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표류기' 무인도 밤섬, 사람이 살았다?

정진우 기자 / 입력 : 2009.05.19 13:00
  • 글자크기조절
image


한 남자가 한강다리 가운데에 섰다. 망설임 없이 강으로 뛰어내렸다. 죽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는 죽지 않았다. 눈을 떠보니 웬 외딴섬. 그곳은 한강의 '밤섬'이었다.

서울이라는 대도시에도 무인도가 있었다. 이 남자는 본의 아니게 그곳에서 살게 된다. 영화 '김씨표류기'는 황당하지만 실제로 가능할 것처럼 한강의 밤섬에 표류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 영화를 만든 이해준 감독은 무심코 밤섬 위를 지나다 "무인도 밤섬에 사람이 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고, 결국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개봉한 이 영화는 4일 만에 24만6899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지난주 박스오피스 3위를 기록했다. 영화 '김씨표류기'가 본격 인기몰이에 나선 가운데 이 영화를 본 관람객들은 밤섬에 대한 궁금증을 쏟아내고 있다.

19일 서울시에 확인 결과 약 40년전 까지만 해도 밤섬에는 사람이 살았다. 지난 1968년 2월10일 밤섬이 여의도개발 일환으로 폭파되기 전까지 62가구 443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었던 것.


이들은 마포구 창전동과 우산 산중턱으로 집단이주했으며 밤섬은 시간이 지나면서 한강에 의해 퇴적물이 쌓이고 억새, 갯버들 등 친수식물이 자생했다. 1990년대에 들어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도심 속 '철새도래지'로 부각돼 1999년 8월10일 서울시가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고시해 특별 관리하고 있다.

밤섬은 큰 섬(서강대교 동쪽, 영등포구 여의도동 84-8)과 작은 섬(서강대교 서쪽, 마포구 당인동 313)으로 이뤄졌다. 원래 이들 섬은 떨어져 있었지만 퇴적물이 쌓이면서 지금은 붙어있다. 면적은 24만1490㎡로 홍수나 팔당댐 과다방류 시 수시로 침수된다.

밤섬은 한자어 율도(栗島)로 표기되는 섬이다. 섬의 모양새가 마치 밤알을 까놓은 것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또한 가산(駕山)이라고도 불리며, 여의도의 별칭인 나의주(羅衣州)와 상응해 율주(栗州)라고도 불렸다.

'동국여지비고'에 의하면 밤섬은 고려 때 귀양 보내던 섬이었다. 지난 1394년 조선의 서울 천도와 함께 배 만드는 기술자들이 처음으로 정착했다. 백사장과 한강수운을 활용해 6.25전쟁 이전까지 조선업과 뱃사공, 물산도선하역 등이 널리 성행했다.

밤섬에는 조류(41여종), 어류(29여종), 식물(189종), 곤충(15여종) 등이 서식하고 있다. 천연기념물인 원앙 1종과 밤섬 번식 조류인 흰뺨검둥오리, 개개비, 해오라기, 꼬마물떼새 등이 있다. 특히 철새 5000여 마리가 찾아오는 철새 도래지로 유명하다.

시 관계자는 "밤섬은 평소에는 출입이 금지돼 있지만 생태 연구 등을 위해 허가를 받으면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며 "영화 촬영을 무작정 허가해 줄 수 없어 촬영 횟수를 제한했는데 영화 관계자들이 고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image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