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우 "대표작 계속 바뀌는 배우 되고싶다"(인터뷰)

임창수 기자 / 입력 : 2011.02.0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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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용우 ⓒ홍봉진기자 honggga@


박용우가 공채 탤런트 출신의 데뷔 17년차 배우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조연상의 영예를 안긴 '혈의 누'와 최강희와의 멜로 연기로 화제가 된 '달콤, 살벌한 연인', 코믹 액션 연기에 도전한 '원스 어폰 어 타임'까지. 제법 화제가 된 출연작들의 면면 가운데서도 정작 박용우는 늘 '조용한 세상'에 있는 듯 했다.

그는 오는 2월 17일 개봉하는 개구리 소년 실종 실화를 다룬 영화 '아이들...'에서 본사 복귀를 꿈꾸는 야심찬 다큐멘터리 PD 강지승 역을 맡았다. 15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인물로 다른 인물들의 색깔을 거울처럼 비춰내는 캐릭터다.


"다른 캐릭터들이 분명한 임무와 확실한 색깔을 가졌던 반면 제가 맡은 지승은 그들의 감정을 느끼고 경험하면서 관객들에게 다른 인물들의 감정을 전달하는 캐릭터였어요. 개인적으로는 열정을 넘어 나중에는 광기에 휩싸이는 황우혁 교수 역의 류승룡을 빨간색, 아이를 잃은 슬픔과 애잔함을 표현한 성지루와 김여진을 파란색으로 생각했죠. 한 쪽으로 기울지 않고 조율해서 전달하는데 집중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실화를 소재로 한 만큼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실존인물이었다. 그가 맡은 강지승 PD 역시 마찬가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과의 조우는 자연스레 디테일을 살리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졌다.

"제가 맡은 강지승은 영화 속에서 그나마 가장 가상인물에 가까운 인물이에요. 실제 모델이 된 분이 계시긴 한데 그 역할이 보다 확장된 케이스죠. 다큐멘터리 PD의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워낭소리'를 연출한 이충렬 감독님께 의상이라던가 습관 같은 부분에 대해 조언을 구했어요. 영화 속에 크게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배우로서 일종의 책임감 같은 거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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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용우 ⓒ홍봉진기자 honggga@


박용우는 캐스팅 단계부터 이규만 감독과 치열한 논의를 거치며 소통코자 노력했다. 이 감독이 제작보고회 자리에서 "대본을 한 줄 한 줄 물어뜯더라"라고 토로했을 정도. 그는 영화 '혈의 누'를 거치며 이 같은 변화를 모색했다.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된 데는 '혈의 누'가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제 배우 인생의 터닝 포인트랄 수 있는 작품이에요. 당시 감독님께서 '너는 왜 감독과 이야기를 많이 안하느냐. 영화에 관심이 없는 거냐.'고 하셨거든요. 저는 나름대로 꿈에 나올 만큼 역할에 몰입하고 연기자로서 절박함을 가지고 촬영에 임했었는데 말이죠. 그런 감독님의 말이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죠.

나중에 완성된 영화를 보고서야 감독님 말씀이 무슨 뜻인지 알겠더라구요. 감독님과 배우 모두 각양각색의 스타일이 있고 자기만의 계획이 있기 마련인데 그걸 소통하고 나누려는 노력이 당시엔 부족했던 거죠. 그 뒤로는 감독님들과 대화를 많이 하려 노력했죠. 덕분에 배우인생의 큰 재미가 하나 생겼어요.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영화라는 공통된 목표를 위해 모여서 소통하는 과정이 재미있기도 하고 서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더라구요."

실화를 다룬 영화에 대한 책임감은 촬영을 거듭할수록 커졌다. "처음에는 단순히 '재미가 있는가 없는가' 지엽적인 수준에서만 시나리오를 검토한 것 같다"는 그는 어느 샌가부터 답답한 현실에 대해 분노하며 역할에 물들어 갔다. 명예욕에 취재를 시작해 죄책감과 반성으로 사건의 뒤를 쫓는 강지승의 모습 그대로다.

"배우라면 모든 작품에 임할 때 항상 책임감을 갖게 되죠. 더구나 주연이라면 한 작품의 얼굴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흥행부문에서 오는 부담을 피할 수는 없어요. '아이들...' 같은 경우는 거기에 현실적인 사회적 책임감까지 플러스된 느낌이에요. 예전부터 작품을 통해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이렇게 정면으로 마주하긴 처음이에요. 상업영화기 때문에 흥행 면도 신경이 쓰이지만 자칫 왜곡된 시선으로 비춰질까 하는 걱정이 있죠. 사건 당사자 분들께 조금이라도 누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조심스럽기도 하구요."

박용우는 계속해서 대표작이 바뀌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혈의 누'의 김인권에서 '달콤, 살벌한 연인'의 황대우로 변신했듯이 끊임없이 기존의 모습을 벗고 새로운 대표작을 만들고 싶다고.

"언젠가 개그맨 정종철 씨가 상을 타고 인터뷰하는 걸 본 적이 있어요. '갈갈이의 산을 넘기 위해 마빡이를 기다리는 길이 참 길고 멀었다'는 내용이었는데 그게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결국 돌아보면 원론적인 것이 정답이더라구요. 영화가 만들어지고 제 연기가 그 안에서 잘 녹아나 인상을 남긴다면 결국 그게 대표작이 되는 거겠죠. '박용우는 멜로가 잘 어울려' '박용우는 코미디가 잘 어울려'라는 평가가 계속 바뀐다면 더 할 나위 없이 좋겠죠.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17년간의 묵묵한 정진과 꿈틀대는 배우로서의 욕심. 책임과 노력이라는 이름으로 꾸준히 전진하는 박용우는 조용하지만 부지런한 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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