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중간결산] 홍상수 평점 2점..수상 가능성은?①

칸(프랑스)=전형화 기자 / 입력 : 2012.05.22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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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다른나라에서' 갈라스크리닝에서 홍상수 감독과 문소리 등이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고 있다. 칸(프랑스)=전형화 기자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간) 개막한 제65회 칸국제영화제 반환점을 돌았다.

올해 칸은 남프랑스의 화창한 날씨였던 예년과 달리 거센 바람이 휘몰아 친데다 얼음 같이 차가운 비가 20일부터 내리기 시작해 여러 행사에 차질을 빚었다. 해변을 메우던 관광객도 사라졌으며, 각종 행사도 취소됐다.


그래도 황금종려상을 향한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싸늘했던 칸의 분위기가 점차 달아오르고 있다.

21일에는 홍상수 감독의 '다른나라에서'를 비롯해 90세 거장 알랭 르네 감독의 '당신은 아직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사랑에 빠진 누군가처럼'이 나란히 공개, 거장들이 진검승부를 겨뤘다.

칸영화제 기간 발행하는 스크린인터내셔널 데일리에선 10인 평가단이 '다른나라에서'에 4점 만점에 2.0점을 줬다. 8개 매체 15명이 0점부터 4점을 주는 르 필름 프랑세즈에선 참여한 11명 점수를 합산해 나누면 1.4점에 그쳤다. 21일까지 공개된 경쟁작 12편 중 스크린 평점순위는 8번째다.


이날 함께 선보인 알랭 르네 감독의 '당신은 아직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는 스크린 평점 2.6점을,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사랑에 빠진 누군가처럼'은 2.4점으로 집계됐다.

반환점을 돈 현재, 공개된 경쟁작 12편중에선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러브'가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러브'는 80세 노부부의 사랑 이야기. 어느 날 갑자기 아내가 중풍에 걸리자 세심하게 보살피는 남편의 모습을 밀도 있게 쫓아간다. 문을 박차고 들어선 경찰이 죽은 아내를 발견하는 첫 장면부터 부부가 나누는 사소한 대사 하나하나까지 사랑이란 주제를 유려하게 따라간다. 스크린에 손을 뻗으면 사랑이 잡힐 것 같다.

'러브'는 스크린인터내셔널에서 3.3점을 받아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의 '비욘드 더 힐즈'와 함께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러브'는 르 필름 프랑세즈에선 평가에 참여한 12명 중 7명이 4점 만점을 줬다. 역시 최고 점수다.

현지에선 벌써 미하엘 하네케 감독이 '하얀리본'에 이어 또 다시 황금종려상을 탈 것이라며 점치는 분위기다.

'4개월,3주 그리고 2일'로 2007년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던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도 황금종려상의 유력한 후보다. '비욘드 더 힐즈'는 친구를 독일로 데려가기 위해 고향을 찾은 20대 중반의 여인과 신에 귀의한 친구가 겪는 일을 그린 휴먼드라마. 스크린인터내셜에선 3.3점을 받았다. 르 필름 프랑세즈에서는 평가에 참여한 11명 중 1명이 4점을, 5명이 3점을 줬으며, 3명이 1점을, 1명이 0점을 주는 등 평이 엇갈렸다. 토마스 빈터버그 감독의 '더 헌트'는 스크린인터내셔널에서 2.8점을 받았다. 르 필름 프랑세즈에선 두 명이 4점을 줬지만 7명이 1점을 줬다.

영화제 초반에 선보인 경쟁작들은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진 못했다. 2011년 이집트 혁명을 다룬 유스리 나스랄라 감독의 '애프더 더 배틀'과 울리히 자이들 감독의 '파라다이스:러브'는 나란히 1.5점으로 최하 점수를 받았다. 존 힐코트의 '로리스'는 1.7점, 마테오 가로네의 '리얼리티'도 1.9점에 그쳤다.

'예언자'로 2009년 칸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러스트 앤 본'도 2.9점에 불과했다. 그래도 여주인공 마리옹 코티아르가 다리가 잘리는 불운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 여우주연상 후보로 꼽히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아직 중반이긴 하지만 올해 칸영화제 경쟁작들의 전반적인 경향은 나쁘게 표현하면 심심하고, 좋게 표현하면 작은 사건을 통해 깊은 성찰로 이끈다. 황금종려상 유력한 후보인 '러브'와 '비욘드 더 힐즈'도 일상에 균열을 일으키는 작은 사건을 통해 인물들의 내면을 쫓아가는 이야기다.

이런 가운데 과연 경쟁부문에 초청된 한국영화 두 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홍상수 감독의 '다른나라에서'는 올해 경쟁작들의 경향을 쫓는 반면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은 180도 달라 오히려 기대를 모은다. 통상 폐막식 전날 상영하는 경쟁작은 버리는 카드거나 깜짝 수상 확률이 높다.

눈여겨 볼 점은 최근 칸영화제 수상작들은 대개 유럽, 특히 프랑스에서 투자했거나 배급이 확정된 영화들이다. '다른나라에서'는 디아파나에서, '돈의 맛'은 와일드사이드에서 프랑스 배급을 각각 확정했다. 디아파나는 이창동 감독의 '시'와 '밀양', 봉준호 감독의 '마더'를 프랑스에서 배급했다. 와일드사이드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와 '박쥐', 나홍진 감독의 '황해'를 프랑스에 소개했다.

색깔이 분명한 두 회사가 각각 '다른나라에서'와 '돈의 맛'을 일찌감치 선점했기에 수상에 대한 기대를 조심스럽게 가져볼 만하다. 지금까지 한국영화는 칸 경쟁 부문에 2편이 나란히 초청될 때 반드시 한 편은 수상의 기쁨을 맛봤다.

과연 올해도 한국영화가 트로피를 품에 안을 수 있을지, 27일 폐막식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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