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석·홍학표·이종혁..드라마 사위들은 힘들다

김관명 기자 / 입력 : 2010.02.08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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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민들레가족'의 홍학표, '추노'의 이종혁, '지붕뚫고 하이킥'의 정보석


백년손님은 무슨, 사위들은 예나 지금이나 힘들다.

요즘 드라마속 사위들의 모습이 보기 안쓰럽다. 장인어른은 발길질까지 해대거나 심지어 옥에 가두고, 아내는 두 눈 부릅뜨고 협박까지 한다. 사위 팔자, 뒤웅박 팔자다.


먼저 MBC 인기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의 정보석. 장인(이순재) 집에 얹혀살면서 해맑은 것까지는 좋은데, 이 사람 불쌍할 정도로 당하고 산다. 사업수완 부족에 가장으로서 통솔력 취약 탓이지만 그래도 명색이 가장에 식품회사 부사장인데 당해도 너무 당한다. 돈 제대로 못 받았다고 장인어른한테 발길질 당하고, "아빠가 오케이 했잖아"라고 딸에게 호기 있게 말해도 곧바로 아내(오현경)한테 "그게 무슨 상관이야?"라고 망신만 당한다. 정보석, 한 주먹 불끈 쥐고 소심하게 침대 때릴 만하다.

정보석이 코믹하게 사위 설움을 얘기한다면, KBS 수목사극 '추노'의 이종혁은 묵직하게 그 고난을 받아낸다. 송태하(오지호)와 훈련원 동기였으되 늘 2인자에 머물렀던 철웅 이종혁, 기회가 왔다. 병판 김응수가 뒤를 봐주기로 한데다 딸한테 장가오라고까지 했으니까. 그런데 신혼 첫날 처음 본 아내는 제 응어리 진 속 얘기도 못하는 처지에다, 그새 좌의정이 된 장인은 제 야심 위해 사위를 옥에 가두기까지 했다. 나중에 '사위' 이종혁이 어떻게 폭발할지는 모르나, 10회까지는 잘도 참아온 불쌍한 인생이다.

새로 시작한 MBC 주말극 '민들레가족'에도 활개 못 치는 사위가 나온다. 공병구 역의 홍학표다. 장인 농장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장인 눈치 보랴 아침에 늦게도 못 일어나는 위인. '해라' 체 설움은 기본이고, 그래도 사위라 홀로된 장인에게 늦장가 얘기 꺼냈다가 성질 괄괄한 아내(오영실)에게 큰소리만 들었다. 유동근 집 둘째딸(마야)의 남편(정우)도 돈 많이 못 번다는 이유로 처가와 아내에게 괄시당하는 처지는 마찬가지. 그러면서 "장인이 사장 돼야 하청업체 부장 정도 할 수 있다"는 한심한 남자다.


그러면 왜 사위만 당할까. 정보석, 이종혁, 홍학표, 정우 경우만 놓고 보면 사실 이들은 이래저래 구박받고 이용당할 만하다. 정보석은 철없는 어른에 다름 아니고, 이종혁은 제 야심에 눈 먼 탐욕가이며, 홍학표는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안일무사주의자이다. '민들레가족'의 집안 좋고 돈많은 치과의사 맏사위(정찬)가 지독한 결벽주의자임에도 불구하고 장모(양미경) 사랑 듬뿍 받는 것과는 대비된다. 제 무덤 제가 팠다.

여기에 하나 더. 드라마는 현실의 반영이라고, 그만큼 처가살이 하는 사위, 아내 드센 기에 소심하게 살아가는 남편이 요즘 넘쳐나도록 많다는 반증 아닐까. 아니면 처가의 위세를 이용해 인생 반전을 꿈꾸는 한심한 남자들이 그만큼 많거나. 해서 그 옛날 '추노'의 이종혁이나, 약사 아내의 '셔터맨'을 평생 꿈이라고 떠벌리는 요즘 남자나 못난 사위인 건 오십보 백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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