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장형사' 엄효섭 "이젠 악역 그만하고파"(인터뷰)

김수진 기자 / 입력 : 2011.10.17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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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엄효섭 ⓒ이동훈 기자 photoguy@


"엄효섭이라는 배우 만큼이나 '도가니'의 장형사를 제대로 연기할 배우는 없다."

개봉중인 영화 '도가니'(감독 황동혁)의 제작자인 엄용훈 삼거리픽처스 대표의 말이다. 배우 엄효섭(46), 그는 영화에서 부패한 사회권력의 상징으로 묘사된 형사를 연기했다.


'도가니'는 개봉이후 이미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온 사회 고발 영화. 2000년부터 4년간 광주 인화학교에서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들이 장애학생을 상대로 성폭행을 한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엄효섭은 영화에서 교장의 범죄를 은폐하는 '장형사'를 연기했다. 그를 만났다.

엄효섭은 '도가니'에 출연한 4명의 악인 가운데 가장 친숙한 인물. 드라마와 영화, 연극 무대를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드라마와 영화에서는 낯익은 '악당'이다. 최근 종영된 KBS 2TV 미니시리즈 '공주의 남자'를 제외하곤 그 역시 악역 단골이라는 점에 공감했다.

"장형사, 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캐릭터? 그건 아니다. 원작 캐릭터가 있어서 어느 배우가 하든지 잘 할 것이다. 처음에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는 도저히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너무 세서 처음에는 못하겠다고 했다."


엄효섭은 주로 악역만 했다. 스스로도 "이젠 악역을 그만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다. 본인도 힘들어 하지만 그의 주변인들 역시 '엄효섭은 정말 내면이 따뜻한 부드러운 남자'고 평한다.

"드라마에서도 악역으로 낙인이 찍혀서 도저히 못하겠다고 했다. 평소 '나는 죽을 때까지 악역을 해야하나'는 고민이 있었다. '도가니'는 실제 벌어진 사실인데, 연기가 아무리 허구라도 해도 고민됐다. 사실 처음에 단박에 고사했다. 오랜 시간 고민했고 참여하게 됐다."

그는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해야 하기 때문에 출연했다. 시나리오의 완성도도 높았다"고 했다. 평범한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서, 배우로서, 방관자가 되고 싶지 않았기에 출연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엄효섭은 영화에서 광주 출신이지만 사투리가 아닌 표준어를 쓰려고 위장하는 장형사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캐릭터가 지닌 언어적 위장이 곧 비열하고 음흉한 장형사 캐릭터를 대변하는 것이며, 완성이다. 엄효섭은 이런 맥락에서 장형사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비록 짧은 장면이지만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는 평가다. 그는 "극단에 광주 출신 후배가 있어서 따로 교육을 받았다"고 했다.

사실 영화가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키며 실제 광주 인화학교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는 자신의 트위터 등을 통해 실제와 '장형사'가 많이 다르게 묘사됐으며, 과도한 공권력 묘사라는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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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엄효섭 ⓒ이동훈 기자 photoguy@


배우로서 엄효섭의 생각은 어떨까.

"물론 경찰들이 장형사처럼 다 그렇진 않다. 그분들 가운데는 일부가 캐릭터화 됐을 뿐이다. 사실 극중 장형사는 형사라는 직업의 캐릭터보다 모든 이들을 상징할 것이다. 소수의 아픔에 침묵한 모든 사람들이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상처받은 그들을 우리가 안아 줄 수 있는 자세를 취해야한다. 너무 마음 아픈 대목이다."

엄효섭에게는 중학교 3학년인 딸이 있다. 그렇기에 그는 더욱 '도가니'를 보며 마음 아팠다고 했다. 더불어 악역 이미지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이제는 좋은 역할을 하고 싶다. 나도 괴롭다. 보시는 분들이 '연기이니까'라고 생각하겠지만, 나부터도 '나쁜놈이다'는 생각을 한다. 보기만 해도 훈훈해지는 그런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은 바람이다."

혹 '도가니' 출연을 후회하고 있는 걸까. 그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이런 영화는 만들어져야하는 거고 누군가는 연기를 해야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사실 배우라는 직업은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삶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냐. 다 내려놓고 다 벌거 벗어야하는 뻔뻔한 직업이다. 나는 연쇄살인범에서 교사까지 작품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했다. 아마 말은 악역은 앞으로 하기 싫다고 하지만 아마 내 마음을 움직이는 악역이 또 주어진다면 또 연기 할 것이다. 나는 배우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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