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방' 이문식 "마르게 보이려 숟가락 사용안해"(인터뷰)

안면도=김겨울 기자 / 입력 : 2009.06.1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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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대하사극 '선덕여왕'에서 죽방(이문식)은 고도(류담)와 명콤비를 이루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사기ㆍ공갈도 서슴지 않은 악당이지만 묘하게 밉지가 않다. 특히 덕만(이요원)에게 각별한 정을 주며 화랑도까지 입성해 덕만의 '오빠들'을 자청한다.

'선덕여왕'에서 이들은 자칫 미실(고현정)과 덕만과 천명(박예진)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 사이에서 끈을 느슨하게 풀어주는 '웃음'을 담당한다. 이문식은 언제나처럼 특유의 웃음과 편안함으로 죽방 역을 110% 소화하고 있다.


기자가 찾아간 18일 충청도 태안군 안면도는 30도가 넘는 더위로 무더웠다. 몇몇 엑스트라 배우들은 쓰러져있고 다들 얼음물을 호소하는 이 때, 어디선가 웃음소리가 들린다. 이문식이 화랑도 무리와 함께 촬영 중이었다.

이요원, 엄태웅, 류담 등 '선덕여왕'의 배우들이 꼽은 '촬영장 공식 분위기 메이커'인 이문식을 점심시간에 만났다.

"신분이 낮다보니 만날 떠들고 하다보니까 분위기 메이커로 뽑은 모양이에요. 저는 폼을 잡는 역은 아니에요. 류담 씨랑 같이 사기도 치고요. 캐릭터 자체가 발랄하니 저희가 우울할 틈도 없고요. 아까 장면도 전쟁이 벌어졌는데 농담이나 하는 그런 모습이죠. 그러니 다른 파가 별로 안 좋아하고요."


이문식은 촬영을 쉴 때도 '죽방'처럼 말투나 행동을 했다. 신라 시대 세트장에 있어서 그런지 진짜 '죽방'과 이야기 나누는 것처럼. "옷도 계속 입고 있어요. 이 옷이 보기에는 무겁고 그래 보이지만 정말 편해요. 하하."

시청률까지 좋다며 연신 자랑하던 그에게 어려움은 없는지 물었다. "글쎄요. 그제 밤에 장면을 찍고 아침에 들어갔다가 바로 촬영 때문에 나오는데 김밥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주어먹고 있는데 분장실 분이 빤히 쳐다보더라고요. 제가 얼굴도 까만데 김밥까지 주어먹고 있으니 좀 불쌍해 보였나 봐요. 그 날은 집에 애들도 보고 싶고 그렇더라고요."

일주일에 집에 들어가는 적이 거의 없다는 그. "제 아내가 배우잖아요. 한 번은 1주일에 1시간 10분짜리 드라마 2편을 찍는데 주인공들을 찍으려면 제 분량은 하루나 이틀 정도에 다 찍어야 하는데 왜 그렇게 오래 있느냐고 의심하더라고요. 하하. "

그나마 하루 남는 날은 한양대 출신 연예인들과 함께 연극 '한 여름 밤의 꿈'을 준비하느라 가족들과 못 있어줬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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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만날 맞는 역하다가 때리는 역 하니까 기분은 좋겠다"는 기자의 말에 이문식은 손사래를 친다.

"에휴. 맞는 편이 훨씬 낫죠. 제가 맞는 것은 좀 하잖아요. 근데 때리는 것은 마음도 불편하고 신경 쓸 것도 많아요. 그래도 류담 씨랑 처음 일해보는데 사람이 선하고 열심히 하려고 하고 호흡이 잘 맞아서 때리는 연기, 맞는 연기도 잘 소화하는 것 같아요."

이문식은 인터뷰하는 동안 옆에 있는 류담 쪽을 보며 "너는 대사량 만큼만 먹어"라며 장난을 쳤다. 이에 류담은 질세라 냅다 먹고 밥차로 가서 한 그릇 더 퍼왔다. 이를 본 이문식은 "대사량 만큼만 먹으라니까"라며 호통치고, 이런 모습에 스태프들은 웃음을 터트린다.

촬영장 밖에서도 이들은 여전히 죽방과 고도였다. 문득 이문식이 먹기 힘든 볶음밥을 굳이 젓가락으로 한 톨 한 톨 먹는 것을 발견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이문식이 답했다.

"죽방과 고도가 시청자들께 더 재밌으려면 고도가 뚱뚱하니까 저는 좀 더 말라야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언젠가부터 밥을 안 먹으려고 노력해요. 숟가락을 사용안하고 젓가락으로 먹으면 조금씩 먹고 포만감도 느끼니까요."

보이지 않는 디테일까지 세심하게 신경 쓰는 이문식, 그는 '분위기 메이커' 뿐 아니라 진정한 '캐릭터 메이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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