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효주 "욕설연기, 들이대기..통쾌했어요"(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2.12.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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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정 기자 photonine@


"막 통쾌했어요. 재밌었어요. 평소에는 못해보잖아요. 너무 적어서 아쉬워요."

영화 '반창꼬'(감독 정기훈) 개봉을 앞둔 한효주는 한결 경쾌해진 모습이었다. 치렁치렁한 긴 머리는 단발머리로 싹둑 잘랐다. 영화에선 여전히 긴 머리지만 변화는 드라마틱하다. 1200만 영화 '광해'의 한효주를 떠올린다면 더더욱.


'반창꼬'에서 한효주가 맡은 의사 미수는 자신을 드러내는 데 거침없는 여자다. 좋아하는 이에게 다가갈 때도, 사랑을 표현할 때도, 반감을 표현할 때도 거리낌이 없다. 그 모습이 내내 사랑스럽다.

나이에 딱 맞는 캐릭터로 사랑과 상처를 그러낸 그녀는 영화 속 미수처럼 건강하고 경쾌했다. 별다른 대사도 없이 내내 말간 표정으로 슬픈 미소를 짓고 있던 '광해'의 중전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지만, 꾸미지 않을수록 빛나는 모습이 여전했다.

촬영이 한창 진행되던 시기 '도둑들'의 전지현이 "어~마어마한 쌍년" 대사를 맛깔나게 소화하는 것을 보고는 "우리도 더 세게 가야한다"고 감독을 졸랐다는 한효주. 동년배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26살 여배우에겐 아직 보여주지 않은 얼굴이 많다.


-영화에서 고수에게 막 들이댄다. 색다르고 귀여웠다.

▶아무래도 색다르디.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모습이다. 갖고 있었던 성격인지는 몰라도. 연기하면서 느꼈다. '아 나한테 이런 게 있구나, 나 원래 이런 거 할 줄 아는 애구나.'(웃음) 억눌려 있었던 뭔가가 있었는데 저 밑에 깔려 있었구나. 그런게 없었으면 못했을 것 같디. 너무 재밌었고 연기하면서도 즐거웠다. 통쾌했다. 남자들도 들이대주는 여자 좋아할 것 같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그런 모습을 여자들도 좋아할 수 있을 것 같고.

-욕도 처음 아닌가. 어땠나.

▶욕하는 거 아주 통쾌했다. 좀 더 넣었어야 했는데 적어서 아쉽다. 이번이 아니면 언제 막 욕을 하고 막 들이대 보겠나(웃음) 촬영 때 즈음에 '도둑들'을 보러 갔는데 거기서 전지현의 '어~마어마한 쌍년같아'가 나오는 거다. 와서는 '감독님 우리도 더 가야 돼요' 막 그랬다. 감독님은 '이정도면 된다'고 말리셨지만.(웃음) 욕을 해도 걸쭉한 게 아니라 미수 캐릭터에 맞게 귀염성 있게 하니까 괜찮았던 것 같다.

-심지어 이걸 '광해'와 함께 찍었다니 놀랍다.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억눌려 있다가 분출하는 건 쉬운데 분출하다가 억누르는 게 어려웠다. '반창꼬'에서 소리 지르고 까불다가 다음날 중전이 되어야 하는데 힘들었다. 그럴 땐 음악도 차분하게 듣고, 감정도 계속 가라앉히고, 연기했던 대사도 계속 반복해봤다. 그러지 않으면 톤이 한 톤 뜬다. 제가 먼저 안다. 물론 감독님도 아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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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정 기자 photonine@


-'광해'로 1000만 배우가 됐다. 기분이 어떤가.

▶잘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잘될 줄이야 저도 몰랐다. '1000만 배우'라는 생각은 사실 전~혀 없다. 그런 이야기를 갖다 붙여 주시는 것도 감사하지만 너무 어색하고. 좋은 의미의 수식어고, 평생에 한 번 붙을까말까 모르는 이야기 아닌가. 그런 좋은 수식어를 붙여주시는 게 감사하지만 저는 좀 과분한 것 같다. 역할도 크지 않았고, 어색하다.

-그거 말고도 수식어 많은데. 청순여신 단아지존….

▶아악. 그런 거 많이 어색하다. 물론 감사드리지만, 어색 돋는다!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면 그것이 연기하는 배우한테도 자연히 영향을 미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반창꼬'는 많은 변화를 가져다 준 작품같다. 제 성격 자체가 좀 억눌려있는 부분이 있고, 욕심이 많다보니까 욕심만큼 안되면 자책도 한다. 다른 사람 배려를 먼저 해야겠다고도 생각하고. 어렸을 적부터 그렇게 교육을 받다보니 알게 모르게 그런 성격이 됐다. 그런 내가 자기중심적인 아이를 표현했다. 하다보니 너무 행복한 거다. 내 순서가 잘못됐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고, 내가 스스로 나를 먼저 챙기자는 사고방식이 해보니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이기적인 게 아니라, 나를 제일 일순위에 두는 것. 그러면서 오는 변화가 있는 것 같다.

-감독의 주문은 따로 없었나.

▶그냥 마구잡이로 놀게끔 해 주셨다. 감독님과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러다보니 현장이 편해졌고, 나는 아니라고 하지만 꽤 힘이 들어가 있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감독님은 그냥 대사만 외워오라고, '내가 다 알아서 할게' 이러시는 거다. 처음 들으면 신뢰가 안 간다. '어떻게 책임지려고' 그러지. 하지만 나중엔 점점 믿음이 생겼다.

-감독의 전작인 '애자'도 여자의 이야기가 돋보였다.

▶몇 년 전에 '애자'를 봤을 때부터 감독님과 일해 봤으면 좋겠다고, 돌이켜보면 그 때부터 생각했던 것 같다. 여자들이 좋아하는 여자 캐릭터였다. 이 분이 여자를 잘 아신다. 티를 잘 안 내시는 데다 마초 같은데 그렇게 디테일하게 감정을 캐치하시더라. 신기하더라. 순정 마초도 아니고 디테일한 마초랄까.

-이제 20대 중반이다. 자신의 나이와 같은 나이대의 여자들을 연기하는 것은 어떤 느낌인가.

▶19살 때 데뷔를 했는데 다들 나이보다 많게 봤다. 여자 주인공 역할들이 다 스물넷 여섯이 많지 않나. 이제서야 그 나이가 된 거다. 좀 편하다. 공감도 되고. 배우들이 '연기로 대리만족했어요' 그러면 그게 무슨 느낌인지 궁금했다. 나는 연기로 즐겁거나 대리만족한다거나 한 적이 없었다. 그게 어떤 느낌인지 궁금했는데 이제 '아 이거구나, 이럴 수 있구나' 한다. 그래서 연기가 하면 할수록 재미있어지는 것 같다. 나이 들면 들수록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고. 어렸을 때는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인데 지금은 받아들여지게 되는 것들도 많다.

-'오직 그대만'도 그렇고 '광해'도 그렇고 '반창꼬'까지 메이크업을 거의 안하고 촬영했다. 자신감?

▶다 조명과 촬영 덕이다. 그게 저를 살려주신 거다. 다음 영화 '감시'에서도 안 한다. 경찰 역할이라서.

저는 인위적으로 만드는 게 더 어색해 보이는 것 같다. 그게 캐릭터에 맞았고, 제일 자연스럽게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예쁜 것 같다. 실제로도 화장할 일이 별로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제 얼굴이 어떨 땐 예쁘다가 못생겨 보이고, 또 평범해 보인다고 하고, 그런 간극이 있다. 늘 예뻐보이는 얼굴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사실은 그게 좋다. 여배우는 늘 예뻐야 된다. 영화 나오는 주인공이 예뻐야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왜 예쁨을 강요받아야 하나, 자연스러우면 좋은 거 아니야, 그냥 사람처럼 나오면 되는 것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 좋다. 막 뭔가를 하지 않은 내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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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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