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부터 '박쥐'까지..상반기 영화계 10대뉴스②

[★리포트]

김현록 김건우 기자 / 입력 : 2009.06.1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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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칸에서 승전보를 알려오고, `7급 공무원`이 400만 관객을 동원한 올 상반기. 머니투데이 스타뉴스는 최근 몇 년 간 침울했던 국내 영화판에 거침없이 희망을 쏘아올렸던 상반기 영화계 10대뉴스를 선정했다.

1. 한국영화 점유율 '껑충'.. 희망의 빛


점유율 하락과 수익성 감소, 수출 감소 등 3중고에 시달리던 한국 영화계가 관객 증가와 점유율 증가로 희망의 빛을 봤다. '과속 스캔들', '7급 공무원', '박쥐', '마더' 등 흥행작들이 연이어 나오면서 한국영화 관객이 급등한 것이다. 최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1∼5월 한국 영화산업 통계'에 따르면 관객과 매출액이 각각 6.3%, 8.4% 증가했으며, 한국영화 점유율도 46.5%로 미국 영화를 앞섰다. 월별 한국영화 점유율이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던 지난해 상반기와는 사뭇 다른 경향이다.

반면 할리우드 대작들은 400만 관객을 넘어선 '터미네이터4'를 제외하고는 크게 힘을 쓰지 못했다. '스타트랙', '엑스맨 탄생:울버린', '천사와 악마' 등 연이어 개봉한 대작들은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는 데 그쳤다.

2. 웹하드 업체 실형 판결


영화 불법 다운로드의 핵심으로 지적돼 온 웹하드 업체에게 실형이 선고되며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 지난해 2월 법원은 영화 불법 유통에 관여한 혐의로 상위 8개 웹하드 업체 경영진에게 방조 책임을 물어 실형을 선고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제기된 영화 관련 대규모 저작권 소송에서 법원이 영화계의 손을 번쩍 들어준 셈이다.

이번 실형 판결이 수천억에 이르는 온라인 영화 불법 시장을 유료화 혹은 합법화 할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판결 이후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웹하드업체들이 불법 영상물의 저작권 침해 방지와 합법시장 구축을 위해 불법영상 필터링(차단) 기술 의무 장착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웹하드 업체와의 민사소송 취하 문제를 두고 영화계 내에 불거진 갈등은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다.

3. 영진위 내홍 딛고 韓 영화 재도약 나서나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지난해의 내홍을 딛고 한국영화 부활을 위해 발벋고 나섰다. 영진위는 지난해 강한섭 위원장의 퇴진 운동 등 내홍을 겪었다. 비정규 직원 고용 문제를 두고 노조와의 갈등도 이어졌다. 그러나 영진위는 영화진흥정책수립을 위한 대토론회 개최하고 지난 5월 영화업계 관계자들의 상생협약 선언 등을 주도하는 등 갈등 봉합을 위해 바쁜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영진위는 상생협약 선언 당시 각종 지원 방안을 제시하며 한국영화 재도약을 위한 2011년까지의 로드맵을 제시하기도 했는데, 이같은 노력이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4. 독립다큐 '워낭소리', 기록적 흥행

팔순 농부와 그의 아내, 그리고 이들을 40년간 지켜온 늙은 소의 삶을 담담하게 그린 75분짜리 다큐멘터리가 한국 영화계를 흔들었다. 영화 '워낭소리'가 무려 250만 관객을 불러모으며 독립영화 및 다큐멘터리의 흥행 역사를 새롭게 썼다. '워낭소리'는 와이드릴리즈 시스템에 역행한 장기 상영, 소외됐던 중년 관객들의 열렬한 지지 속에 상반기 흥행작으로 우뚝 섰다. 불황기에 어렵게 개봉한 작은 영화의 값진 승리였다. 노부부의 사생활 피해나 온라인 불법 유통 등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5. 저예산 영화 제작 붐

'워낭소리'의 흥행 붐을 타고 각종 저예산 영화들이 제작 봇물을 맞았다. 한국영화 평균제작비의 절반에 달하는 15억원 미만으로 제작되는 영화들이 속속 제작·개봉돼 호응을 얻은 것이다. 올 들어 기획중인 저예산상업영화만 해도 십 수 편. 이는 제작비를 합리적으로 줄여 새로운 수익을 노리는 하나의 흐름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 와중에 '워낭소리'가 흥행 대박을 터뜨리고 '똥파리'가 로테르담영화제 등 유수 국제영화제를 석권하는 등 의미있는 성과도 나타났다.

반면 블록버스터와 저예산 영화로 제작 시장이 양극화되는 데 대한 우려도 있다. 스태프와 배우들이 적은 임금으로 제작에 참여하면서 '울며 겨자먹기'라는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6. 로맨틱 코미디의 부활

주춤했던 한국 로맨틱 코미디가 부활했다. 지난해 말 개봉해 올 초까지 기세를 유지하며 800만 관객을 모은 '과속 스캔들'과 400만 관객들 돌파한 '7급 공무원'이 그 대표주자다. 이밖에 정재영 려원의 '김씨표류기', 임창정의 '청담보살', 소지섭의 '소피의 복수' 등이 개봉됐거나 개봉을 앞뒀다. 과거 각광받았던 조폭 코미디가 지고 로맨틱 코미디가 대세가 된 셈이다. 불황기의 관객들이 어둡고 칙칙한 이야기보다 밝고 유쾌한 영화들을 선호하게 된 탓이라는 분석도 있다.

7. 한예종 사태.. 영화인 시국선언

문화관광부에서 발표한 한국예술종합학교의 감사 결과 발표 이후 한예종이 시끄럽다. 문화부는 '이론수업은 창의력과 실기학습효과에 부정적'이라며 이론학과의 축소ㆍ폐지 등 개선안을 요구하고, 교수 등에 대한 징계도 함께 요구했다. 황지우 총장은 전형적 표적감사라고 항의하며 자진 사퇴했고, 정치 논리가 학교를 흔든다는 학생 및 교수의 반발도 거세다.

비슷한 시기 박찬욱 봉준호 감독 등 영화인 225명은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며 시국 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시국선언에서 "진실을 호도하고 소통을 차단하며 국민의 양심을 권력으로 잠재우려는 역사의 역류가 계속되는 한 어쩌면 이 땅의 모든 영화는 거짓일지 모릅니다"라고 주장했다.

8. 박찬욱 '박쥐',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

올해 제62회 칸국제영화제는 한국영화의 잔치였다. 역대 최다인 10편의 영화가 초청돼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경쟁부문에 초청된 박찬욱 감독의 '박쥐'는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칸국제영화제의 3등에 해당하는 상으로, 거장들과 치열한 경쟁 속에 얻어낸 수확이라 더욱 값졌다. 칸 훈풍에 힘입어 '박쥐'는 국내에서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9. '세기의 커플' 설경구 송윤아 결혼

'세기의 커플' 설경구와 송윤아가 지난 5월 28일 500여 하객들의 축하 속에 조용하게 결혼식을 올렸다. '광복절 특사', '사랑을 놓치다' 등에서 함께 호흡을 맞춰온 두 사람은 2007년 가을부터 사랑을 키워왔고, 깊은 신뢰와 사랑을 바탕으로 결실을 이뤘다. 영화계를 대표하는 두 배우의 결혼식인 만큼 정우성 김태희 김희선 등 스타들이 대거 참석해 두 사람의 앞날을 축복했다.

10. 美 진출 韓 배우 성적표 공개 '지못미'

한국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 성적표가 속속 드러났다. god 박준형이 출연한 '드래곤볼 에볼루션'이 3월에. 다니엘 헤니가 출연한 '엑스맨 탄생 :울버린'이 4월에, 전지현이 원톱 주연을 맡은 '블러드'가 6월에 각각 개봉했다. 그러나 이들 영화는 높은 화제성에도 불구하고 모두 흥행에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하반기에는 이병헌이 주연한 '지 아이 조', 비의 '닌자 어쌔신' 등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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