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딛고 '브레이킹 배드' 월터 주니어로 열연…故 RJ 미트, 동료들 "다정한 청년" 추모 물결


"보고 싶을 거야, 아들."
미국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에서 월터 화이트의 아들 '월터 주니어'를 연기한 배우 RJ 미트가 지난 12일(현지시간) 3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소식이 알려지자 드라마에서 그의 아버지였던 '월터' 역의 브라이언 크랜스턴을 비롯한 동료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크랜스턴은 "이 글을 쓰는 오늘 밤 깊은 절망에 빠져 있다. '브레이킹 배드'의 내 사랑스러운 아들 RJ 미트가 세상을 떠났다"며 비통한 심경을 전했다. 이어 "그는 뇌성마비를 안고 태어났지만 단 한 번도, 결코 그것을 무언가의 핑계로 삼지 않았다"며 "그 모든 가능성과 잠재력을 잃게 되다니 너무나 큰 상실"이라고 애도했다.
이어 "나는 그를 사랑했고, 시리즈를 함께한 모든 시간이 즐거웠다"며 "보고 싶을 거야, 아들"이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극 중 이모부 행크 역을 맡았던 딘 노리스는 "정말 다정한 청년이었다. 무척 그리울 것"이라고 했다. 제시 핑크먼 역의 애런 폴은 "RJ, 사랑해 친구. 그리울 거야"라며 "이 글을 읽는 누구든, 당신은 사랑받고 있고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아주길 바란다. 늘 기억해 달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미트는 세 살 때 뇌성마비 진단을 받았다. 어린 시절에는 목발과 다리 보조기가 필요했지만, 꾸준히 근력을 키워 스스로 걸을 수 있게 됐다. 2008년 '브레이킹 배드'에서 같은 뇌성마비를 가진 월터 주니어 역에 캐스팅된 그는 오히려 자신의 장애를 연기에 더 깊이 녹여냈다.
실제보다 증상이 심한 캐릭터를 위해 다시 목발을 짚는 법을 익히고 발음을 일부러 흐리게 연습했다. 그는 "진짜 장애가 있는 내가 그냥 흉내 내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미트는 2013년 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다섯 시즌 동안 월터 주니어로 살았다. '브레이킹 배드'는 에미상 16개를 거머쥐며 드라마 역사에 최고의 작품중 하나로 손꼽히는 걸작이 됐다.
이후 그는 '스위치드 앳 버스', '트라이엄프' 등에 출연했고 모델과 독립영화 제작자로도 활동했다. 그의 마지막 영화 '카시'는 불과 한 달 전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다.
카메라 밖에서는 장애인 인권 운동가로 살았다. 미국 배우조합(SAG)에서 장애인 배우들을 대변하는 대변인으로 활동했고, 미국뇌성마비협회 홍보대사, 자신의 이름을 딴 미트 재단 대표를 맡았다. 어린 시절 괴롭힘을 겪었던 그는 "밀쳐지고 놀림을 받았지만 절대 물러서지 않았고, 누구도 나를 깎아내리게 두지 않았다"며 아동병원 슈라이너스와 함께 학교 폭력 근절 캠페인에도 앞장섰다.
팬들은 그가 지난해 한 팟캐스트에서 했던 말을 다시 꺼내며 그를 기리고 있다. 미트는 극 중 7년 동안 짚었던 목발에 대해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서 기증해 달라고 했지만 거절했다"며 "큰돈을 주겠다는 제안도 있었지만 그냥 내 곁에 두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 소장품들을 가족에게 남겨 "작은 박물관"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어린 시절 그가 의지했던 것과 같은 목발이자, 배우 인생을 열어준 목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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