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마친 나영석PD "쉬는 것도 힘드네요"①

김수진 문완식 기자 / 입력 : 2012.03.1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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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 KBS PD ⓒ남윤호 인턴기자 yh85@


"이 인터뷰가 마지막 인터뷰입니다."

인터뷰를 위해 마주한 그의 얼굴은 한결 편해보였다. 얼마 전 전북 정읍 '1박2일' 마지막 촬영 당시 봤던, '야생적인' 모습과는 또 달랐다. 5년간 동고동락했던 '1박2일'을 마친 나PD. 그는 근황을 묻는 질문에 "쉬는 것도 힘들다"고 웃으며 말했다. 말은 "속 시원하다"고 했지만 이내 "시원섭섭하다"고 속내를 조금씩 드러냈다.


방송에서 보이듯 그는 달변가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과묵한 성격은 아니다. "나PD님 나빠요"라는 멤버들의 말처럼 자신의 의지를 관철할 줄도 알고, 아주 재밌지만 않지만 유머러스하게 말을 꾸밀 줄도 안다.

'1박2일' 끝낸 후 하루 3개씩 20회가 넘는 인터뷰를 했다는 그를 만나 '1박2일'PD로서 '마지막 공식 인터뷰'를 했다.

-여유가 생겨서 좋겠다. 5년간 했는데, 짧은 것 같기도 하다.


▶원래는 개편 맞춰 프로그램이 끝나는데 나 같은 경우는 개편을 최소 2달을 남겨둔 시점에서 그만두게 됐다. 조용히 사라지길 기도하고 있다(웃음).

-개편하면 프로듀서만 하나? 아니면 직접 연출을 하나(그는 지난해 말 '1박2일'을 성공적으로 이끈 공을 인정받아 '특진'했다).

▶일에 대한 얘기는 전진국 국장님께 물어보시라. 하하. 저도 조직에서 가장 아래단계에 있는 사람이라서. 제가 '프로듀싱 좀 하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하하.

-'1박2일' 새 시즌 첫 방송은 봤나.

▶봤다. 다 본 것은 아니다. 앞부분은 아이 때문에 보다 안보다, 뒷부분은 다 봤다. 볼만했다. 재밌었다.

-나PD 언급이 나왔는데(지난 4일 '1박2일' 새 시즌 첫 방송에서 예기치않은 상황이 발생하자 이수근은 최재형PD에게 "나PD는 이런 상황 정리 잘했다"고 말했다).

▶그런 부분은 못 봤다. 백아도에 도착한, 본격적인 부분부터 봤다. 나에 대한 얘기는 기사를 통해서 접했고, 촬영 팀을 통해 접했다. '1박2일'에서 PD에 대한 멤버들의 언급은 '1박2일'만의 특성일 수 있다. PD가 결국 촬영현장에서는 권력의 극점이라고 보면 권력자의 뒷담화 같은 재미를 이수근씨는 알고 있는 분이다. 뭐라도 해 볼라고 노력한 거라고 본다.

-촬영이 없으니 허전하지 않나.

▶허전한 건 있지만, 이는 잠깐이다. 일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내가 지금 '1박2일'에 관심을 가져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관심을 가지면 지금하고 있는 팀에 누를 끼치는 거다. 허전한 건 별로 없다. 그동안 하루에 2~3개의 인터뷰 일정을 소화했다. 오늘이 마지막 인터뷰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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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 KBS PD ⓒ남윤호 인턴기자 yh85@


-달라진 점은?

▶늘 오던 기자 분들의 전화도 안 오고, 이런 부분이 아쉬워질 때가 있다. 하하. 다른 건 궁금하지 않은데, 시청률은 궁금할 때가 있다. 그런데 시청률 문자도 안 오고, 이런 부분은 아쉽다. 아쉬움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마지막 방송에서 MC몽, 강호동 등이 편집돼 방송됐다. 의미 있는 것인가.

▶이유가 있다. 우리프로그램에서 소중한 분들이다. 지난 5년간의 '1박2일'이 마지막이기 때문에 한번 짚고 넘어가야 새로 시작하는 팀도 신선하게 첫 발을 내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많은 일이 있었던 것을 자막으로 처리했다. 우리 프로그램은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방송 돼 영상으로 나오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포함하고 있는 것 같다. 강호동씨의 부재, 없는 상황에서 빈약하지만 열심히 해보려고 했던 것이나 김C형의 부재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외국인 노동자 특집 편이다. '1박2일'을 하면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제가 그때 기억이 남았던 건, 가족 간의 사랑이나 그리움은 유니버설한 감정이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우리 고향에 계신 어머니나, 한국에 돈 벌러 간 아들을 둔 파키스탄 어머니나 다 동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집할 때마다 울었고, 방송 볼 때도 울었다.

-나영석은 감성적인 사람인가? '1박2일'을 보면 느껴진다.

▶예능PD 중에서 감성적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예능이 여러 종류가 있지만 그냥 단지 재미를 주는 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울림을 주려는 욕심이 있다. '1박2일'처럼 시청률이 많이 나오는 프로그램은 재미 외에 또 다른 것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게 의무라고 생각한다. 있는 집 사람들이 곳간을 열어놓고 살아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어찌 보면 여유가 있는 프로그램이 '1박2일' 아닌가.

-구상 중인 차기 프로그램이 있나.

▶차기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제로'(0)다(웃음).

-다른 방송사로의 이적 얘기도 여전히 많이 나온다.

▶이적을 생각하고 있진 않다. '1박2일'을 한창 하고 있을 때 '그만둔다더라, 빠진다더라'는 기사가 자주 나왔는데, 그럴 때마다 정말 그 기사를 쓴 기자 목을 비틀어버리고 싶었다(웃음).

-강호동, 아쉬울 것 같다.

▶아쉽다. 일은 곧 사람이 하는 일이다. 이런 얘기를 하면 어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리얼 버라이어티를 하다보면 어느 순간 공과 사가 구분 지으려고 해도, 5년을 함께 하다보면 경계가 허물어질 때가 있다. PD와 인간으로 취하는 태도가 다르다. 예를 들어 김C가 그만 둔다고 하면 공인인 저는 PD로서는 내가 필요하니까 '떠나지 마세요'라고 말하면서 잡는다. 자연인인 저는 '형이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왜냐면, 형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아니까. 아직도 판결을 기다리고 있지만 몽이도 마찬가지다. PD라면 MC몽을 피해야한다. 하지만 자연인으로서 나는 누구보다 그를 사랑하는 형이다. 강호동씨도 마찬가지다. 이런 면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②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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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 KBS PD ⓒ남윤호 인턴기자 yh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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