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돈, 진상남에서 대한민국 평균남으로 '훨훨'

김겨울 기자 / 입력 : 2009.10.1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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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돈은 MBC '무한도전‘에 나왔을 때 만해도 똑똑한 뚱보였다. 개그 빼고는 다 잘한다는 그는 유재석 만큼의 큰 호감은 아니지만 썩 봐줄 만 했다. 그런 그가 MBC '우리결혼했어요’에 출연하면서 급격하게 비 호감으로 추락했다. 와인 뚜껑 하나 못 따고, 아내 마음 몰라주고 미운 말만 내뱉는 그에게 고운 시선이 갔을 리 없다.

개미커플(서인영-크라운J) 집에 얹혀살 때는 소파에서 매번 빈둥대는 모습을 보이며 진상 중에 진상 캐릭터로 굳혀갔다. 그런 그가 ‘우리결혼했어요 시즌 2’에서는 여성 시청자들을 의식한 듯 태연에게 각별한 모습에, 무뚝뚝하지만 자기 여자에게 잘 해주는 진심 어린 남자로 비춰질 뻔 했건만 모 작가와의 열애설이 터지면서 찌질한 남자가 가식적이기까지 하다며 뭇매를 받았다. 공교롭게도 그 시점, 그는 맡은 프로그램에서 하나둘씩 잘려나가 MBC ‘무한도전’ 만 남게 됐다.


그때 마다 그는 억울한 듯 이렇게 항변했다. “저는 보통 남자라고요. 대한민국 평균.”

하지만 여성 시청자들은 듣지 않았다. 그는 대한민국 하위 남자이지지, 절대 평균 남자는 아니라고 말이다. 아마 무시했다는 말이 옳은 말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는 tvN ‘롤러코스터-남녀탐구생활’을 통해 대한민국 평균 남자임을 증명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정형돈은 ‘우리결혼했어요’에서 보여준 것보다 배는 더 진상이다. 촬영의 절반을 소파나 방 안에서 뒹굴뒹굴 팬티 바람에 굴러다니는가 하면, 화장실에서 나오면서 손을 씻지 않고 그 손으로 여자친구에게 김밥을 먹여주고, 노래방에서는 눈 풀린 채로 막춤을 추며, 야심한 시각에 라면을 끓이면서 상했을 지도 모르는 스팸과 어제 먹던 삼겹살까지 넣어 먹는다. 한 제작진의 말에 따르면 정형돈이 입은 팬티는 2년 째 같은 것이라고. 꺄악~


혐오스러울 수 있는 이 정형돈스런 일들이 지적인 성우의 내레이션이 덧입혀지고, 남녀가 비교되며 그려지는 구성에서 보통 남자로 이해된다. 똑같은 행동이지만 정형돈이 ‘우리결혼했어요’에서 보여줬던 것이 '남녀탐구생활'에서는 대표성을 지니며 디테일하게 반복되면서 거부감이 사라지고 다큐멘터리 속 '평균 남자'를 보는 느낌을 자아내는 것. 정형돈이 보통 남자임이 먹힌 순간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만의 캐릭터를 완성했다. '대한민국 평균 남자'.

'남녀탐구생활' 이성수 PD와 김경훈 PD는 정형돈에 대해 "촬영장에서 보면 개그맨이 아닌 연기자 같은 진지함이 묻어난다"며 "연기력을 필요로 하는 예능 다큐 장르에서 정형돈은 빛을 발했다. 정형돈이 그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며 손을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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