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여정 "막막함 속 잡은 기회, 기억되고 싶다"(인터뷰)

김건우 기자 / 입력 : 2010.05.25 08:31
  • 글자크기조절
image
조여정 ⓒ 유동일 기자 eddie@


사람들에게 조여정은 그냥 배우였다. 길거리를 지나가면 "앗 그 배우 있잖아"라며 알아보지만 정작 그녀를 정확히 기억하는 이는 많이 없었다. 그건 어찌 보면 배우의 숙명이다. 화려해보이지만 쓰임을 받는 게 배우의 운명이기 때문이다.

조여정은 "운명의 여신은 내 편이 아니야. 왜 내게는 운이 따르지 않는 걸까"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때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 여신의 손이 다가왔다. 바로 그 작품이 '방자전'이다.


"너무 하고 싶었다. '방자전'은 많은 여배우들이 하고 싶었던 작품이다. 어떻게 보면 제가 마지막 배를 탄 것이다. 김대우 감독님이 제가 스스로 하는 일에 지지 않을 것 같은 자존감을 봤다며 뽑아주셨다."

김대우 감독은 조여정의 숨은 악과 깡을 봤다. 그렇다고 무식하게 덤비는 것도 아니다. 자신에 대한 자신감 속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능력도 있다. 이런 면은 극중 춘향이와 닮았다. '방자전'에서 조여정이 맡은 춘향이는 당신이 지금까지 알고 있던 춘향이가 아니다. "제 정조를 지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이몽룡과 방자를 놓고 고민하는 조선시대 팜므파탈. 현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모습이 2010년의 춘향이를 탄생시켰다.

"춘향이는 어머니가 주신 외모와 재능, 화술을 자신이 잘 아는 인물이죠. 스스로를 개척해 올라가고 싶은 욕망이 있는 여자에요. 현대적으로 보면 이몽룡이 가진 조건과 방자와의 사랑 중 고민하는 인물? 지금도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여자에요."


그녀의 말에 따르면 결국 조선시대도 사는 것은 똑같지 않았냐는 거다. 여성의 욕망을 그린다는 점에서 '방자전'은 누구나 탐낼 만한 작품이다. 그래서 그녀는 이 작품으로 자신이 새롭게 태어나기를 꿈꾼다. 관객들이 그녀를 아직 작품으로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스스로 잘 알기 때문이다. 30대를 시작하는 배우로서 가지고 싶은 대표작으로 '방자전'을 꿈꾼다.

image
조여정 ⓒ 유동일 기자 eddie@


"제가 대표작이 없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저를 아끼는 사람들은 때가 올 거라고 이야기했지만, 사실 여배우에게는 정말 막막한 말이다. 여배우에게 30살은 가장 예쁜 때가 아닌가.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나의 모습을 못 보여주는 것에 대한 아픔이 있었다."

그녀는 스스로 이미지만 둥둥 떠다니는 배우였던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도도하고 세침때기 일 것 같은 예쁜 이미지. 평범하지 않은 세련된 이미지는 그녀가 연기하는데 오히려 벽이 됐다. 하지만 이번 '방자전'에서는 고전적이지 않은 그녀의 모습이 이색적인 재미가 될 예정이다. 조여정은 "그래도 제가 안티는 별로 없는 편이여서 다행이에요"라고 웃는다.

조여정의 취미는 독서다. 일주일에 책을 4~5권은 읽을 정도로 책에 파묻혀 산다고. 그녀는 이 독서가 여배우의 막막함을 이기게 해주는 힘이 됐다고 전했다. "어렸을 때는 의무감에 책을 읽었지만 배우가 된 후에는 괴로운 시간을 이기기 위해 독서를 했다. 배책을 보고 있으면 다른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집에서 책을 읽으면 식구들이 또 걱정을 하는 거다. 제가 속상함을 감추고 책을 읽는다고. 그래서 아침에 집에서 나와 카페에서 책을 1권 읽고 들어오곤 했다"

이에 조여정의 숨은 내공은 대단하다. 여기에 동국대학교에서 MFA 연극과 실기 석사를 공부하는 것은 대사를 분석하는 힘을 키워줬다. "늘 존재감 있는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그녀의 공부에 대한 열정은 전 과목 A 성적으로 빛을 냈다.

30살 그녀가 꾸는 꿈은 무엇일까? 그녀는 이제 주연으로 떠오를 만한 배우로 조여정이란 배우를 기억해주기 바란단다. 그렇기 때문에 '방자전'이 노출 영화로만 보이는 것이 두렵지 않다. 물론 배우 인생의 첫 베드신은 힘든 결정이었다. 하지만 관객들이 노출 영화라고 생각하고 극장을 찾더라도 자신의 매력을 심어줄 자신이 있다.

"베드신이요? 예쁘게 나오는 장면이에요. 한복을 입으면 여성의 다른 매력이 엿보이잖아요. 캐릭터가 좋았기 때문에 전혀 고민하지 않았어요"

그녀가 연기 인생을 이어갈 수 있던 것은 이 같은 자신감이다. 도도한 척 하는 게 아닌 자신감 넘치는 표정과 말투에서 기선을 제압하는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조여정의 배우 인생은 이제 시작이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