까지 갖춘 선수라면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기대했다. 이강원(36) 우리카드 코치 역시 "리베로만큼 리시브를 해주면서 공격은 감독님의 지도를 받으면 정말 괜찮은 공격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박우영은 신장 188.7㎝로 전유석보다 11㎝ 이상 작지만 뛰어난 점프력과 체공력이 장점이다. 한양대에서 공수 양면의 활약을 인정받아 '제2의 곽승석'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2026년 단양대회에서는 공격 성공률 66%, 공격 효율 52%를 기록하며 수비상도 받았다.
박 감독은 "전유석이 우리 순번까지 남아 있지 않았다면 박우영을 뽑으려 했다. 신장에 비해 점프력이 상당히 좋고 리시브도 전담하면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충분히 날개 공격수로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강원 코치도 "박우영은 센스가 굉장히 좋고 점프도 뛰어나다. 움직임 자체가 좋은 선수"라며 "감독님도 그런 부분을 잘 보셨고 의견이 빠르게 일치했다"고 귀띔했다.
기존 선수들의 실력을 믿으면서도 젊은 선수들의 경쟁과 육성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박 감독의 구상이다. 지난 시즌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끌 당시에도 주전과 백업을 가리지 않는 선수 기용으로 침체된 우리카드를 봄배구 무대까지 올려놓았다. 박 감독은 지난 6월 스타뉴스와 만나 "우리 팀에 속했다는 것은 기회를 받는다는 뜻이다. 훈련이 곧 기회이고 훈련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 당연히 경기에 투입된다"며 "결국 잘하는 사람이 뛴다. 그게 우리 팀의 가장 큰 모토"라고 강조한 바 있다.
풍부한 기존 아웃사이드 히터진에 공수 겸장의 가능성을 지닌 신인 두 명이 가세했다. 박철우 감독의 새로운 경쟁 구도가 올 시즌 우리카드의 선수 운용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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