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잉글랜드 리버풀을 프리미어리그(EPL) 정상으로 이끌었지만 불과 1년 만에 경질된 아르네 슬롯(48) 감독이 뜻밖의 장소에서 포착됐다. 네덜란드 국가대표팀 감독직까지 거절했던 그가 아르헨티나의 축구 경기장에서 팬들과 함께 활짝 웃고 있었다.
영국 스포츠바이블은 6일(한국시간) "슬롯 감독이 4곳의 감독직 제안을 거절한 뒤 완벽한 축구 안식년을 보내고 있다"며 그의 깜짝 근황을 소개했다.
매체는 "슬롯 감독은 지난 6월 리버풀에서 경질됐지만, 감독직으로 돌아오는 대신 인생을 즐기고 있다"고 전했다.
슬롯 감독은 최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라 봄보네라 경기장에서 포착됐다. 지난 1일 열린 보카 주니어스와 리버 플레이트의 맞대결을 관전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것이다. 영국 TNT스포츠도 같은 소식을 전했다.
이날은 아르헨티나 축구 최대 라이벌전으로 꼽히는 '슈퍼클라시코'가 열리는 날이었다. 슬롯 감독은 열성적인 보카 주니어스 팬들과 함께 관중석에서 경기를 즐겼다.
스포츠바이블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축구의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의 이름이 새겨진 복고풍 유니폼까지 착용했다.
슬롯 감독의 모습은 현지 팬이 공개한 사진을 통해 알려졌다. 보카 주니어스 팬 후안 메르콜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슬롯 감독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세계 최고의 팬들이 있는 곳을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적었다.
공개된 사진 속 슬롯 감독은 보카 주니어스의 파란색과 노란색 유니폼을 입고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의 뒤로는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의 모습도 담겼다.
이날 보카 주니어스는 상대 선수 2명이 퇴장당한 가운데 리버 플레이트를 1-0으로 꺾었다.
슬롯 감독의 축구 여행은 아르헨티나에서 끝나지 않았다. 다음 목적지는 브라질이었다.
브라질 매체 란시는 지난 4일 슬롯 감독이 리우데자네이루의 마라카낭 경기장을 방문해 플라멩구와 그레미우의 브라질 세리에A 34라운드 경기를 관전했다고 보도했다.
슬롯 감독은 아들 요프와 함께 브라질을 찾았다. 란시에 따르면 그는 플라멩구 회장 루이스 에두아르두 바프티스타, 부회장 마르쿠스 모타와 나란히 VIP 관람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특별한 선물도 받았다. 플라멩구가 3-0으로 앞서던 하프타임에 구단으로부터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선물받았다. 현지 매체가 공개한 사진에는 플라멩구의 빨간색과 검은색 유니폼을 입은 슬롯 감독의 모습도 담겼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슬롯 감독이 여러 구단과 대표팀의 러브콜에도 현장 복귀를 서두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슬롯 감독은 지난 2024~2025시즌 위르겐 클롭 감독의 뒤를 이어 리버풀 지휘봉을 잡았다. 부임 첫 시즌부터 EPL 우승을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다음 시즌 리버풀이 리그 5위에 그치는 등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슬롯 감독은 지난 5월 경질됐다. 우승의 기쁨을 누린 지 불과 1년 만이었다.
리버풀과 계약 기간이 1년 남아 있던 슬롯 감독은 경질 이후 보상금으로 690만 파운드(약 125억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경질 이후에도 슬롯 감독을 향한 관심은 뜨거웠다. 스포츠바이블에 따르면 잉글랜드 풀럼이 슬롯 감독에게 접근했고, 이탈리아 AC밀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알아흘리도 영입에 관심을 보였다. 다만 슬롯 감독은 AC밀란과 알아흘리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네덜란드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맡을 기회도 있었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이후 로날드 쿠만 감독이 물러나면서 슬롯 감독이 후임 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슬롯 감독의 선택은 거절이었다. 네덜란드축구협회와 초기 논의를 진행한 뒤 대표팀 지휘봉을 잡지 않기로 결정했다.

슬롯 감독은 앞서 네덜란드 매체 부트발 인터내셔널을 통해 "지금 내 경력의 이 시점에서는 매일 훈련장에서 선수들과 함께하는 것을 선호한다. 대표팀에서는 같은 방식으로 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언젠가 국가대표팀 감독으로서 조국을 대표하는 것은 큰 영광일 것"이라면서도 "지금은 나에게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축구계를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다. 슬롯 감독은 현재 유럽축구연맹(UEFA) 기술 관찰위원으로 활동하며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분석하고, 지도 방식과 전술 등에 관한 기술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스포츠바이블은 "슬롯 감독은 현재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당분간 우리 모두가 꿈꿀 만한 축구 버킷리스트 여행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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