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 '26년' '퍼스트레이디'..정치를 품은 영화들④

[★리포트]

안이슬 기자 / 입력 : 2012.09.1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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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나는 왕이로소이다' '간첩' '26년' 스틸


대선이 세 달 앞으로 다가왔다. 매년 그렇듯 올해도 한 차례 거센 정치 사람이 불 듯하다. 대선과 맞물러 '정치'를 담은 영화가 개봉하는 건 단순히 우연의 일치일까, 일종의 노림수일까. 하반기 정치를 품은 영화들이 관객을 만난다.

조선시대는 우리나라 대중문화계에서 사극의 배경으로 가장 많이 선택을 받는 시기다. 역사적 고증이 많은 것은 물론이고 파란만장한 역사 또한 매력적인 소재다. 올 하반기에도 역시 조선의 왕을 다룬 영화들이 줄을 잇는다. 지난 8월 8일 개봉해 톡톡한 재미를 봤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부터 지난 13일 개봉해 가을 흥행작 탄생을 예고하고 있는 '광해, 왕이 된 남자'까지 조선의 왕들의 활약이 거세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는 사도세자, 정조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돈 보다 귀한 권력의 상징인 '얼음'을 차지하기 위한 좌의정의 계략에 맞서는 덕무(차태현 분) 일당의 이야기다. 권력을 이용해 얼음 유통권을 독점하고, 허수아비 왕을 세우려는 좌의정의 계략은 현대 정치인들의 정경유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린 시절 덕무 일당을 도왔던 꼬마가 후에 정약용이 된다는 설정도 재미있다. 이덕무 백동수 등 정조시대 실존 인물들이 등장하는 것도 또 바른 볼거리.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성군 세종이 왕이 되는 과정을 색다르게 접근한다. 왕이 되기 싫어 궁을 떠난 충녕(주지훈 분)이 어려운 민생을 낱낱이 살핀 후 백성을 위하는 성군으로 거듭난다는 설정이다.

강대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것이 없다. 영화에서 명나라 사신은 세자 책봉을 빌미로 무리한 요구를 해 오고 충녕은 당당하게 사신에게 일침을 가한다. 지금 상황으로 바꿔 보자면 우리나라 대통령이 미국 외교부 장관에게 호통을 친 격이랄까.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속에도 권력에 대한 탐욕은 여실히 들어난다. 매일 밤 암살 위협에 시달리고, 먹는 음식마다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살얼음판 같은 궁에서 살아가는 군주 광해. 가짜를 세우고 싶은 그의 마음도 십분 이해가 간다.

대동법과 호패법을 시행하고자하는 광해(이병헌 분)와 허균(류승룡 분) 일당과 지주인 자신들의 이해를 위해 이를 반대하는 대신들의 갈등은 파를 나누어 극렬하게 대립했던 조선시대 붕당정치의 모습을 그대로 담았다. 권력을 얻기 위해 중전(한효주 분)의 오라비를 역적으로 몰아가는 계략도 서슴지 않는다.

조선시대를 다룬 사극들이 백성을 위하는 군주의 모습을 다뤄 현실정치를 우회했다면 영화 '26년'은 한 국가의 수장인 대통령의 부조리한 모습을 담는다.

영화 '26년'은 1980년대 독재정권에 대한 심판을 다룬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광주민주화운동에 책임이 있는 전직 대통령을 암살한다는 내용은 담았다. 2008년 캐스팅을 완료하고 촬영에 돌입하기 직전 돌연 투자가 취소됐던 '26년'은 예비 관객들에게 제작비를 투자받는 제작두레 형식으로 4년 만에 제작에 돌입했다.

시작부터 외풍 의혹이 일었을 만큼 '26년'은 정치적으로 화제가 될 만한 영화다. 아직 살아있는 전직 대통령을 암살한다는 설정인데다 대선으로 한창 정치권이 뜨거운 11월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어 그 파장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오는 20일 개봉을 앞둔 영화 '간첩'에도 정치적인 문제가 묻어난다. 소를 키우는 우대리(정겨운 분)는 한미FTA 반대 운동의 선봉에 서있고, 15년차 간첩 강대리(염정아 분)는 우대리에게 "인터넷이 만든 괴담이잖아. 싸고 맛만 좋더라"며 미국산 소고기를 두둔한다.

생계형 간첩 김과장(김명민 분)은 촛불 시위를 주동했다는 이유로 북에 공작금을 요청하기도 한다. 이는 촛불 시위는 남한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려는 북의 공작이라는 일부 보수단체들의 주장을 떠오르게 한다.

'부러진 화살'로 사법부를 비판했던 정지영 감독은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자전수기를 바탕으로 한 '남영동 1985'를 내놓는다. 김 전 고문이 민주화운동청년연합 의장이던 1985년,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22일 동안 고문당한 내용을 적나라하게 그린다. 다음달 개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다.

고(故) 육영수 여사의 삶을 다룬 영화 '퍼스트레이디-그녀에게'도 만들어진다. 대선을 앞둔 시기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어머니 일대기를 그린 만큼 벌써부터 말들이 무성하다. 감우성이 박정희 전 대통령 역을, 한은정이 육영수 여사 역을 맡았다. 대선을 앞둔 11월말 개봉이 목표다.

국가의 수장인 대통령을 뽑는 일,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어떤 인물을 골라야 할 지 고민이 된다면 '정치'를 품은 영화들을 한번 훑어보는 건 어떨까. 역사 속 폭군들과 성군은 물론 근현대의 독재와 사회적 쟁점까지 담은 영화들에서 대선의 답을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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