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린의 '숏버스', 그렇게 위험한 영화 아냐

[형석-성철의 에로&마초]

김형석 / 입력 : 2009.03.2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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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버스>(사진)가 개봉되었다. 만든 지 3년 만이다. <헤드윅>(2000)으로 한국에도 꽤 많은 마니아를 거느린 존 카메론 미첼 감독은 이 영화에서 소피아라는 캐릭터를 통해, 섹스와 소통에 대해 이야기한다.

‘파격적 성 묘사’로 관심을 끌었고, 개봉 전 영화제나 특별전 형식으로 상영될 때마다 매진을 기록했던 이 영화는 1년에 걸친 법적 공방 끝에 ‘합법적으로’ 관객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숏버스>는 그렇게 위험한 영화가 아니다. 정치적으로는 두 말 할 것도 없고, ‘성적으로’ 보더라도 이 영화의 섹스 묘사는 흥분을 목적으로 하는 포르노그래피와 거리를 둔다. <숏버스>의 섹스는 슬프다. 그들은 진정한 오르가슴을 원하지만 언제나 가슴 속에 공허한 그 무엇이 남는다.


특히 소피아(이숙린)는 이 영화에서 가장 아이러니컬한 인물이다. 그녀의 직업은 ‘섹스 치료사’이지만, 정작 자신은 단 한 번도 오르가슴을 느낀 적이 없다. 영화 초반, 그녀가 남편과 나누는 섹스 신의 강도는 고난도 곡예를 연상시킬 정도로 대단하지만, 남편의 페니스가 그녀의 내면까지 채워주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그녀가 선택하는 수단은 마스터베이션이다. 이것은 남편도 마찬가지다. 그녀가 방에서 바이브레이터로 즐기고 있을 때 남편은 옆방에서 포르노를 보며 열심히 손을 움직인다. 하지만 그들은 충족되지 못한다. 작은 바이브레이터를 그녀의 그곳에 넣고, 남편이 리모컨 작동으로 불시에 자극을 주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관계는 호전되지 않는다.

<숏버스>는 한 여성이 진정한 성적 만족을 위해 떠도는 오딧세이다. 그녀는 상담 상대였던 어느 게이 커플을 따라 ‘숏버스’라는 공간에 간다. 한쪽에선 음악 공연이 이루어지고, 다른 방에서는 집단 난교가 벌어지며, 작은 방에선 여성들이 모여 섹스와 오르가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숏버스’는 1960년대 미국의 히피 문화를 연상시키는 파라다이스다. 이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조언도 듣고 실천에 옮기기도 하지만, 누군가 “신과 대화하는 느낌”이었다는 그 열락의 경지는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결국 소피아는 자신의 내면에서 그 세계를 발견한다. 상담 중 빠진 판타지 속에서, 그녀는 고요한 명상과도 같은 엑스터시의 세계에 빠진다. 이것은 외부의 자극에 의한 것이 아니라, 안으로부터 뜨겁게 전달되는 그 무엇이다.

‘이숙린’이라는 이름 때문에 한국계로 한때 오해받았지만, 소피아 역을 맡은 그녀는 중국계 캐나다인. 방송사에서 일하며 이 영화에 출연했는데, 자칫 잘못하면 해직될 뻔했지만 구스 반 산트,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줄리안 무어 같은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인들이 구명 운동에 참여하면서 무사할 수 있었다고 한다.

<김형석 월간스크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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