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소정아, 난 네가 샘나고 부럽다."
배우 손숙(73)이 지난 16일 세상을 떠난 절친 배우 고(故) 윤소정을 추모하며 눈물을 흘렸다.
손숙은 20일 오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진행된 고인의 영결식에서 조사를 낭독했다. 이날 손숙은 "친구를 보내기에 너무 아름다운 날"이라며 "조사라기보다 이별사라고 얘기해도 될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문을 열었다.
손숙은 "소정아. 친구야. 편안하게 화장을 하고 관속에 누워있는 너를 보면서 줄리엣인가 오필리어인가 생각하고 있었다. 우아한 은백색 관 뚜껑이 닫히고, 네 관이 유리 벽 저쪽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면서 이제 곧 막이 내리고 네가 무대 인사를 하러 나오겠다 생각했다. 그러면 나는 주저 없이 기립박수를 쳐야지 유리벽 저쪽을 하염없이 바라봤다"고 말했다.
손숙은 이어 "그러나 너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고 나는 '이게 현실이었구나' 실감하면서 주저 않았다. 너는 떠나면서까지 멋있게 질척거리지 않고 미련 두지 않고 너답게 윤소정답게 '뿅' 갔구나"라고 덧붙였다.
손숙은 또 "나는 솔직히 네가 샘나고 부럽다. 70년 살면서 끝까지 섹시하게, 시크하게, 당당하고 자신만만했다. 무대에선 늘 멋있고 섹시하고 빛나는 배우였다. 오 선생(오현경)한테는 다시 없는 좋은 아내였고, 아이들에겐 좋은 엄마였고, 친구에겐 든든한 동지, 후배들에겐 따뜻한 선배였다"고 회고했다.
이날 손숙은 생전 고인에 대해 "특별한 친구였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힘들고 외로울 때 언제나 내 편이 돼 주었고, 주저 없이 웃어줘서 날 행복하게 만들어줬다. 나는 애교 없고 표현이 서툴러서 '고맙다', '든든하다' 이런 표현 못 해보고 너를 보낸 못난 친구가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손숙은 친구 윤소정을 떠나 보내는 슬픔에 "당황스럽고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자동차 타고 가다 울고, 잠자 다 일어나서 방안을 서성거린다"고 덧붙였다.
이날 영결식에는 300여 명의 유족, 친지, 연극계 동료들이 자리를 메웠다. 또 손숙을 비롯해 명계남, 오달수, 양희경, 길해연, 신소율, 박윤희 등 생전 고인과 함께 인연을 맺은 배우들이 참석했다.
손숙은 "이제 너(윤소정)를 영원히 보내주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며 "보고 있니? 많은 동료 선후배들이 하던 연습 접고 일정 미뤄가면서 너 보내려고 이렇게 모였다. 진심으로 슬퍼하고 발동동 구르며 아파하는 후배들 보면서 부럽고 샘나서 '나 죽을때도 이럴거니' 심술도 부려본다. 너 참 잘 살다 가는거야 자랑스럽고 부럽고 살짝 샘 난다"고 말했다.
손숙은 이어 "소정아 네가 친구여서 고맙고 든든했다. 나도 이제 곧 너한테 가고 싶다. 하나님 손 꼭 잡고 기다리고 있어라. 그 쪽 동네서 다시 만나면 '정말 고마웠다', '내가 많이 좋아했다'고 말하겠다. 그 땐 영원히 헤어지지 말고 연극도 함께하고 낄낄거리고, 좋아하는 운동도 함께하자"고 전했다.
한편 생전 한국 연극계에 큰 족적을 남긴 고인의 장례는 대한민국연극인장으로 치러졌다. 앞서 고인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된 영결식은 박윤희의 약력 보고가 이어졌다. 추모사는 후배 길해연이 낭독했다.
1944년 영화감독 겸 배우 윤봉춘의 딸로 태어난 고 윤소정은 1961년 연극배우로 데뷔했고 1962년 TBS 1기 공채 탤런트 발탁된 이래 55년간 수많은 무대를 누볐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도 활발히 활동했지만 특히 '산불', '초분', '신의 아그네스', '어머니' 등 수많은 연극에서 활약하며 연극계 대모로 불렸다. 동아연극상, 이해랑 연극상, 서울공연예술제 연기상, 히서연극상 올해의 연극인상, 대한민국 연극대상 연기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편 소속사 뽀빠이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윤소정은 지난 16일 오후 7시 12분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향년 74세. 뽀빠이엔터테인먼트 측은 "고인은 사랑하는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과 이별을 고하시고 하늘로 올라가셨다"고 전했다.
앞서 서울성모병원에 마련됐던 고인의 빈소에는 이순재 백일섭 신구 박근형 주현 김성환 노주현 김용건 최주봉 윤여정 오연서 이광수 윤세아 송지효 손숙 이문수 조재현 김병옥 이호성 이호재 김승수 이대연 송옥숙 고두심 김을동 김뢰하 오달수 강신일 예지원 허정민 손종학 정보석 윤주상 정만식 문성근 명계남 박용우 김영욕 반효정 최윤영 이일화 최일화 정종준 박정자 길해연 윤석화 최종원 등 동료 배우들의 조문 발길이 이어졌다. 한솥밥을 먹었던 소속사 동료 배우들도 빈소에서 유족들을 위로했다.
고인의 유해는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 후 천안묘지공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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