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2013' 눈 찌푸리면서도 봐야하는 이유

[기자수첩]

문완식 기자 / 입력 : 2012.12.12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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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갓 4회 방송되는 안팎으로 반응이 뜨겁다. KBS 2TV 월화극 '학교 2013' 이야기다. 이 드라마는 왕따와 성적지상주의, 교권추락, 일진 등 현재 우리 학교가 처한 문제를 정면으로 파고들면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물론 불편하기는 하다. 학교라는 '신성한' 공간에서 피 튀기며 싸우는 모습은 사실, 보기 불편하다.

그래도 이 드라마는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봐야만 한다. 최소한 중고등학교 학생과 교사들에게는 그 어떤 교과서나 참고서보다도 한번 들여다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100선(選)' 보다는 '영양가'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학교 2013'을 들여다보면 우리의 현재 학교는 탈출구가 없어 보인다. '군사부일체'는 '옛말'일 뿐이다. 이 드라마는 승리고라는 극중 학생들 말대로라면 '듣보잡' 고등학교 2학년 2반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담임은 기간제 교사 정인재(장나라 분). 20대 여교사 정인재의 말을 들어주는 학생은 아무도 없다. 그가 백날 교탁 앞에서 소리쳐봐야 눈길도 안주는 학생들의 모습은 가슴 한가득 답답함을 안길 뿐이다.

더욱이 정인재와 함께 공동담임이 된 강세찬(최다니엘 분)을 접할 때는 '선생님'이라는 학교의 마지막 보루에 대한 희망마저 접게 만든다. 강세찬은 소위 학원가에서 잘 나가는 '일타강사'(일등스타강사의 줄임말. 인터넷 강의 개강과 동시에 마감되는 인기강사)출신. 강세찬은 학생에 대한 애정도, 교육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없이 보이지만 학생들은 정인재보다는 강세찬에 집중한다. 왜? 그는 대학입시를 위한 '수능에 필요한 것들'만 가르치기 때문이다.


'교육철학' 운운하고 반성적 올리지 못하는 정인재같은 교사는 같은 교사 사이에서도 무능력한 교사로 낙인찍히고 만다. 학생이나 교사나 '대학진학'이라는 외골수 목표만 향해 가는 외면할 수 없는 불편한 현실의 반영이다.

'학교 2013'에는 또 '일등', '일진' 등 학교 현장의 다양한 학생 유형들도 등장한다. 이 드라마는 '일등' 역시 더 이상 '모범생' 부류가 아님을 전하고 있다. 극중 전교 1등 송하경(박세영 분)은 반 부회장이지만 공부와 상관없이 인기만으로 회장이 된 고남순(오종석 분)이 못마땅하다.

반일에 적극적이지만 않아서가 아니다. 고남순이 자신의 일을 등한시하면 자신이 공부에 집중할 수 없기 때문. 오로지 'S대'만을 목표로 살아가는 송하경은 매일 밤마다 교복을 갈아입고 학원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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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고 학생만을 대상으로 한 학원에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다니고 있었던 것. 송하경은 우연히 학원생에게 자신의 신분을 들키자 강물에 '못 마땅한' 승리고 교복을 던져버리고 만다. 외고 입시에 떨어졌던 송하경에게 승리고는 결코 자신의 모교가 될 수 없다. 같은 교실 속에서 공부하면서도 다른 곳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요즘 학생들의 모습이다.

'학교 2013'이 그리는 '학교 폭력'의 모습 역시 가감이 없다. 이 드라마에서 그리는 '일진' 오정호(곽정욱 분)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과연 저런 학생이 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다. 오정호는 폭력을 넘어 비열하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교사에 대한 태도는 극중 선생 앞에서 늘 바지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있는 모습 그 자체다.

지난 11일 방송에서 경기권 '싸움짱'이었던 유급생 박흥수(김우빈 분)가 전학 오자 "일진을 가리자"며 으르렁 거리고 결국 대응하지 않는 박흥수를 때려눕히고 부상부위인 발목을 돌로 내리치려는 장면에서는 학교가 더 이상 '10대 추억의 공간'이 아니라 갓 갈기가 나기 시작한 수사자들의 싸움터인 '동물의 왕국'처럼 느껴지게 했다.

'학교 2013'은 이처럼 불편한 드라마다. 결코 늦은 시간 쇼파에 반 누운 채 즐기면서 보는 드라마는 아니다. 그래도 70분짜리 이 드라마를 보고나면 사회면에서 '쯧쯧'거리며 봐오던 요즘 학교의 문제들이 결코 남의 일로만 치부할 일이 아니란 걸 느끼게 한다. 눈이 찌푸려지지만 이 드라마를 봐야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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