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진 대표 "'늑대소년' 45번 본 관객, 송중기도 감사"⑦

[여성영화인 릴레이 인터뷰] 2012韓영화, 우먼파워 빛났다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2.12.13 09:11
  • 글자크기조절
image
사진=이기범 기자


2012년 한국영화는 1억 관객을 돌파하고, 천만 영화가 두 편 나왔으며, 베니스 황금사자상 수상 등 눈부신 성과를 냈다. 이런 한국영화 약진에는 여성 영화인들의 활약이 큰 몫을 차지했다. 제작자부터 감독, 배우까지 올해 여성 영화인들은 다양한 색깔의 영화들이 관객과 행복하게 만나도록 했다.

스타뉴스는 2012년 한국영화 결산으로 올해를 빛낸 여성영화인들의 릴레이 인터뷰를 연재한다. '도둑들'로 한국영화 흥행 1위를 차지한 케이퍼필름의 안수현 대표, 첫사랑 열풍을 일으킨 '건축학개론' 제작자 명필름 심재명 대표, 로맨틱코미디 장르를 20대에서 30대로 끌어올린 '내 아내의 모든 것'을 만든 영화사집 이유진 대표, 환상멜로를 국내에 안착시킨 '늑대소년' 김수진 비단길 대표, 여성을 통해 시대적 아픔을 은유한 '화차'를 연출한 변영주 감독, 상반기와 하반기 관객을 사로잡은 배우 배수지와 박보영이 그 주인공들이다.



'늑대소년'은 '건축학개론'과 '화차', '내 아내의 모든 것'과 '도둑들'에 이어 올해 한국영화 흥행 릴레이를 이어받은 작품이다. 11월 극장비수기에 관객을 쓸어 담다 시피하며 한국 멜로영화 흥행역사를 다시 썼다.

비단길 김수진 대표는 '늑대소년'의 산파 역할을 한 장본인이다. '늑대소년'은 환상멜로 장르를 국내에 안착시켰다. 그녀는 2005년 비단길을 창립한 이래 늘 한국영화에 새로운 장르를 조성하는 데 앞장섰다.

창립작인 '음란서생'은 사극에 새로운 피를 불어넣었다. 그 다음 작품인 '추격자'는 스릴러 장르 붐을 일으켰다. 주식을 통한 두뇌싸움인 '작전', 비록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혈투'는 사극에 밀실 미스터리를 가미했다.


김수진 대표는 익숙한 할리우드 문법에 한국적인 정서를 녹여내 한국영화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영화는 한국영화의 새 힘이 됐다.

-여자 제작자로서 명필름 심재명 대표, 영화사집 이유진 대표와 함께 최근 한국영화계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여자라는 점이 영화제작에 큰 차이를 나타내는 것 같진 않다. 다만 내가 여자고,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든다는 점에선 차이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이야기가 가장 중요하다. '늑대소년'도 그렇고 '추격자'도 그렇고 중요한 건 이야기다. 알고 보면 나도 감성이 풍부한 여자다.(웃음)

-2006년 이후 한국영화 산업이 거품이 사라지면서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영화산업이 체계화됐고, 또 투명해졌다. 한편으로 이 시기부터 여성제작자들이 두각을 드러냈는데.

▶산업에 어떤 흐름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2000년대 초반에 미국으로 영화 공부를 하러 갔는데 그 때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CEO가 죄다 30대 중반 여성이 차지했다. 현지 언론에서 그 점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당시 여자 CEO들이 지금 할리우드를 먹여 살리고 있는 프랜차이즈를 시작했다. 여자라고 손이 작다는 것도 말도 안 된다. 몇 천억씩 들어가는 모험을 서슴없이 했고, 그 결과가 미국영화가 양적으로 질적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추격자'도 그렇고, '늑대소년'도 그렇고 한국영화 산업에 새로운 장르의 가능성을 열었는데.

▶그렇게 봐준다면 감사할 뿐이다. 장르가 확장돼 한국영화에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주고, 산업이 활기를 갔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다면 감사할 일이다. 나 뿐 아니라 다른 제작자들도 그렇겠지만 영화는 사회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돈이 되는 영화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으로 울림을 주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늑대소년'도 위로가 되는 영화가 돼서 감사하다.

-'늑대소년'은 여성관객들과 남성관객들의 반응이 갈리기도 했는데.

▶글쎄, 남성관객들도 감성적으로 다가가서 눈물을 흘리는 분들이 꽤 많았다. 나는 '늑대소년'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할머니다. 손녀에게 (남자친구가)돈 없으면 차버려라고 말을 하면서도 누구한테도 이야기하지 못하는 자기만의 순정을 갖고 있지 않나. 그런 말 못하는 순정.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지난한 세월을 보냈다. 그렇지만 그 마음 한켠에는 그런 순정이 다 있을 것이다. 이 영화가 할머니가 떠나고 할머니가 맞이하는 결말로 끝나는 건 그런 것을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 투자사 고위 관계자가 엔딩에서 할머니가 아닌 박보영이 송중기를 끌어안는 버전으로 가자고 했지만 끝까지 지금 결말을 고집했다고 했는데 그런 이유에서인가.

▶나도 멜로 감성이 풍부한 여자라니깐요.(웃음) 사람들은 사랑이 영원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영원한 사랑은 없다. 그렇기에 영원한 사랑을 그리워하지 않나. 그런 걸 담으려 했다.

- '늑대소년'은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젊은 여성 관객들도 폭발적인 반응이었는데. 아무래도 송중기 영향도 큰 것 같은데.

▶한 번은 '늑대소년'은 45번 본 관객이 티켓을 일일이 찍어서 보내 준 적이 있다. 송중기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한 번 꼭 만나서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는 말을 하더라. 여고생이 교실에서 '늑대소년' 이야기를 하다가 펑펑 우는 모습이 동영상으로 인터넷에 떠돌기도 했다. 이 영상을 송중기도 봤는데 꼭 안아주고 싶다고 하더라. 정말 감사하다.

-'늑대소년'을 제외하고 올해 한국영화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여성 캐릭터가 있다면.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임수정. 획일적이지 않고 어디선가 정말 그런 여자가 있을 것 같더라.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다음 작품은.

▶조성희 감독의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고, 웹툰 '기사도' 판권을 사서 영화로 준비 중이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