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 강제규 감독 "관객 많∼이 들었으면 좋겠다"(인터뷰)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7년만의 복귀..'마이웨이' 강제규 감독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1.12.14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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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휘날리며'의 강제규 감독과 장동건이 7년만에 만든 새 전쟁영화 '마이웨이'. 1000만 관객이 들어야 본전이라는 한국 영화사 최대의 블록버스터. 한국인 감독이 한국전쟁을 벗어나 처음으로 재현하는 2차대전과 노르망디의 스펙터클. 한중일 자본과 배우를 끌어들인 초대형 프로젝트…. '마이웨이'에 대한 설명들은 반복할수록 막막하다. 이를 스크린에 구현할 이는 처음부터 강제규 감독뿐이었던 거다.

영화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마라톤 선수를 꿈꾸는 식민지 조선의 청년 김준식(장동건 분)과 그의 마라톤 라이벌이자 제국주의에 경도된 일본 청년 타츠오(오다기리 조 분) 두 남자가 겪은 2차대전을 그렸다. 경성과 만주, 시베리아와 노르망디를 오가는 대서사시가 전쟁의 스펙터클 속에 담겼다.


그 중심에 강제규 감독이 있다. 1998년 '쉬리', 2004년 '태극기 휘날리며'에 이은 '마이웨이'까지, 한국 블록버스터의 역사가 그의 필모그라피에 녹아 있다. 화제속에 '마이웨이'가 공개된 다음날 그 주인공 강제규 감독을 만났다. 지난 4년, '마이웨이'를 준비하며 몸무게 8kg이 빠졌다. 요새는 잠도 2∼3시간밖에 못 잔다. 강제규 감독은 그러나 옅은 미소를 띤 얼굴로 최선을 다해 만든 영화에 대해 말했다. 관객이 "많∼∼∼∼∼∼이 들었으면 좋겠다"면서.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7년만의 복귀다.

▶4년은 '마이웨이' 제작에 소요된 시간이고, 그 전에는 미국에서 영화를 준비했다. 저는 상업적이라고 판단했는데 그 사람들은 제 시나리오를 좀 어렵다고 보더라. 최근 미국에선 중간 예산 규모 영화를 거의 안하는데 공교롭게 그 전형인 7000만 달러 안팎 예산의 영화기도 했다. 진행이 잘 안 됐다. 동시에 에이전트를 통해 100여편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마음에 드는 시나리오가 없으니까 할 수도 없고. 그렇게 3년이 흘렀다.


그러고 나서 초고 시나리오를 봤고, SBS 다큐를 보고 하며 마음을 바꿨다.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이야기였다. 근현대사에 이런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동시에 영화화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첫번째로 했다. 규모, 스케일, 예산… 한국의 현실에서 담아낼 수 있을까.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해보자고 했고,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 갔고, 결국 끝이 났다. 우리 스태프 정말 대단하다.

-그 동안 가장 괴로운 시간이 있었다면?

▶아무래도 시나리오 작업을 한 시간이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기본 축이 있었지만 한 조선 청년의 궤적을 쫓아가는 이야기라 극 영화로서 미흡함이 컸던 거다. 어떻게 극화할 것이냐 시대를 추적하다보니 한국 사람 일본 사람이 같이 있었다는 게 정설이고, 그렇다면 이게 재밌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갈등, 아픔, 지배구조 그런 이야기도 입체적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여긴 한일의 두 청년 이야기지만 '태극기'에서도 형제긴 해도 역시 두 남자 이야기라 부담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이야기를 틀고 멜로도 넣고, 두 남자와 한 여자 구도로 간다 해서 기사도 나고 그랬다. 막상 그렇게 쓰고 나니 그걸 피하려는 게 함정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결국 두 남자 이야기를 하는 운명이구나 했다.

-원작자가 소송을 냈고, 책을 먼저 출판하는 등 잡음도 있었다.

▶거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회사와의 계약관계 때문에 서로 오해가 있었던 것 같고 법적으로는 정리가 된 것 같고, 제 입장에야 문제될 건 없었다. 제가 쓰는 과정에서 초안은 제목도 바뀌었고 내용도 바뀌었다. 그런데도 원작을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속상할 수 있다. 저도 시나리오를 쓰는 사람이고, 작가 신분으로 감독이 제 시나리오를 바꿔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제 시나리오보다 더 좋은 영화로 만들어주면 고맙지만 그게 희망대로 되지는 않으니까, 그런 심정적 문제였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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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영화가 공개됐다. 주위 반응은 어떤가.

▶기대 이상이라는 느낌이 있었던 것 같고, '태극기'때 많이 울었던 사람은 그런데서는 충족하지 못한 것도 같다. 그러나 사실 '태극기'와는 태생부터 다르다. 그건 가족의 이야기고 감정 이입이 너무 쉽다. 이건 대립관계 원수관계가 희망이 디어가는 이야기가 아닌가.

-전쟁의 스펙터클이 대단했다. 원래 비주얼에 대한 집착이 있지는 않나.

▶그 부분은 태생적으로 있다. 영화의 시작이 사진이었고, 고등학교 1학년 때 사진에 빠졌고, 대학에서 연출을 전공하면서 단편영화 11편을 했는데 한 5편은 연출을, 한 5편을 촬영을 했다. 그러다보니 영상이나 비주얼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미드나잇 익스프레스' 보면서 '저거야' 하고 충격이나 쾌감을 느꼈다. 그런 작업을 하는 게 즐겁고 재밌다.

-한국영화 처음으로 노르망디를 다뤘다. 날씨라든지 세세한 디테일을 바꿨는데, 전쟁물 마니아와 일반관객 중 어디에 비중을 두고 전투를 그렸나.

▶그 부분은 시작 때부터 규정을 하고 갔다. 노문한 전투, 독소전, 노르망디 등 리얼리티를 충실하게 따라가는 고증의 형태를 취할 것이냐, 기본적으로 고증을 하지만 관객들이 흥미롭게 볼 수 있도록 변형시킬 것이냐. 우리는 후자를 선택했다. 역사 학자들이 볼 때는 공습 시작은 몇 시고 날씨가 어땠고 이런 문제제기는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대신 그 리얼리티와 고증을 쫓아가다보면 상대적으로 잃는 부분이 있다. 저희는 오전 10시 11시대 시간대 광선을 이용하는 것이 저희 인물 감정을 고조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봤다. 노몬한 전투도 좀 더 극화한 부분이 있다. 의도성을 갖고 접근한 부분이다.

-대규모 제작비의 부담감이 컸을 텐데.

▶이런 이야기를 두고 영화화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할 정도로 매력적인 이야기였다. 이걸 누가 만들지 막연하게 생각해도 엄청나게 제작비가 들어갈 것 같은 거지. 대충 구성을 하고 정리를 하니까 그래도 300억은 들겠더라. 정말 다행스러운 것은 한국 일본 두 청년의 이야기가 공존하고, 하다보니 두 개 마켓이 있는 거다. 단순히 한국영화 만들어 일본, 중국에 수출하는 개념이 아니다. 투자자들도 그 떄문에 부담되는 규모를 받아들일 수 있지 않았을까. 국내 흥행에 국한됐다면 탄생하기 어려웠을 거다. 리스크가 너무 크다. 중국, 미국도 마찬가지다. 다원화된 시장을 베이스로 본 기획이었다.

-1000만이라야 본전이라고들 한다. 떨리지 않나.

▶다각화된 시장을 염두에 뒀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다른 마켓의 비중을 두고 접근한 영화 자체가 별로 없었으니까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부담은 저도 똑같이 갖고 있고 아무래도 부담이 크다. '태극기' 할 때보다 훨씬 크다.

-한국형 블록버스터 외연을 재정의 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영화가 한때 한류를 주도했지만 지금은 K팝, 드라마에 비해 기능과 역할이 상대적으로 축소돼 있다. 중국도 변하고 있고 앞으로 역학 관계 등 아시아를 전체적으로 조명할 때 한국영화의 미래가 어떻게 재정립돼야 할까 하는 부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최소한 한중일을 어우르는 동아시아 마켓 프로젝트를 능동적으로 만들어가야 하지 않는가 생각한다. 파이를 키워야 할리우드와도 경쟁할 수 있고, 미래 중국영화와도 경쟁할 수 있다.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다. '마이웨이'는 역시나 이에 부합되는 영화이기도 했다.

-미국 개봉은 어떻게 준비중인가.

▶영문자막 작업이 끝나면 조율을 할 것 같다. 조건이 맞는다면 공동배급 하는 형태로 2월 말이나 3월 첫째주 개봉을 예상한다. 독자적으로 할지, 현지 배급사와 함께할 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곧 결정될 것이다. 막연하게 크게 벌려서 좋은 건 아니다. '마이웨이'에 가장 좋은 방법을 고민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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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다기리 조가 맡은 타츠오가 입체적인 반면 장동건이 맡은 김준식이 평면적이란 평가가 있다.

▶시나리오 때부터 가지고 있는 갈증이기도 했다. 좋게 표현하면 우직하게 변하지 않는 거고 부정적으로 보면 평이한 거 아니야 이럴 수도 있으니까. 두 인물이 공히 변화되는 인물로 시나리오를 쓴 적도 있다. 김인권씨가 맡은 종대라는 인물을 믹스시킨 준식이가 있었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생존을 위해 얼굴을 바꾸는. 그런데 막상 준식까지 바꾸다보니까 각기 따로 노는 인물이 되고 평행선을 달리더라.

-장동건이란 배우 자체가 워낙 모범적인 이미지이기도 하다.

▶그럴수도 있겠다. 연기자들이 자기 역할 소화하다보면 닮은 꼴을 연기하기도 하고 다른 꼴은 연기하기도 한다. 이번 준식은 실제 장동건의 존재감이나 인품 성격과 굉장히 비슷한 인물이다.

-러닝타임이 2시간25분이다.

▶시나리오 쓰고 대충 계산하니 2시간40분 정도 되겠더라. 요즘 관객 긴 영화 싫어하는데 어쩌지 해서 흐름을 빠르게 가져간 것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태극기'보다 길게는 하지 말자고 정하고 갔다. 다행히 그보다는 시간이 좀 줄었다. 아쉬움도 많다. 예산 때문에 촬영 못 한 부분도 있고, 전투신 잘라내는데 너무 마음이 아픈거다. 여성 관객들은 전투신이 적을수록 보기 편해지는 부분이 있지 않나. 조율하는 게 쉽지 않더라. 일본에서는 배급사의 강력한 요청으로 12세관람가를 해야 해서 추가로 좀 더 자를 수 있다. 가슴이 아프지만 손을 떨면서 칼질을 해야 한다.

-일본어 대사가 80%쯤 된다. 다른 언어도 많고. 그럼에도 이물감은 없더라.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소련어 독일어… 상당히 많은 부분을 자막으로 봐야 하는 고민이 있었다. 한국어가 가진 독특함 때문에 감정 동화가 되는 법인데 언어적으로 벽이 있을 수 있겠다 했다. 처음엔 이질감이 스스로도 있었다. 하지만 장점이 될 수도 있겠다 했다. 대 서사적인 구조의 장점인 거다.

동건씨 경우는 언어에 대해 철저하게 준비를 해서 일본 사람들도 보다가 깜짝깜짝 놀랐다. '동건아, 여기선 중요한 감정 상황이 대부분 일본어라 어눌하면 안된다'고 했다. 조금이라도 어색하면 다 잡았다.

-영화인으로서 긴 계획, 목표가 있다면?

▶한국은 변화가 급격한 나라가 아닌가. 많은 게 빨리 변하고 교체된다. 제 또래의 감독이 없다. 20대에서 80대까지 감독이 포진해 있어야 그 나이에 맞는 깊이있고 입체적인 영화를 할 수 있다. 그게 할리우드의 힘이고 저력이다. 우리는 감독의 수명 자체가 짧다. 계속 영화를 찍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그 위치에 있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0년 뒤 20년 뒤에도 저도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게 가장 재미있는 일이다. 한국영화의 미래나 저의 미래를 위해서도 끊임없이 제 영화를 만드는 것이 제 미래 계획이다.

-그럼 앞으로는 다작을 할 생각인지.

▶다작은 안되고, 그래도 2~3년에 하나는 해야지 생각한다. 장르가 바뀔 가능성도 물론 있다. 다음에는 멜로가 찐하게 들어간 거 하려고 그런다. 물론 결정된 건 없다.

촬영을 하다보니 판빙빙이 오면 분위기가 확연하게 다르다. 여배우가 오면 애들 표정이 달라진다. 물론 그 중에 나도 있다. 여배우 없는 영화를 찍다보니 본의아니게 죄를 지으 것 같더라.(웃음) 반대로 여자 스태프들은 행복해했다.

-관객이 얼마나 들었으면 하는지.

▶그냥 많이 들었으면 좋겠다. 많~~~~~~~~~이 들었으면 좋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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