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수룩하던 이천희가 왜 멋있어졌나 했더니…

그들의 인생역전은 올까?..주말극 '글로리아' 현장을 가다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0.11.13 14:02
  • 글자크기조절
image


그 사랑, 어렵기도 하다. MBC 주말드라마 '글로리아'(극본 정지우·연출 김민식 김경희)의 네 주인공 이야기다.

가진 거라곤 두 주먹밖에 없던 남자 동아(이천희 분) 입장에서만 보자. 이젠 가수가 된 진진(배두나 분)은 가족같은 친구고, 재벌가 서녀 윤서(소이현 분)는 고맙기만 한 연인이다. 그런데 강석(서지석 분)이란 윤서의 정혼자가 따로 있고, 강석은 진진이의 연인이며, 강석의 비호 아래 자신은 윤서와 비밀 결혼식을 올렸다!


각자의 슬픔을 지닌 그들에게, 화려한 인생 역전쇼는 아직 오지 않았다. 시청자들에게만 그들의 쉽지 않은 사랑 이야기가 점점 흥미진진해진다. 그러던 중 방송 시간이 바뀌어 '글로리아'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8시40분 시청자를 만나게 됐다. 기대가 우려가 교차한 가운데, '글로리아'는 기분 좋은 두 자릿수 시청률로 30회를 넘어섰다.

image


이들의 사랑 이야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나 궁금해 현장을 찾은 것은 청명했던, 그러나 바람이 찼던 11월의 어느 오후. 이천희를 찾아 간 분장실에는 말쑥한 동하가 막바지 메이크업을 받고 있다.


의리파 물주먹 시절엔 타이 없는 겁정 정장에 덥수룩한 머리로 일관했고, 치킨집 사장님 시절엔 체크무늬 남방만 죽어라 걸쳤는데, 오늘은 뭔가 다르다. 웬일로 차려입었나 했더니, 첫 출근 날이란다. 스포일러 하나를 공개하자면, 동하는 기억을 되찾고 가수로 새 출발을 하는 진주(오현경 분)의 매니저가 돼 새 활동에 들어간다.

딱 맞는 검정 재킷 하나 걸쳤을 뿐인데. 차려입고 보니 모델 출신 배우의 옷태가 어디가나 싶다. '이렇게 잘 입고 다니는 매니저 없다', '내가 입고 있는 오리털 점퍼를 빌려 주겠다'는 매니저의 열화와 같은 반응을 뒤로 하고 성큼성큼 촬영장으로 나선 이천희다.

image


그러나 동하의 발길이 향하는 곳은 사랑하는 윤서(소이현 분)씨 곁. 남몰래 둘만의 결혼식까지 올린 부부건만, 서로를 보는 두 사람의 눈길은 아직도 애틋하기만 하다. 종종걸음으로 달려온 소이현의 목소리에 "윤서씨∼"라고 대답한 이천희의 얼굴에는 '헤벌쭉' 미소가 번진다. 배두나는 "그렇게 좋냐"며 싱긋 웃는다.

'윤서씨∼'는 이천희가 가장 많이 하는 대사. 때로는 수줍게,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감정을 담아, 한 회에도 수차례씩 시청자 귓가를 맴돈다. "그렇다고 그게 어렵지는 않다. 그때그때 감정이 담긴 거니까"라는 게 이천희의 설명이다.

"처음과 동아는 많이 달라졌어요. 처음에 동아는 하고 싶은 게 없는 사람이었어요. 뭔가 체념하고 있었죠. '뭐가 달라질 수 있겠어', '난 뭘 해도 안 돼.' 그랬다면 지금은 정말 이루고 싶은 꿈이 생겼죠. 그것 때문에 더 괴로워질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것이 좋아요."

동아만 달라진 것이 아니다. '글로리아'를 거쳐 오며 이천희도 완전히 달라졌다. '글로리아'를 보며 '패밀리가 떴다' 시절 어리숙한 '엉성천희' 이미지를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글로리아'의 수확 가운데 하나다.

image


칼바람 매서운 현장에서 이천희는 틈틈이 파트너 소이현을 살핀다. 입고 있던 오리털 점퍼를 벗어 걸쳐주는 것은 물론이다. 컷 소리가 나오자 다정히 팔짱을 끼고 잠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그런 자연스런 모습이 '동서커플'의 사랑 이야기에 그대로 묻어나오는 셈. 흐뭇하게 그 모습을 지켜보던 촬영 관계자들은 "젊은 네 주인공이 다들 비슷한 또래인데다 함께 촬영하는 신이 많아 현장이 더욱 화기애애하다"고 귀띔한다.

그러나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갑자기 나타난 서지석이 소이현을 한번 끌어안는다.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고개를 돌려보면 저쪽 유리문 너머 이들을 감시하는 시선. 이천희와 배두나는 잠시 눈길을 돌린다. 아, 복잡하게 얽힌 네 사람의 사랑은 여전히 아프고 힘들다.

과연 이들의 이야기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벼랑끝 인생의 화려한 인생역전은 과연 찾아올까. 이대영 CP는 "재미있게 지켜봐줬으면 좋겠다"는 말로 어물쩍 답변을 피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무는 가운데 김경희 PD의 우렁찬 목소리가 화들짝 정신을 꺠웠다. "좋습니다. 가죠!… 오케이!" 그리고 그들은 새벽 3시까지 이어질 밤샘 촬영을 위해 씩씩하게 자리를 옮겼다.

image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