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우 "'영웅본색' 보고 오히려 안심"(인터뷰)

임창수 기자 / 입력 : 2010.09.1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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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강우 ⓒ이동훈 기자 photoguy@


김강우는 묘한 매력을 가진 배우다. 연예인치고는 특별히 빼어난 외모의 소유자도 아니고 '김강우' 이름 석 자를 들었을 때 모두가 떠올릴만한 대표작도 아직 없다. 그럼에도 그는 분명 그만의 느낌과 분위기를 가졌다.

대표작이 없다는 말은 그만큼 다양한 모습으로 기억된다는 얘기기도 하다. 관객들은 '식객'의 성찬, '마린보이'의 천수, '하하하'의 다혈질 시인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접한 각기 다른 모습으로 그를 기억하고 있다.


그런 김강우가 영화 '무적자'로 돌아왔다. 1990년대를 풍미한 홍콩 느와르 '영웅본색'의 리메이크 작. 김강우는 원작에서 장국영이 맡았던 아걸 역에 준하는 김철 역을 맡았다. 탈북 후 형에 대한 분노로 경찰이 되는 남자. 끊임없이 뜨거운 감정을 분출하며 이야기의 큰 줄기를 이끌어 나가는 인물이다.

"예전부터 '무적자'가 제작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던 차에 작년 겨울에 시나리오를 받게 됐어요. 작품을 고를 때 특별한 기준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나리오가 진정성이 있느냐,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냐 하는 것에 대해서 고민하는 편인데, 이번 역할 같은 경우는 제가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서 충분히 연민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해서 참여하게 됐어요."

물론 악역에 대한 욕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 6월 종영한 KBS 2TV 드라마 '남자 이야기'에서 얼음장 같은 사이코패스 채도우 역으로 호평 받았던 그다. 혼자서 3명을 상대하는 정태민(조한선 분)캐릭터에 눈길이 갔던 것도 사실. 하지만 외양과 내면에서 서로 상반된 모습을 보이는 김철 역시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김철은 양면적인 모습을 가진 인물이에요. 겉으로는 강한 척하지만 속은 사실 여리고, 외로움에 젖어있지만 남한 사회에 적응하려고 몸부림치죠. 내면적으로는 고민을 거듭하면서도 겉으로는 현실과 끊임없이 부딪히는 모습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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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강우 ⓒ이동훈 기자 photoguy@


큰 인기를 끌었던 '영웅본색'의 리메이크 작. 거기다 드라마틱한 죽음으로 전설로 남은 장국영의 역할을 맡았음에도 크게 부담을 가지지는 않았다. 영화를 준비하면서 새삼 '영웅본색'을 다시 꺼내 본 그는 오히려 원작을 보면서 안심이 됐다고 했다.

"사실 부담을 가지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는 것 같아요. 리메이크긴 하지만 원작과는 설정 자체도 다른 것이 많았고, 애초에 다른 영화라고 생각하고 참여했어요. 실제로 원작을 보면 아걸은 그렇게 외롭기만 한 캐릭터는 아니거든요. 반면에 김철은 외딴 섬처럼 외로움을 깔고 가는 인물이구요. 그런 점에서 전혀 다른 캐릭터라 생각해서 오히려 안심이 됐어요. 결국 연기할 때 얼마나 진정성을 담아서 새로운 인물로 탄생시키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원작이 아호(적룡 분)와 마크(주윤발 분)의 의리에 초점을 맞췄던 데 반해, 영화 '무적자'는 형제애를 큰 줄기로 삼아 탈북 후 표류하는 인물들의 아픔을 덧댔다. 하염없이 동생의 용서를 구하는 형 김혁(주진모 분)과 그런 형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 동생 김철. 그리고 그런 혁에게 계속해서 손을 내미는 영춘(송승헌 분)까지. 연출을 맡은 송해성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무적자'에 대해 좌파영화이자 퀴어영화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었다. 이에 대한 김강우의 생각은 어떨까.

"'남자들의 멜로영화'라는 이야기도 있던데, 남녀를 떠나서 그리워하는 감정에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눈빛이나 감정, 느낌이 잘 전해졌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도 나오는 것이 아닐까요. 현장에서도 그저 동생에 대한 그리움이라고 생각했지 특별히 다른 느낌을 가진 적은 없었어요."

스스로의 강점을 "요령 피우지 않는 것"이라고 꼽은 그는 탈북자라는 배역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2주 동안 8kg 정도를 감량하고 촬영 직전에는 이틀 동안 밤을 새며 역할에 몰입했다. 퀭한 모습으로 형 김혁과 남한 땅에서 처음 조우하는 장면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고생했던 장면이라 아무래도 애착이 가죠. 영화상에서도 모든 사건의 시발점이 되는 가장 중요한 장면중의 하나구요. 어떻게든 탈북자라는 모습을 납득시켜야했고 3년 후 모습과는 확연히 대비가 되어야 했는데 그건 분장으로도 해결이 안되고 딱히 다른 방법이 없더라구요. 열심히 걷고 음식 조절해서 살을 빼는 것 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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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강우 ⓒ이동훈 기자 photoguy@


김강우는 한창 영화를 촬영 중이던 지난 6월 배우 한혜진의 언니 한무영 씨와 7년간의 열애 끝에 결혼식을 올렸다. 유부남이 된 그는 결혼생활에 대한 질문에는 "7년간 잘 연애하다가 당연히 결혼해야 되는 여자였고 사랑해서 결혼한 것 말고는 딱히 드릴 말씀이 없다"며 "특별한 프러포즈도 없었고 아직 자녀계획도 세우지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아무래도 결혼을 하고 나서 가장 크게 바뀐 점은 아무래도 둘 다 일이 있다 보니까 아침에 일찍 일어나게 된다는 거에요. 그밖에는 그냥 묻혀서, 휩쓸려서 살지 않고 어떻게 나만의 정의를 가지고 살아가느냐를 생각하게 되요. 아무래도 결혼하고 나니까 혼자 살 때랑 다른 마음이 드네요."

"결국 영화가 어떻게 될지는 찍어보고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것"이라며 좀 더 많은 작품을 찍어보고 싶다는 김강우. 시간이 흐를 수록 '카메라 앞에서는 거짓을 섞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커진다는 그는 과연 요령 부릴 줄 모르는 우직하고 부지런한 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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