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PD' 송창의 "새롭지 않으면 하지마라"①

김수진 문완식 기자 / 입력 : 2012.01.20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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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의 CJ E&M 프로그램 개발센터장ⓒ사진=박용훈 인턴기자 yh01@


"새롭지 않다면 굳이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 것은 내가 안 해도 다른 사람들이 하거든요."

송창의(59) CJ E&M 프로그램 개발센터장은 국내 예능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지난 1977년 MBC PD로 입사,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MBC의 대표 예능으로 키워냈고 '남자 셋 여자 셋', '세 친구' 등으로 시트콤사(史)에 새로운 역사를 썼다. 그는 늘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으로 승부, 예능의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어 내며 예능계의 '트렌드 세터'로 자리매김해왔다.


송 개발센터장은 지난 2005년 아직 그 존재가 미약하던 케이블계로 이동, tvN에서 '화성인 바이러스', '못돼먹은 영애씨', 'TAXI' 등 주옥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며 케이블TV가 지상파와 동등한 반열에 올라서는 데 일조했다.

예능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그는 지난해 '격을 파하라'(발행 램덤하우스 코리아)는 제목의 책을 냈다. 요는 남들과 달리 생각하고, 창의성을 발휘하라는 것. 그의 이름과 같은 '창의'는 이제 '송창의 인생'의 화두다. 송 센터장이 말하는 '창의'란 무엇일까.

지난 10일 서울 상암동 CJ E&M센터 내 개발센터장 실에서 만난 송 센터장은 우리나이로 60세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젊고 활력이 넘쳤다. 홍대의 문화를 즐기고, 수준급의 그림실력을 갖춘 그는 '청년' 같았다. 감기를 앓고 있다고 했지만 그 눈빛은 매의 눈처럼 강렬히 빛났다.


-올해로 PD입문 36년차인데 '격을 파하라'라는 책을 쓴 계기가 따로 있습니까.

▶되게 웃긴 계기였어요. 책 같은 건 쓸 생각도 없었고, 내가 그런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죠. 우연히 재작년에 우리 회사 마케팅팀장이 새로 마케팅팀을 꾸렸는데 저보고 강연까지는 아니더라도 얘기를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1시간 30분 정도 얘기했는데 그 친구가 사내 방송용으로 녹화를 하겠다고 했어요. 책 한 번 내보면 어떻겠냐고 해서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라. 이 까짓것 갖고 책이 되겠냐'고 했는데, 나중에 기획안을 들고 왔더라고요. '이런 것도 책이 되는구나' 생각했습니다(웃음). 굉장히 우연적으로 책을 내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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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의 CJ E&M 프로그램 개발센터장ⓒ사진=박용훈 인턴기자 yh01@


◆"투자 없는 창의는 없다..창의는 머리가 아닌 엉덩이서 나오는 것"

-송 센터장의 책을 보면 '창의는 습관에서 오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런 습관은 언제부터 형성된 것인가요. 태생적인 건가요?

▶어린 시절부터 생긴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한 가지 얘기할 수 있는 건 꾸준한 자기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이 세상에 공짜는 없거든요. 창의도 진화를 하는 것이고 발전을 하는 것입니다. 투자 없는 창의는 없어요. 항상 제가 후배들에게 하는 얘기가 '일을 하려고 하지 마라. 일은 결국 누가 하는 것이냐. 내가 하는 것 아니냐. 내가 '앵꼬'가 됐는데 무슨 일을 하냐. 일을 하려면 너부터 챙겨라. 너를 챙기고 너를 사랑하고 거울을 보고 너를 부끄러워하지 말고 네가 설레고 아침 출근길에 너 스스로 설레야 일을 하는 것이다'라고 말하죠.

페라리든 벤츠든 아무리 좋은 차도 설악산을 가든 어디를 가든 기름이 필요하잖아요? 휘발유부터 채워야 어디를 가지 않겠어요? 그게 기본이죠. '앵꼬'가 됐는데 어디를 달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창의 역시 자기 투자가 먼저입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나 잔머리를 굴리는 것이 아니라. 우직함에서 창의가 나옵니다. 저는 그래요, 창의는 머리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엉덩이에서 나온다고요. 진득하게 뭔가 생각을 하고 그러면서 창의가 나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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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의 CJ E&M 프로그램 개발센터장ⓒ사진=박용훈 인턴기자 yh01@


-'몰카'가 설 특집 프로젝트로 부활한다고 하는데, 요즘 예능에 대해 진단을 한다면?

▶진단이랄 것도 없어요. 예능은 그 시대 시대마다 유행하는 트렌드를 따라하거나 이끌어가거나 하는 것이라 제가 '이것은 이것이다'라고 정답을 얘기하는 것은 위험한 얘기고 그럴 수도 없죠. 예를 들면 옛날 가수나 옛날 코미디언들은 인터뷰를 하면 항상 옛날이 좋았다고 그래요. 옛날에 뭐가 있었고 뭐가 있었다라고 하는데 그거 참 이상한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각자 그 시대에 따라 다는 것이거든요. 그들은 그 시대에 맞는 음악을, 코미디를 한 것이죠. 그건 다양성의 문제이지 어떤 게 좋다 나쁘다, 크리에이티브(창의)에 정답은 없어요.

요즘 예능에 대해 말해달라면 퀄리티에 대해서는 얘기할 수 있어요. 어떤 프로는 잘 만든다, 못 만든다 얘기할 수 있지만 전반적인 트렌드에 대해서는 무조건 다양한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시청자들이 골라 먹을 수 있는 반찬이 많으면 좋은 것이거든요. 다만 우르르 끌려가는 게 제일 싫어요. 결국 창의에 관한 얘기지만 뭐가 되면 다 따라가고 출연자들도 만날 나오는 출연자 한 20명 갖고 하고, 포맷도 그렇고. 내가 만약 그런 입장이라면 내 스스로 반성할 겁니다.

②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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