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식 "내 외모가 귀엽다고?"(인터뷰)

임창수 기자 / 입력 : 2010.11.09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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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식 ⓒ홍봉진 기자 honggga@


영화 '부당거래'는 부패 검사 주양(류승범 분)과 광역수사대 엘리트 형사 최철기(황정민 분), 조폭 건축업자 장석구(유해진 분)간의 부정한 거래와 아귀다툼을 그렸다. 영화는 '9시 뉴스'나 다큐멘터리에서 볼 법한 그네들의 담합을 통해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과 부조리한 악순환을 정면으로 돌파한다.

그럼에도 '부당거래'는 결코 무겁거나 불편하지 않다. 밉지 않은 오버로 감정을 발산하는 주양과 눈치 없는 행동과 언사로 그런 주양의 속을 박박 긁는 공 수사관(정만식 분)의 존재 덕분이다. 특유의 호들갑으로 분위기를 휘어잡는 주양과 어리바리한 공 수사관의 조합은 영화 곳곳에 웃음을 불어넣으며 극의 활기를 더했다.


문제의 공 수사관을 연기한 것은 배우 정만식이다. 스무살 때 처음 연극무대에 올랐던 그는 이후 명계남의 연기아카데미 '엑터스21'을 거치며 수많은 영화의 단역과 조연으로 출연했다. '똥파리'의 사채업자 만식으로 인상적인 연기로 주목받은 그는 최근 '심야의 FM'과 '부당거래'의 연이은 출연으로 관객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있다.

"류승완 감독님을 '똥파리' VIP 시사회 때 난생 처음 뵈었어요. 감독님께서 오렌지색 점퍼 차림에 커다란 가방을 매고 있는 제 모습을 보고 '참 순박하다. 영화 속에서는 서글서글하게 웃는 가운데도 눈에 힘이 서려 있었는데 이런 그림도 나올 수 있구나' 생각하셨대요. 사실 처음에 연락을 받았을 때는 형사 역을 달라고 했는데 저한테서 먹고 살기 바쁜 가장의 모습을 보셨다고 하시더라구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마음이 동해서 공 수사관 역을 맡게 됐죠."

호흡을 맞춘 류승범과의 첫 만남에서부터 자연스레 극중 인물간의 느낌과 구도가 만들어졌다. 주양 검사를 '모시고 있는' 공 수사관의 모습 그대로 힘 있게 뻗어나가는 류승범의 연기를 받아주는데 집중했다고. 인물이 처한 상황을 생각하니 따로 합을 맞추지 않고도 돌발적인 애드리브에 자연스레 대처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류승범 씨와는 처음에 따로 시간을 내서 단둘이 만났었는데 정말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세고 승부욕이 있는 친구더라구요. '밀린다'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느낌만 가져가도 50%는 되겠다'는 싶었죠. 극중 주양이 연신 90도로 허리를 꺾으며 인사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사실 리허설 때는 목례정도만 했었거든요. 갑자기 류승범 씨가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는데 어쩌겠어요, 제 밥줄이고 제가 모시는 분인데 저도 숙여야지.(웃음)"

극중 공 수사관은 전형적인 대한민국의 가장의 모습이다. 틈만 나면 흑마늘 즙을 마시고 마사이 신발을 신고 다니는 디테일은 크고 작은 습관들까지 철저히 생활인의 모습을 원한 류승완 감독 덕분에 완성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설정 위에서 연기로 인물을 설명하는 것은 오롯이 배우의 몫. 정만식은 공 수사관을 다분히 한국적이며 유교적인, 그러면서도 고지식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그냥 열심히 일하는 평범한 공무원 아저씨죠. 결국은 부패한 주양이라는 검사에 기생하고 있는 인물이고, 주어진 일만 할 줄 아는 창의력 없는 인물이구요. 교회의 지인 분들은 선한 목자같은 모습이라시는데 제가 보기엔 좀 바보 같아요. 어떻게 보면 이기적이고 폐쇄적이기도 하고…. 굳이 특정 조직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라 모든 이들이 돌아볼 부분인 것 같아요. 어느 조직에나 부당한 면은 있고 우리가 그렇게 살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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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식 ⓒ홍봉진 기자 honggga@


남성적인 외모 탓일까. 1974년생인 정만식은 유독 실제 본인보다 나이가 많은 역할을 맡아왔다. '부당거래'에서도 자식을 둔 40대 가장의 모습을 연기한 그는 오는 25일 개봉을 앞둔 영화 '우리 만난 적 있나요'와 KBS 2TV 드라마 '정글피쉬2'에서는 각각 윤소이와 엠블랙 이준의 아버지로 분했다.

"윤소이 씨와 실제로는 10살 차이인데 아버지 역할이니 참 기막힐 노릇이죠.(웃음) 제가 전철이나 버스를 자주 타고 다니는데 심심찮게 요즘 알아보시는 분들이 계세요. 그런데 외모 탓인지 선뜻 말을 걸어오는 분들이 거의 없더라구요. 뭐 저는 알아봐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죠. 트위터에 올라온 얘기라는데, 제 얼굴에 귀엽다는 소리 들었으면 된 것 아닌가요?(웃음)"

이미 '똥파리'에서 선 굵은 연기를 선보였던 정만식은 '심야의 FM'의 이성적인 오PD와 '부당거래'의 공 수사관 등 작품마다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며 호평 받았다. 올해에만 '우리 만난 적 있나요'와 형사로 출연한 '황해'의 개봉을 앞뒀으며, 황정민 주연의 '모비딕'과 임순례 감독의 '동물과 함께 사는 세상'에도 캐스팅 됐다.

"보다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서 소화해보고 싶은 마음이에요. 주어진 캐릭터들을 잘 소화해냄으로써 보시는 분들이 더 많은 생각들 하고 나눌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연기를 하는 사람으로서의 몫이고 책임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올해 출연했던 작품의 경우도 호흡들이 조금씩 틀린데 그래서 '정만식에게 이런 면도 있구나'라는 걸 확인시켜드릴 수 있었던 기회가 된 것 같아 기뻐요."

서빙부터 헬스클럽 강사, 주방용품 판매 등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면서도 연극 무대에 설 때야 비로소 허한 마음을 달랠 수 있었다는 배우 정만식. 기존의 이미지에 기댄 연기는 "안 하고 싶고, 피해야 되고,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끊임없이 변신을 꾀하는 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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