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태 "인기 연연않고 내가 좋아하는 영화만 할것"

ⓒ임성균 기자 tjdrbs23@

13일 오전 부산 해운대 메가박스에서는 영화 '가을로'(감독 김대승 제작 영화세상)의 주연배우와 감독이 일반 관객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이날 자리에는 유지태 김지수 엄지원을 비롯, 김대승 감독이 참석해 관객들과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나눠 눈길을 끌었다.


일반 기자회견과 달리 관객들의 환호를 받으며 등장한 배우와 감독은 '가을로'가 지난12일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뒤 과음을 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놔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많은 사람들에게 지우고만 싶은 상처로 기억되는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을 영화 소재로 택한 이유는?

▶김대승 감독= 최초의 시도는 기획자와 시나리오 작가가 하고 있었다. 그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나의 전작 '번지점프를 하다'를 통해 이야기를 발전시키게 됐다. 물론 이번 소재는 어렵다. 하지만 꼭 내 손으로 연출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 '가을로'를 통해 아픔을 끄집어 낸 것은 단순히 아픔만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이를 통해 아직도 이 기억이 치유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누군가가 그들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올드보이' '야수' 등 캐릭터가 센 연기를 했다. 오랜만에 감성적 연기를 한 소감은?

▶유지태 = 어제 술을 많이 마셔서 지금 깨고 있습니다.(웃음) 이영애와 함께 '봄날은 간다' 찍었을 때까지만 해도 배우로서 입지를 굳히자는 생각으로 작품을 선택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다양한 영화, 특히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위주로 출연한다. 인기나 돈에 연연해 하지 않으면서 작품에 몰두하고 싶다. 이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거다. 물론 내 연기에 혹평과 호평이 엇갈리지만 여러 장르에 도전하면서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

이번 '가을로'를 하면서 슬픈 감성 연기를 오랜만에 해보니 너무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촬영하면서 오히려 작업하는 것이 아니라 쉰다는 느낌으로 임했다.(잠시 김대승 감독의 눈치를 살핌)

-영화 앞부분에서 캐릭터에 대한 몰입이 부족해 보인다.

▶유지태=내가 출연한 작품을 보면 좋은 점 보다는 부족한 점을 많이 보게 된다. '가을로'에서 내가 연기하는 현우라는 캐릭터는 10년의 갭이 공존한다. 삼풍백화점 사고를 겪기 전 현우와 겪고 난 뒤의 현우. 지금 봐도 알겠지만 나는 진지한 성격이다. 청년의 현우는 성숙하지 않은 외향적인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이 밝은 연기를 하는데 조금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최대한 노력했다.(웃음)

-여주인공 서로가 상대방의 캐릭터에 욕심은 없나?

▶엄지원=나는 항상 없어보이는 역만 했다.(관객 폭소) 부잣집 딸 같은 역은 한번도 못해봤고 강하고 센 역도 못해봤다. 욕심이 있다면 그런 역도 해보고 싶다. 영화속 김지수가 연기한 민주 역은 '가을로'의 전체 이미지를 나타내 준다. 부드럽고 우아한 느낌. 내가 연기한 세진은 비록 사고를 당했지만 맑은 느낌의 그런 캐릭터다. 민주 역도 좋지만 나는 내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많았다. 만족한다. 남의 떡을 탐내면 안된다.

▶김지수=민주는 내가 닮고 싶은 캐릭터다. 많은 역을 했지만 닮고 싶은 캐릭터는 없었다. 단지 연민이가는 캐릭터는 있었다. '여자 정혜'에서 정혜 역이 바로 그랬다. 정혜처럼 살라고 하면 나는 도저히 못 산다. 민주는 내가 닮고 싶다. 밝고 긍정적이고 작은 것에 대해 소중함을 안다. 이는 영화를 보고 나니 더 느끼게 되더라.

-연기하면서 영화를 제작한다. 욕심이 많아 보인다.

▶유지태=영화 연출도 하고 학교 다니면서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내가 욕심이 많은 사람이구나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욕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 욕망도 없고. 아니면 말고 식이다. 단지 내게는 영화라는 꿈이 있다. 그걸 오래도록 하고 싶은 생각 밖에는 없다.

왼쪽부터 유지태 김지수 엄지원 ⓒ임성균 기자 tjdrbs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