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금토드라마 '오늘부터 인간입니다만' 현우석 역 배우 장동주 인터뷰

"죽이 되는 밥이 되든, 계속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예술가로서 자기만의 예술을 소중히 여기는 배우요."
배우 장동주가 개인사로 긴 터널을 지나며 얻은 깨달음에 대해 털어놨다.
스타뉴스는 최근 서울 관악구 모처에서 SBS 금토드라마 '오늘부터 인간입니다만'(이하 '오인간')에서 활약한 장동주와 만나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달 28일 종영한 '오인간'은 인간이 되기 싫은 MZ 구미호와 자기애 과잉 인간의 좌충우돌 망생구원 판타지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로, 장동주는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 축구 유망주 현우석 역을 맡아 은호 역의 김혜윤, 강시열 역의 로몬 등과 호흡을 맞췄다.
장동주는 한순간 선택으로 강시열과 운명이 뒤바뀐 현우석이 느끼는 감정의 낙차를 세밀한 감정 연기로 표현해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또한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 불행, 불운을 대하는 인물의 정서적 밀도를 설득력 있게 구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장동주는 종영 소감을 묻자 "시원섭섭하다. 배우라면 누구든 본인 연기에 만족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작품이 예정된 일정 안에서 차질 없이 방영을 잘 마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고, 해외 팬 분들도 많이 봐 주신 것 같아서 놀랍고 감사하다"고 답했다.
◆ '오인간' 현우석, 빌런으로 비춰져선 안 된다는 확신

정동주가 연기한 현우석은 극에 긴장감을 부여하는 캐릭터다. 장동주는 이 캐릭터에 대해 "우석이라는 인물이 흑화해서 빌런이 되고 다른 인물들을 방해하는 인물로 비춰져선 안 된다는 확신이 있었다. (현우석에게) 이기적인 면도 있지만 그럼에도 우석은 인간이 가진 본능,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살다보면 누구나 벼랑 끝에 몰릴 때가 있지 않나. 그럴 때 성인 군자처럼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가진 가장 나약한 모습, 실체를 드러낼 수밖에 없는 군상을 표현할 수 있는 상징적인 인물로 분석했다"고 인물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혜윤, 로몬과 첫 연기 호흡은 어땠을까. 장동주는 "후배이자 동생들인데 제가 많이 보고 배웠다. 인성은 말할 것도 없이 기본이다. 둘 다 정말 성품이 좋다. (김)혜윤이는 자기가 준비하고 연습한 대사를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다 읊더라. 역시 다작하는 이유가 있는 배우들이라고 생각했다"고 김혜윤과 로몬을 치켜세웠다.
장동주는 현우석의 요동치는 내면, 감정의 낙차를 보여주기 위해 인물의 심정을 이해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와 관련 그는 "가장 동물적인 본능에 따라서 움직이자고 생각했다"며 "실제 삶에서는 인간관계, 여러 상황들을 고려해야 하고 그 안에서 생기는 괴리감이 있지 않나. 일단 우석은 자기만 바라보는 아버지가 있는 인물이다. 바뀐 인생에서 많은 것을 누리다가 갑자기 모든 게 사라진다는 두려움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더 나아가 시한부의 삶까지 겪게 된다. '만약 나라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우석의 심정을 이해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또 "제가 서른세 살인데, 이 나이가 될 때까지 어린 시절부터 연기만 했다. 살아보니 별 일이 다 있더라. 그런 상황이 되면 사람이 끝까지 가버리더라"고 현우석의 내면을 이해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털어놨다.
장동주는 극 후반부 뒤바뀐 운명의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우석을 통해 극한에 몰린 인물의 감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극 중 현우석이 강시열과 운명을 바꾼 대가로 심장암 판정을 받고 시한부 6개월이라는 운명에 놓인 것.
이에 대해 장동주는 "우석의 감정선이 굉장히 부각되는 씬"이라며 "그 씬들의 시청률도 높아서 기뻤다. 시청자들의 반응을 다이렉트로 느낄 수 있지 않나"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이어 "사람이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르듯 우석도 (바꾼 운명의 대가가) 쓰니까 뱉으려 한 거다. 나약한 인간 군상의 상징적 인물이라는 걸 다시 느끼게 됐다. 배우로서는 그 포인트를 연기하는 게 관건이자 어려운 지점이긴 했다. 시청자들에게 우석이 미워 보이면 안 되기 때문에 '짠하다', '오죽했으면' 같은 기분이 들 수 있도록 연기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원 씬은 정말 오래 촬영했다. 감독님이 다른 사람들은 다 나가게 하시고 다시 대화를 나눠보고 다시 맞춰보며 촬영한 장면들"이라고 부연했다.
◆ 휴대전화 해킹 피해 고백, 극한 상황 속 밑바닥에서 마주한 희망

2012년 연극 '한여름밤의 꿈'으로 데뷔한 장동주는 그동안 드라마 '학교 2017' '복수가 돌아왔다' '미스터 기간제' '너의 밤이 되어줄게' '트리거', 영화 '정직한 후보' '카운트' '핸섬가이즈' 등에 출연하며 폭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그러던 중 최근 뜻밖의 소식을 알려 작품 외적으로 많은 관심을 모으기도.
장동주는 지난 1월 29일 자신의 SNS를 통해 휴대전화 해킹 피해 및 협박 피해를 입은 사실을 털어놨다. 당시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빌렸다"며 "급하게 생긴 빚 때문에 또 다른 빚이 생기며 수십 억을 날렸다"고 피해 상황을 고백했으며, 이후 채권자들에게 책임을 약속한 사실이 알려져 많은 응원을 받았다.
뜻하지 않은 일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낸 장동주에게 그만큼 '오인간'도 특별한 작품일 터다. 장동주는 "감독님께서 (현)우석이 비춰지는 작은 장면들, 서사에 중요한 장면들을 덜어내지 않고 (방송에) 실어주는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그는 "작품 외 다른 것들로 인해 관심을 받는다는 게,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작품으로, 현우석으로 빛나야 하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어 제작진 분들에게도 죄송하다. (드라마 방영 중 피해 사실을 고백한 이유는) 극한의 상황이었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여전히 타이밍에 관해 죄송한 마음이다. 진작 촬영을 마친 작품이지만 (채권자들은) 그걸 모르니 계속 독촉 전화가 오더라. 그래서 제가 처한 상황을 오픈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분들이 걱정해 주셨다. 지난해 말부터 현 시점에 이르기까지 모든 힘든 상황은 2025년도에 묻어두려고 한다. 살면서 느낄 수 있는 고통은 다 느꼈고 삶의 끝자락까지 갔다. 다 끝났다고 생각했고, 그때마다 가족과 지인들이 도움을 주셨고 저도 다시 일어서려고 했지만 자꾸 주저앉게 되더라. 그것의 무한 반복이었다"고 힘든 시기를 떠올렸다.
장동주는 "어릴 때부터 '내가 이렇게 운이 좋아도 되나?'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시련이 한 번쯤은 올 때도 됐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누구나 이런 시련을 겪고 이겨내야 단단해지고 성장하는 것 같다. 정말 많은 분들이 연락을 주셨는데, 제가 '더 잃을 게 없다. 나는 여기까지다'라고 할 때 그분들이 '거기가 끝이 아니다. 더 내려놓고 더 내려가야 한다. 그래야 네가 바닥을 차고 다시 올라올 수 있다'는 말씀들을 해주셨다. 그렇게 밑바닥까지 떨어져서 보니 희망이 있더라"고 이번 일을 통해 깨달은 바를 털어놨다.
또 "다 내려놓은 연말 연초를 보냈다"며 "모든 건 지나갈 일이고 하나씩 해결하며 초심으로 돌아가려 한다. 가족들도 '네가 무일푼으로 경주에서 상경해 10년 동안 이루지 않았냐. 그때로 돌아가면 된다'고 응원을 많이 해주셨다. 혼자서 두손두발 다 들었던 시간을 지나 다 오픈하고 고충을 나누며 해결해 가고 있다"고 현재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배우로서, 한 명의 인간으로서 터널처럼 긴 시간을 보낸 장동주는 이 모든 상황을 전화위복 삼아 나아가려 한다. 자신의 지난 배우 생활에 대해 "실수투성이"라고 겸손하게 자평한 장동주가 이번 일을 계기로 깨달은 것 역시 '겸손함'이다.
장동주는 "개인적인 일들을 겪으면서 겸손함에 대해 많이 배웠다"며 "그동안 큰 시련이나 문제 없이 잘 지냈지만 돌이켜보면 실수투성이 같았다. 처세나 자세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그동안 스스로를 믿고 맨땅에 헤딩하듯 살았다면 이제는 좀 더 배우는 자세로 임하려 한다"고 의지를 다졌다.
삶을 바라보는 시야도 넓어졌다. 장동주는 "연기나 작품에 대한 생각도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이제는 어떤 작품을 할 때 '내 삶이 나아질 수 있는가'에 초점을 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연기하겠다는 신념

장동주는 '오인간' 촬영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일화로 극 중 사인방이 모두 모이는 옥상 씬을 꼽았다. 그는 "그 씬이 제 첫 콜이었는데 하필 앞선 촬영으로 몸이 다 언 상태였고, 또 대사가 많았다. 바람이 막 부니까 입이 얼어서 대사가 안 나오는 거다. 저 때문에 그날 촬영이 2시간 딜레이가 됐다. 저로 인해 모두가 힘들어지는 것 같아 힘들었다. 연습할 때는 분명 문제가 없었는데 사람이 너무 추우니까 그게 안 되더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촬영 마치고 마음이 너무 안 좋아서 감독님께 처음으로 장문의 메시지를 남겼는데 따로 답장은 없으셨다"며 "다음 제 촬영날 정말 열심히 연습해서 갔는데, 촬영 마치고 (감독님이) 저를 조용히 부르시더니 '나는 동주 배우가 어떤 핑계 없이 죄송하다고, 성실하게 준비하겠다고 말한 용기에 큰 감동을 받았다. 눈치 보지 말고 앞으로도 이렇게만 해오면 될 것 같다. 누가 완벽할 수 있겠냐'고 해주시더라. 그 말씀을 듣고 차에 돌아와서 혼자 울었다"고 털어놨다.
장동주는 김정권 PD에 대해 "'나중에 저런 어른이 돼야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참어른으로 느껴졌다"고 존경심을 표했다.
데뷔 후 착실하게 필모그래피를 쌓아오고 있는 장동주. 그는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을까.
장동주는 "처음 연기를 배울 때 '잘하는 놈이 살아남거나 잘하는 게 아니라 끝까지 버티는 놈이 잘하는 거다'라는 이야길 많이 들었다. 저는 죽이 되는 밥이 되든, 계속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배우라는 직업을 넘어서서 예술가로서 자기만의 예술을 소중히 여기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또 "제 경험과 체감은 실수투성이다. 연기적인 측면에서도, 배우라는 직업의 일반적 관점에서도 별로 부합하지 못한 것 같다"며 "20대 때는 집과 촬영장만 오갔다. 다른 기억은 없을 정도다. 그땐 주어진 작품을 소화하는 것만으로 벅찼고 추억도 별로 없다.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까 싶지만, 좀 더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멘털을 회복하는 데 힘을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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