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전지현'은 재미없다, 난 '고준희'다

김현록 기자 / 입력 : 2008.05.0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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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준희. ⓒ임성균 기자=tjdrbs23@


덜컥, 그녀가 이름을 바꾸고 나타났다. 몇년간 본명으로 활동하긴 했지만 너무 흔한 자신의 이름이 헷갈리는 분도 많고, 이름을 딱히 아는 분이 많지 않다는 이유다.

과연 그럴까? 그녀의 이름은 몰라도 그녀의 깨끗한 얼굴과 늘씬한 몸매를 기억하는 이는 많을 터. 그녀는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와 '사랑에 미치다'에서 똑 부러지는 신세대 아가씨의 모습을 보여줬고, 전지현과 함께 한 CF에서는 긴 머리를 자르라고 속삭이며 여자의 질투를 상징적으로 그려냈다.


그녀의 본명이자 옛 이름은 김은주. 이제부터 쓰게 될 새로운 예명은 바로 고준희다.

"원래 처음 활동할 때부터 이름을 바꿀까 하다가 그냥저냥 가다보니 그냥 본명으로 활동을 했었거든요. 몇개를 두고 고민을 많이 하다가 첫 영화를 하면서 그 기회로 이름을 고준희로 바꾸기로 했어요.

우연하게도 '여우야 뭐하니' 때 캐릭터 이름이랑 똑같아요. 캐릭터 이름을 따왔다고 오해하는 분도 있는데 진짜 우연의 일치에요. '패션 70'때 김민정씨 이름도 고준희였는데요 뭘. 그러고보면 은주란 이름도 드라마에 얼마나 많이 나온다구요."


고준희란 이름으로 출연하는 첫 작품이자 그녀의 첫 영화인 '걸 스카우트'(감독 김상만·제작 보경사)에서 그녀는 곗돈을 들고 달아난 동네 아주머니를 쫓는 언니부대의 막내 은지 역을 맡았다. 골프선수를 하려다 일이 안 풀려 캐디가 된 잔머리 최강의 아가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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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준희. ⓒ임성균 기자=tjdrbs23@


"그동안 모델, 스튜어디스 역할을 하면서 늘 화려하고 반듯한 모습만 그렸는데, 이번에는 아예 예쁘게 나오는 걸 포기했어요. 메이크업도 안하고 헝클어진 모습으로. 까불거리다 심지어 두들겨 맞기까지 해요. 심지어 감독님은 '은주야 자지 마라, 얼굴 붓게 나온다' 그러시는데도 '은주는 그래도 괜찮아요' 그러면서 그냥 다 찍었어요."

아무리 그래도 늘씬한 몸매가 어디 가나. 감독은 고준희에게 핫팬츠에 민소매 차림을 요구했고, 평상시에도 이런 옷을 안입는다며 버티던 그녀는 결국 영화 내내 짧은 옷으로 몸매를 과시했다.

"저는 제가 '청순' 과인줄 알았어요. 그런데 어쩌다보니 '섹시' 하면 저고, 또 '도도' 하면 저인거 있죠. 제가 마치 굉장히 몸매가 좋은 것처럼, 늘 몸매로만 나오니까 부담돼요. 속상한 건 이번 영화에서는 그렇게 핫팬츠만 입는데 모니터를 보니 또 야하지도 않은 거 있죠."

사실 고준희는 '제 2의 전지현'이란 별명이 늘 따라다닌 배우다. 깨끗한 피부, 길고 까만 생머리, 쭉 뻗은 몸매가 전지현을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데뷔 시절도 지금도 그녀는 '제 2의 전지현'이란 별명에 고개를 흔든다.

"제가 데뷔할 때도 '제 2의 전지현'이 제일 많았어요. 장희진 언니도 있고 박한별 언니도 있고, 사실상 따지자면 저는 '제 5의 전지현'이나 '제 7의 전지현'을 해야 맞아요. 하지만 이젠 그런거 재미없지 않나요? 예쁘고 매력있는 분을 닮았다면 기분이야 좋지만, 그렇게 가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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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준희. ⓒ임성균 기자=tjdrbs23@


그러던 차에 같은 소속사 선배인 전지현과 샴푸 광고까지 찍었으니 마음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고준희는 CF를 누가 마다하겠느냐면서도 전지현과의 촬영이 조금 마음에 걸렸다고 털어놨다.

"따로 있으면 모를까 둘이 같이 나오면 분명히 비교 대상이 될 거라고, 혼자서 신경이 쓰였죠. 게다가 컨셉트가 질투였잖아요. 하지만 혼자 느낀 자격지심이었어요.

배울 게 너무 많은 선배였구요, 촬영도 너무 좋았어요. 저한테 활동하면서 느낀 이런 저런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는데, 외모도 훌륭하지만 어린 나이에 해외를 오가며 활동하면서 또래는 느낄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느끼고 계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준희는 "제가 선배 여배우 복이 있긴 하다"고 슬며시 웃음을 지었다. 실제로 '여우야 뭐하니'에서는 고현정과 호흡을 맞췄고, '사랑에 미치다'에서는 이미연이 주인공이었다. 이번 '걸 스카우트'에서는 김선아, 나문희, 이경실 등 쟁쟁한 선배들이 셋이나 있다.

"기본이 띠동갑은 되는 진짜 선배들이지만 그 공통점은 촬영을 하면서 그런 대선배라는 느낌을 못 받았다는 거예요. 너무 잘 대해주셨고, 촬영에도 열정적이시고. 정말 동네 언니나 이모같은 느낌이었어요. 특히 '걸 스카우트' 촬영에서는 어찌나 먹을 걸 잘 챙겨주시는지.

제가 선배들이랑 있어도 기에 눌리지 않아서 캐스팅을 하셨다고들 하는데, 사실 그런 거 없어요. 선배들이랑 기싸움을 하면 안되는 것 같아요. 이기려는 생각 자체가 웃기죠. 선배가 이만큼 하시니까 나는 요만큼만 하자, 잘 배우자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요."

그래서 고준희는 바쁘다. 연기 하랴 틈틈이 선배의 모습을 보면서 머리 속에 담아 두랴 혼자 촬영장에서 동동거린다. 촬영이 끝나도 바쁜 생활은 이어진다. 운동하고 공부하고, 새롭게 자신을 다잡아가는 중이다.

여자 나이 스물 넷. 또래 친구들이 대학을 슬슬 졸업하고 취업을 고민하고 세상에 나아갈 때 그녀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혼자만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 고준희로 시작한 새로운 삶, 그녀는 조심스럽게, 그러나 당당하게 이미 첫 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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