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프리' 김태희, 연기는 '선방' 감동은 '글쎄'

임창수 기자 / 입력 : 2010.09.08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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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희 ⓒ이명근 기자 qwe123@


김태희. 그녀의 이름 석 자는 대한민국에서 상상 이상의 파괴력을 갖는다. 소위 '여신급'으로 분류되는 그녀의 눈부신 외모는 서울대 출신의 배경과 함께 더욱 빛을 발했고, 덕분에 그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예쁜 여자사람이 됐다. 네티즌이 뽑아도, 성형외과 의사가 뽑아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예쁜 여자 연예인은 늘 김태희였다.

이처럼 미(美)의 화신으로 군림하는 김태희에게도 늘 숙제처럼 따라붙는 떼고 싶은 꼬리표가 있다. 다름 아닌 연기력 논란. 김태희는 어색하고 경직된 표정과 연기로 매번 대중들의 지적을 받았고, 드라마 '천국의 계단' '구미호 외전' 등 출연하는 작품들마다 어김없이 연기력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발연기'라는 혹평을 들어야만 했다. 지난해 출연한 드라마 '아이리스'로 이러한 평가를 어느 정도 만회했으나 아직도 부족한 감이 있다.


사실 김태희의 연기력 논란은 그녀의 빼어난 외모와 서울대 출신이라는 배경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완벽'에 가까운 그녀의 이미지는 CF를 맡는 데는 도움이 됐을지언정, 배우로서 폭넓은 연기폭을 가지는 데에는 오히려 독이 됐다. 뭘해도 예쁘다는 소리만 듣던 그녀가 '중천' '싸움' '아이리스' 등의 작품에 연이어 출연하며 액션연기와 망가짐을 불사한 것은 그러한 이미지를 깨뜨리고자 함이었을 것이다.

기수로 분해 흙 밭을 뒹굴어야 했던 이번 '그랑프리'의 출연 역시 이 같은 시도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첫 원톱주연에 도전한 김태희는 '그랑프리'에서 비교적 안정된 연기를 선보이며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데 성공했다. "우석(양동근 분)과의 멜로신, 말과의 우정, 박근형, 고두심의 로맨스 등 의지가 되는 부분이 많아 편하게 임했다"는 그녀의 말처럼, 그녀는 과거 작품들에 비해 한결 자연스러운 모습을 선보이며 털털하고 솔직한 매력을 한껏 발산했다.

결과적으로 '그랑프리'는 김태희에게는 영리한 선택이 됐다. '똥기수' 소리를 듣다가 갑자기 작정한 듯 1위 행진을 이어가는 주희의 이야기는 그 주인공이 뭐든 맘먹으면 다 잘할 것 같은 김태희였기에 비교적 이물감 없이 다가왔다. 여기수가 상처를 극복하고 그랑프리 우승에 도전한다는 지극히 전형적인 내용은 그 소재의 독특성으로 김태희에게는 안전한 선택인 동시에 새로운 도전이 됐다.


물론 김태희의 최대 강점인 외적 매력도 유감없이 드러났다. 그녀는 바람에 흔들리는 머리결과 빗물에 젖은 모습으로 왜 그녀가 '여신'으로 불리는지 유감없이 보여줬다. 우석과의 유쾌한 로맨스는 제주도의 풍광과 어우러져 설렘과 웃음을 동시에 선사했으며, 주희가 사랑에 빠져드는 모습도 양동근의 능글맞은 연기에 힘입어 자연스레 그려졌다. 그녀로서는 기존의 매력과 새로운 매력을 함께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된 동시에 연기력 논란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일석삼조의 선택이었던 셈이다.

아직도 김태희가 배우로서 가야할 길은 멀다. 그녀의 연기는 이제 갓 어색함을 벗었을 뿐 당초 알려진 대로 영화를 감동을 전하는 휴먼 드라마로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전형적인 영화의 내용상 어려움이 따랐겠지만, 눈에 띄는 성취가 있었기에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김태희가 뻔하디 뻔한 이야기를 가지고도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할 수 있는 연기력을 갖추게 될 때, 우리는 또 한 번 '진짜 배우'의 탄생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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