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올인' 사극, 올해엔 '개성 찾기'

이규창 기자 / 입력 : 2007.01.24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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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사극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긴 시간 시청자들은 KBS 1TV에서 주말 저녁시간대 방송되는 소위 '정통 사극'을 시청해오다, MBC에서 한국형 전문직 드라마의 틀을 잡아준 '상도' '허준' 대장금' 등 색다른 스타일의 사극을 접하기 시작했다.

이어 후발 주자인 SBS마저 '서동요' '연개소문' 등 사극을 잇따라 내놓으며 2006년은 그야말로 사극의 성찬이 됐다. 일주일에 나흘 동안 3편의 사극을 실컷 볼 수 있게 됐으니, 사극 팬들에게는 반가운 일. 그러나 그 다양성 면에서는 충분히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 새로운 소재 찾다 '고구려'에 몰려.. 시청률 '대박'

2006년 사극의 트렌드를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고구려 올인'이다. MBC와 KBS가 긴 시간 사극으로 재탕해왔던 조선왕조실록을 벗어나려는 시도는 마침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자존심을 회복하고 싶은 국민들의 욕구와 맞물려 고구려라는 정복 국가를 재조명하게 만들었다.

SBS '서동요'는 이병훈PD가 조선시대를 벗어나서 처음 만든 과학 소재의 사극으로, 백제 시대의 수준높은 과학기술을 다루겠다는 의도가 다소 퇴색되기는 했지만, SBS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대하 사극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이어 MBC가 최근 시청률 50%까지 잠식한 '괴물' 대하 사극 '주몽'을 선보였고, SBS와 KBS가 각각 '연개소문' '대조영'을 선보이며 방송 3사가 동시에 고구려 시대를 다룬 역사 드라마를 방송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주몽'의 인기와 '연개소문'에 방송 전부터 모아졌던 관심 등 2006년 지상파 3사의 '고구려 올인'은 시청률 면에서도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뒀다. 또한 월화수목금토일, 항시 멜로 드라마가 방송중이어도 또 '멜로'가 먹히듯, 사극 또한 항시 방송을 해도 계속 봐줄 고정 시청층이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도 됐다.

이같은 자신감을 토대로 지상파 3사는 2007년 시청자들의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킬 개성 넘치는 사극을 준비중이다. 고구려에 '올인'했던 방송 3사가 제각기 개성을 찾아 뿔뿔이 흩어지고 있는 것. 그러나 줄잡아 방송사마다 2편 이상의 대작이 선보이는 등 올해도 '사극 성찬'은 계속될 전망이다.

△ 고정팬 확보 자신감.. 지상파 3사 '개성'으로 승부

정통 사극의 본가인 KBS는 고구려 외도를 잠시 접고 조선시대로 회귀한다. 오히려 국민들에게 가장 익숙하다 못해 흔해 보이기까지 하는 세종대왕을 새롭게 조명한다는 시도다. '불멸의 이순신' '황진이' 등 인기 사극을 집필한 윤선주 작가 극본을 맡아, 정치보다 문화와 과학 등에 집중할 전망이다.

고구려 사극 '주몽'으로 톡톡히 재미를 본 MBC는 광개토태왕의 일대기를 다룬 판타지 역사 드라마 '태왕사신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배용준 문소리 등이 주연하는 이 드라마는 신화를 화면으로 그대로 구현하고 특수촬영 기법을 동원해 역사와는 별개의 판타지로 그려진다.

또한 주말 저녁을 차지한 KBS에 맞서 '월화=사극' 공식을 성립하기 위해 '태왕사신기'의 후속으로 '이산-정조대왕'을 선보인다. MBC 사극의 틀을 구축한 이병훈PD가 친정으로 복귀해 조선시대 과학기술의 꽃을 피운 정조 시대를 다룬다.

반면 SBS는 새로운 시대와 장르 개척에 나선다. 한번도 사극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한민족의 시조 단군을 조명하는 100부작 대하드라마 '단군'을 연말께 선보인다. 유명 만화 작가인 야설록이 극본을 맡아 새로운 스타일의 사극을 만들 전망이다.

또한 20%대 고정 시청자층을 확보한 '연개소문'의 후속으로 선보이는 '왕과 나'는 과거 강수연 주연으로 시청률 50%를 돌파했던 '여인천하'의 김재형PD와 유동윤 작가가 다시 손을 잡았다. 환관 김처선의 일대기를 다룬 이 드라마는 언뜻 '왕의 남자'를 떠올리게 할 만큼 색다른 소재를 다룬다.

기존의 영웅 중심 드라마와 달리 권력의 이면에 가려져있던 환관을 주인공으로 연산군과 폐비 윤씨의 이야기 등을 색다른 시각으로 조명한다는 계획이다. 사극의 틀 안에서 '휴먼 드라마'를 선보인다는 것이 제작진의 연출 의도다.

한편 이 외에도 기생 이야기를 다룬 '해어화'와 신라와 통일되기 이전의 가야 문화를 다룬 '가야'를 비롯해 '태백산맥' 등 현대사를 다룬 작품들도 기획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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