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큐', 비움보다 채움이 있는 아날로그 감성 예능

최보란 기자 / 입력 : 2013.04.20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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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SBS '땡큐' 홈페이지>


웃고 비워버리는 예능이 아닌, 보고나면 가슴이 가득 차는 예능.

다양한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 하나의 길에서 만나 서로의 인생을 나누는 SBS 여행 다큐 버라이어티 '땡큐'가 이번에도 시청자들에 진한 감동과 따뜻한 교훈을 선사했다.


지난 19일 방송된 '땡큐'에서는 개그맨, 배우, 앵커 등 각자 다른 분야에서 맹활약 중인 남희석, 김지수, 김성준 앵커가 특별한 소통 여행에 나섰다.

이날 김성준 앵커는 뉴스 전달자의 역할과 말 한마디가 지닌 힘에 대한 우월감 사이에서 싸워 온 시간들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평소 뉴스 메인앵커로 빈틈없는 모습을 보여준 그의 감춰진 면모가 눈길을 끌었다.

촌철살인의 뉴스 클로징 멘트들을 직접 쓴다고 밝혀 감탄을 자아낸 김 앵커는 때로 정의감에 젖을 때도 있지만 사실을 넘어 의견을 내는 위험함을 늘 견제하고 있음을 털어 놓아 시청자들과 고민을 나눴다.


그런가하면 김지수는 가슴속에 짐이 됐던 과거의 실수를 고백하기도 했다. 그녀는 1998년 MBC 연기대상에서 선배 연기자인 손창민과 대상 후보에 올랐고, '누가 될 것 같으냐'는 MC의 물음에 자신이 타고 싶다고 거침없이 발언했던 사연을 고백하며 당시의 철없음을 뉘우쳤다.

무려 15년 전의 일이지만 그 긴 세월 동안 가슴 한쪽에 쌓아뒀던 고민을 이제야 야기하고 비로소 사과의 말을 전할 수 있었다. 당시의 일은 대중들조차 몰랐을 정도의 옛날 일이었고, 집요한 MC의 질문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탁 트인 곳에서 허물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땡큐'만의 진행방식이 이 같은 진심어린 이야기를 이끌어 낸 힘이다.

또한 남희석은 "한 3년 동안 대한민국에 나 없이는 방송이 안 돌아가는 줄 알았다"며 과거의 오만함을 고백, "이제야 흘러가는 게 좀 보인다. 내 욕심을 버리니 내가 안 보이고, 원활하게 교통이 흐르게 하는 게 MC구나라는 걸 이제 알겠다. 사람이 얼마나 재미있고 소중한지도 이제 알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출연자들은 자신들만의 테마가 있는 여행을 통해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시청자들은 꾸밈없는 이들의 여행을 지켜보면서 거부감 없이 이야기를 받아들였다. 비록 조금은 느리지만 요령을 부리지 않는 '땡큐'만의 정체성이 묻어나는 진행방식이다.

이날 남희석은 김 앵커와 의외의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먼저 도착한 김지수를 만나기 위해 보령의 한 항구로 향했고, 차를 타고 이동하던 두 사람은 서로를 '형' '동생'으로 칭해 눈길을 끌었다.

남희석은 지난 대선방송 당시 투표율 75.8% 나오면 SBS 뉴스를 5년 동안 무료로 진행하겠다고 공약을 했다가 김성준 아나운서와 SNS 친구를 맺으면서 친해졌다.

이날 '땡큐'는 트위터로 맺은 인연을 여행을 통해 얼굴을 맞대고 진심을 나누는 과정으로 승화시키면서 의미를 더했다. 또 김지수는 평소 잘 알지 못했던 두 사람과 진심을 터놓고 이야기하면서 새로운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카카오톡 등 인터넷 세상으로 더 쉬워졌지만 더 얕아진 요즘 만남 속에서, 나와 너무나 다른 사람들과 떠난 여행을 통해 아날로그 우정을 키워가는 여정이 매력적이었다.

'땡큐'는 바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여행과 대화를 통해 잊고 살던 고마운 것들을 생각하고 이를 함께 나누자고 제안하고 있다. 진짜 친구란 이름의 동반자를 찾는 여행으로 첨단화 돼가는 세상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고 있는 것.

시청자들은 "'땡큐'를 보니 김지수가 어머니와 한 번도 여행가지 못했다는 얘기가 찡하다. 나도 부모님과 여행가고 싶다", "남희석의 웃음과 낭만이 있는 여행, 그 여행 나도 같이 가면 안될까", " 진솔하게 모여서 편안한 여행 속에서 이야기하는 포맷이 너무 좋아요", "전혀 공통점이 없는 사람들이 모여 진솔한 얘기하는 게 좋은 것 같다", "아이들도 보게 하고 싶은 예능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더 강렬하고 자극적인 소재로 웃음과 시청률을 쫓는 프로그램이 많아지는 요즘, 이 같은 아날로그 감성 예능 하나쯤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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