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 황금사자상 수상이 기쁜 진짜 이유

[기자수첩]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2.09.09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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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52)이 한국이 처음으로 수상한 3대 국제영화제 최고상의 주인공이 됐다. 역시 그였다.

제 6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폐막식이 8일 오후 7시(이하 현지시각) 이탈리아 베니스 리도섬에 위치한 영화제 메인 상영관 살라 그란데에서 열린 가운데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김기덕 감독은 조민수와 함께 환한 얼굴로 폐막식에 참석, 세계 영화인들의 축하 속에 금빛 사자상 트로피를 받아들었다. 김기덕 감독은 수상소감에 이어 우리 민요 '아리랑'을 불렀다.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그 모습은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포효했던 그의 날선 모습과 자꾸 겹쳐졌다. 당시 그는 문제작 '아리랑'을 내놓고 은둔 3년만에 칸을 찾았다. 도전적인 셀프 다큐멘터리였던 '아리랑'에서 그는 세상을 향해 욕설을 내뱉고 한국 영화계를 비난했으며 술에 취한 채 울다 웃으며 결국 세상을 향해 총질을 해댔다. 너무나 영화를 만들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다며 울었다.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를 모두 거절했던 그는 유일하게 진행한 공식 TV 인터뷰에서 난데없이 '한오백년'을 불렀다. "한 많은 이 세상 야속한 님아."


이미 베니스 감독상과 베를린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칸까지 3대 영화제를 누벼 온 김기덕 감독은 이미 세계가 인정한 한국의 거장. 그러나 그를 열등감의 괴물로 표현하길 주저않는 언론은, 특히 한국의 언론은 그에게 기피 대상이나 다름없었다.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마침 이창동 감독과 식사중인 김기덕 감독을 발견, 식사를 마치고 나가던 그를 달려가 붙잡았을 때, 김기덕 감독은 인사 한 마디와 함께 함께 있던 다른 이의 손을 슥 넘겨준 채 총총히 골목길로 사라졌다. 칸은 주목할만한시선상을 안기며 김기덕의 귀환을 환영했지만, 여전히 그는 은둔자였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2년 '피에타'와 함께 돌아온 김기덕 감독은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채무자를 불구로 만들어 보험금을 가져가는 잔인한 추심업자, 그 앞에 나타난 어머니라는 여자, 두 사람을 통해 잔혹한 자본주의를 말하는 '피에타'는 폭력적인 남자를 내세운 그의 강렬한 초기작을 떠올리게 한다. 동시에 모성의 양면, 구원과 속죄를 아우르는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 밖 모습도 달라졌다. 김기덕 감독은 입을 닫고 문을 걸어 잠그는 대신 예능 프로그램까지 적극적으로 출연하며 대중과의 소통에 나섰다. 수십명 연예인들이 앉아 과거사를 스스로 폭로하는 SBS '강심장'에까지 나간 그의 변화는 그 자체로 극적이다.

그가 이렇게 세상을 향해, 대중을 향해 두 팔을 벌린 이 때, 마침 그에게 주어진 황금사자상은 더없이 고맙고 반갑다. 김기덕 감독은 베니스로 떠나기에 앞서 상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기자회견 말미 수상 공약 중 하나로 "다음 영화를 꼭 만들겠다"는 의미심장한 약속을 내걸었다. 현장을 지켜보던 그 순간 가슴이 철렁했음을 뒤늦게 고백한다. 그 공약은 이렇게까지 해도 안 된다면 다음 영화를 만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로 들렸다.

이제 안심하고 그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됐다. 한국 최초의 3대 영화제 최고상 수상이아 어차피 타이틀일 뿐. 마침 관객도 돌아온 그에게 응답하고 있다. 4년만에 정식으로 한국의 극장에 걸린 김기덕 감독의 영화인 '피에타'는 평일 하루 1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개봉 3일만에 약 4만명을 모으는 의미있는 성과를 냈다.

1996년 데뷔작 '악어' 이후 16년, 쉼없이 18편의 영화를 만들어 온 그의 19번째 영화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그때쯤이면 김기덕 감독도 '비몽' 이후 4년째 미뤄왔던 인터뷰에 나설까. 김기덕 감독의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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