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영이 말한다..남자사용·복싱·건담·고자전(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3.01.2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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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구혜정 기자


이시영은 아직 연기보단 다른 이유로 더 화제를 모으는 배우다. 각종 복싱대회 우승에 국가대표 도전, 건강미인, 건담 오타쿠, 그리고 고자전까지.

이런 이야기들은 이시영을 풍성하게 해준다. 이시영은 로맨틱코미디에 주로 출연해왔기에 밝고 건강한, 때로는 엉뚱한 이미지를 더해준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시영으로선 아쉬움이 클 법도 하다.


배우로 뜻을 세웠기에 연기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누구라도 다를까. 이시영은 2월14일 개봉하는 영화 '남자사용설명서'를 하면서 모든 대사를 전부 파트별로 나눠 녹음한 뒤에 듣고 또 들으며 연습했다고 했다. 그럼에도 "제 연기는 그냥 그럭저럭"이라며 웃었다.

웃는 얼굴 뒤에 어떤 얼굴이 숨겨져 있을지, 들쑥날쑥 하나씩 들춰봤다.

-'남자사용설명서'는 연애한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CF조감독이 우연히 남자사용설명서를 얻게 된 뒤 그 내용을 따라하자 한류스타까지 사로잡는다는 내용인데. 어떻게 하게 됐나.


▶2011년에 처음 제안을 받았는데 고민을 하고 미루고 미루다 무한긍정의 마음으로 하자고 결정했다.

-왜 고민했나.

▶영화에 CG가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나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그런 장면들을 과연 영화 속에서 잘 구현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

-그럼 왜 무한긍정으로 영화를 하게 됐나.

▶나중에는 내가 왜 그런 고민을 하고 있나란 생각이 들더라. 그냥 안하면 되지. 그래도 긍정하게 된 건 상상한 대로 펼쳐지는 이런 유의 영화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촬영하면서는 '맨붕'이었다. 블루스크린을 걸어놓고 연기를 하는 장면들이 많아서 계속 상대역인 오정세 오빠랑 잘하고 있는 것인지 되물어봤다. 이렇게 리딩을 많이 한 작품도 처음이다.

-또 로맨틱코미디인데.

▶이번 영화는 그것 때문에 선택한 건 아니다. 그래서 부담이기도 하고. 남자 때문에 변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성장하는 이야기다.

-다른 이야기지만 건담 장난감을 좋아해서 피규어를 모으나, 아니면 건담 이야기를 좋아해서 모으나.

▶시작은 누구에게 프라모델을 선물 받으면서다. 1㎜ 오차도 없이 만들어진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그러면서 프라모델을 모으다보니 점점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보통 건담이야기를 좋아하다보면 등장인물들 중 누군가를 자기와 비교하기도 하는데.

▶누구와 비교하기 보단 각성하고 싶다는 생각은 해봤다. (건담 시리즈에선 주인공들이 뉴타입이란 새로운 존재로 각성, 주변 상황과 남들을 더 잘 이해하는 능력을 발휘한다)

-'Z건담' 주인공 까미유 비단과 닮지 않았나는 생각도 들던데. 유리처럼 섬세하지만 그만큼 깨지기 쉬운. 콤플렉스도 많고 그걸 이겨내기 위해 다른 일에 몰입하기도 하고.

▶아으. 내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가 까미유 비단이다. 우리집 강아지 이름이 까미유 비단이다. 다른 강아지 이름은 건담에 나오는 라라에즌이고. 그런데 까미유는 제멋대로 사는 나쁜 놈인데. 아흑. 정말 건담은 아이들용이 아닌 것 같다. '은하철도999'도 완전히 성인용 아닌가. 결국 아무도 믿지마. 세상은 너 혼자야라는 메시지를 주지 않나.

-그렇게 받아들이는군요.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보는 법이니깐. 세상은 나 혼자야라고 살아왔나.

▶...

-'남자사용설명서' 이후 5월 개봉 예정인 공포영화 '이야기'에 출연했는데. 로맨틱코미디만 하다가 공포영화를 한다는 게 의외였는데.

▶우연찮게 남의 시놉시스를 보고 완전히 반했다. 처음으로 100% 내 의지로 한 작품이다.

-그동안 100% 자기 의지로 한 일이 뭐가 있나. 복싱?

▶순간 복싱 밖에 없나는 생각을 했다. 대부분 내 의지대로 한 것 같은데 막상 그런 질문을 받으니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이시영에게 복싱은 100%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연예인 생활 중 해방구 같은 존재였나.

▶그건 아니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복싱을 배우기 시작했다. 어느 날 청소를 하다가 다이어리들을 봤다. 다 처음 10페이지 정도만 썼더라. 그걸 보면서 내가 뭔가 시작해 제대로 끝낸 게 있나 싶었다. 연기자로서도 불안불안하고. 복싱의 끝이 어디일지는 모르겠지만.

-술을 좋아한다던데.

▶복싱하면서 술은 안 마신다. 체력이 중요한데 술을 마시면 그만큼 떨어지니깐.

-그렇게 끝까지 가고 싶은 마음으로 '남자사용설명서'를 찍었나.

▶욕심이 많았다. 애드립이 많은 편인데 이번 영화는 대사 하나하나를 감독님과 끊임없이 리딩하면서 일일이 녹음하고 다시 연습을 했다. 그래도 현장에 가면 상황이 달라지니깐 멘붕이 오기도 했다.

-남자를 사용하는 이야기이다. 누군가를 자기 목적을 위해 사용하고 싶은가.

▶싫다. 가짜는 싫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어떤 관계든 나한테 나중에 다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짜는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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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구혜정 기자


-이시영은 좋은 사람인가.

▶잘 모르겠다. 좋은 사람이고 싶지만.

-어제보다는 좋은 사람인가.

▶그건 맞는 것 같다. 매일 반성하니깐. 항상 반성한다. 어제도 방송 인터뷰를 하면서 왜 이렇게 나댔을까 반성했다.

-유리처럼 깨지기 쉬운 편인가.

▶잘 모르겠다. 나도 스스로 불안불안할 때가 많다. 예전에는 욱도 많이 했고. 좋은 면이든 나쁜 면이든 나한테 이런 면이 있나 뜨끔뜨끔할 때도 많다.

-로맨틱코미디인데 상대역인 한류스타로 오정세가 출연한다. 오정세와는 '커플즈'에서 호흡도 맞춘 사이인데. 캐스팅 소식을 듣고 어땠나.

▶일단 웃었다. 정세 오빠한테 감독님을 어떻게 꼬신거냐고 하기도 했다. 그런데 촬영하면서 새삼 정세 오빠한테 놀랐다. 너무 잘한다. 무서운 사람이다.

-'남자사용설명서'는 잘 찍은 것 같나.

▶블라인드 시사회에 몰래 들어가서 봤다. 이렇게 다양함을 줄 수 있는 작품에 참여할 수 있어서 기쁘더라. 생각한 것 이상으로 나왔다. 내 연기는 그저 그렇다.

-복싱선수 같던가.

▶다행히 복싱이 오버랩 되지는 않더라. 난 힘빼기를 잘 못하는 것 같다. 공효진 선배 같은 그런 연기를 정말 하고 싶은데. 난 하고 싶은 건 따로 있지만 잘 하고 싶은 건 로맨틱코미디라는 걸 새삼 느꼈다. 내가 부족한 게 뭔지 잘 알지만 결국은 내 식대로 되는 것 같다.

-청룡영화제에서 '고지전'을 '고자전'으로 호명한 게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해프닝이지만 본인에게는 상처가 됐을 것 같은데.

▶시상식 끝나고 집에 들어올 때까지 전혀 몰랐다. 집에 가니 아빠가 난리가 났더라. 진짜 그날 밤은 한 잠도 못 잤다. 너무 죄송하기도 하고. 이름을 틀리는 건 정말 큰 실례 아닌가. 찾아가서 사과를 해야 하나 고민도 많았다. 요즘은 말 한마디로 잘못되기도 하지 않나. 이걸로 난 끝인가란 생각도 들었다. 예전에는 더 안 좋은 이야기를 들어도 그냥 넘어갔는데 요즘은 더 소심해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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