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여행라라라', 부조화가 낳은 신선한 음악소통

[강태규의 카페in가요]

강태규 / 입력 : 2008.12.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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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음악 프로그램은 전통적으로 진보적이었다. '진보적'이라는 의미는 정치적 성향을 두고 하는 말이 결코 아니다. 가요를 대중에게 어떻게 소통시킬 것인가에 관하여 다양하고 실험적인 무대를 지속적으로 구현해 오고 있다는 의미다.

만 13년 동안 581회를 방영하면서 가요뿐만 아니라 세계의 음악을 관통하며 음악 마니아들에게 사랑 받았던 '수요예술무대'나 '김동률의 포유'는 음악팬들에게 '오직 음악 중심'이라는 각인을 새긴 음악프로그램이었다.


또 '쇼 음악 중심'의 전신이었던 '생방송 음악캠프'는 카우치 성기 노출 사건으로 프로그램 간판의 옷을 갈아입고 말았으나, 방송 출연 기회를 좀처럼 잡기 힘든 마이너리그의 실력있는 밴드를 발굴하고 대중에게 소개하고자 했던 취지의 의미는 가요계 안팎으로 시사하는 바가 컸다.

그런 음악적 토양을 탄탄히 했던 MBC가 지난달 26일 '음악여행 라라라'(이하 라라라)를 선보였다. 생경스러움과 동시에 낯익은 것들의 교차는 또다른 신선함을 연출했다. 실력파 뮤지션으로 음악 마니아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지만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승열과 특이하게도 4명의 MC 신정환, 김구라, 김국진, 윤종신의 어울림은 '수요예술무대'와 '라디오스타'를 동시에 떠올리게 한다.

특히, 이승열을 첫 회 방송의 뮤지션으로 불러들인 것도 향후 '라라라'가 음악적 진정성을 추구하고 또, 배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현으로 풀이된다. 녹화 공간 역시 녹음 스튜디오라는 것도 그간 볼 수 없었던 묘미다. 일산 드림센터 내 녹음실에서의 녹화는 뮤지션들에게도 최적의 음악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배려와 경제적 공간을 동시에 확보한 셈이다.


방송 후, 짓궂은 MC들의 조합이 부조화라는 일부 팬들의 지적이 있었지만, 정형화된 음악 프로그램에서 던지는 질문과 되풀이되는 모범답안이 식상하게 느껴지는 지난날의 답습을 타파했다는 점에서 긍정의 힘을 발휘 할 수 있다. 직설적인 질문과 곤혹스러운 답이 오히려 뮤지션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는 점은 이 프로그램이 가지는 무기일 것이다.

절판된 이승열의 음반이 고가에 거래된다는 말에 '혹시 음반 물량을 빼고 가격을 올린 게 아니냐?'(신정환) 뮤지션 이승열의 출생연도를 묻다가 '재수했군요?'(김구라) 음악이 다소 어렵던데?(김국진)의 우회적이지 않고 직설적 질문에 대한 이승열의 진솔한 답변은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이날 이승열은 자신의 밴드로 사운드를 유감없이 연출함으로써 고품격 음악 프로그램이라는 제작진의 기획의도를 구현했다. 2003년 말 1집 음반 수록곡 'Secret', U&ME BLUE 음반에 수록된 '흘러가는 시간 잊혀지는 기억들'에 이어 원더걸스의 '노바디'를 이승열표 음악으로 재편곡한 사운드는 시청자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라라라'는 지난 3일 밤 11집음반으로 돌아온 윤종신을 두번째 뮤지션으로 초대해 음악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필자는 그간 여러 매체를 통해 음악 관련 미디어 관계자들이 음악적 다양성의 부재와 그것에 대한 치열한 실천이 없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그 폐해는 오늘 특정 장르의 특정 가수들만이 주목받는 가운데 편향된 가요 일색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시청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제작진의 고충 속에서도 기발한 상상력을 프로그램으로 안착시킨 '라라라'에 대한 대중의 평가는 두고볼 일이지만, 적어도 새로운 음악프로그램 제작 방향은 음악적 진정성을 추구하는 우리시대의 뮤지션들이 온전히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강태규 / 대중문화평론가. 문화전문계간지'쿨투라'편집위원. www.writerk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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