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인디]올해의음반 20선②옥상달빛 'Where'

김관명 기자 / 입력 : 2013.11.2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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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달빛 정규 2집 'Where'


②옥상달빛 정규2집 'Where'

옥상달빛을 얘기하고 앨범을 본격적으로 듣기에 앞서, 어디, 유구한 국내 여성듀오의 면면을 주마간산식으로 잠깐 살펴보자.


1960년대 말~70년대 초 신중현 사단의 펄시스터즈를 시작으로 일단 80년대까지 활동했던 여성듀오는 김치캣, 바니걸즈, 현경과 영애, 두송이, 산이슬, 나비소녀, 숙자매, 국보자매, 고은희 이정란 등이 대표적이다. 인기와 흥행 모두 괜찮았다. 하지만 본격 걸그룹들이 등장한 90년, 2000년대에는 애즈원, 다비치 등을 제외하면 상대적으로 여성듀오가 거의 씨가 마르듯 했다. 대신 여성 아티스트는 솔로나 걸그룹, 혼성 댄스그룹과 보컬그룹, 인디밴드에서 찾는 게 더 빨랐다. 그러다 2010년을 지나면서부터 특히 인디신에서 여성듀오가 제법 많아졌다. 태사비애, 옥상달빛, 허니듀, 랄라스윗, 루싸이트 토끼, 미미시스터즈, 스웨덴세탁소, 제이레빗, 15& 등등.

이렇게 약간은 뜬금없고 거창한 여성듀오사를 떠올린 것은 오로지 올해 5월 정규 2집 'Where'를 낸 옥상달빛(김윤주 박세진) 때문이다. 이들의 이 앨범을 몇번이고 들으면서 점점 굳어갔던 느낌, 그것은 바로 그간 잊고 살았던 여성듀오의 존재감 혹은 매력이었다. 요즘 가창력 갑이자 흥행 대세인 다비치와는 다른, 댄스와 외모로 앞서가는 유수의 걸그룹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예전 선배 듀오에서 굳이 고르라면 현경과 영애, 아니면 산이슬 정도랄까. 여성 듀오 특유의 나긋함과 화음으로 읊조리듯 조용하게, 할 말은 다 하지만 사운드적으로도 흥겹게, 그리고 남의 언어가 아닌 자신들만의 언어와 생각으로 옹골차게! 그래서 앨범 듣기를 마친 청자가 스스로 중독되어 자신의 삶을 반추할 지경까지 만들게 하는 이 순정한 음악의 힘!

1번 트랙 '딩동'은 번잡하지만 별 다를 것 없는 일상을 46초 분량에 날 것 그대로 담은 인트로. 이 앨범이 화장기 대신에 맨 얼굴을, 거창해서 거추장스러운 수사보다는 솔직해서 담백한 고백임을 위트있게 알린다. 이어 다소곳한 브라스 사운드로 포문을 연 2번 트랙 '새로와'. 비록 나는 못듣지만 이런 노래를 어디선가 누군가가 불러줬음 싶은 그런 달달한 소품이다. 사랑과 행복과 바람에 관한. '..그대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참 많은데/ 여전히 수줍은 나를 기다려줘요/..그대와 내 맘이 늘 똑같지 않다 해도/ 그대는 나에게 늘 새로운 사람이에요..'


이 여세를 몰아 3번 트랙 '괜찮습니다'로. 8번 '히어로'와 함께 더블 타이틀곡으로 꼽힌 이 노래는 정규 2집 가수로서 옥상달빛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노래다. 시작하자마자 전주도 없이 '힘내요 잘 될거에요/ 그런 말 이젠 지겨워'라고, 은근슬쩍 반전의 잽을 날린다. 그러더니 '나도 그 얘긴 할 수 있다고/ 언젠가 좋은 일 앞으로/ 그래 한번쯤은 있겠지 꿈에서나'라고 아예 대놓고 하이킥을 날려댄다. 하지만 얼핏 시니컬하게 포장된 이들의 속내는 이것이다. '오늘만 옆에 있어줘/ 아무 말 없이 그대로/../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정말이야..' 맞다. 이 세상은 섣부르고 상투적인 칭찬과 격려가 수도 없이 난무하는 곳. 이런 곳일수록 외롭고 괴로운 사람은 더욱 힘든 법이다. '그냥 옆에 있어줘'의 미덕을 벌써 간파한 젊은 이들의 성찰이 대견하다.

4번 트랙 'Children Song'은 앞선 '새로와' '괜찮습니다'와 일맥상통하는 곡. 비록 아이한테 해주는 어른의 덕담 형식을 빌렸지만, 핵심은 동세대들에게 보내는 '희망과 격려'의 메시지다. 그리고 이 노래에서 '너'는 사실 '나'로 바꿔도 된다. '..혼자 그렇게 있지 말고 나와 놀아/ 넌 참 예쁜 아이로구나/ 누가 뭐라고 해도 너는 소중한 사람인 것을 알지?..혼자 그렇게 울지 말고 내게 말해/ 넌 참 착한 아이로구나/ 누가 뭐라고 해도 너는 소중한 사람이란 것을 알지?..'

이러한 자신과 상대방과 동세대에 대한 전폭적인 위로와 지지, 감사와 배려의 테마는 5번 '유서'로도 이어진다. 물론 제목처럼 자학에 가까운 자기회고 내지 자기반성이 깔렸다. 그리고 그 자책이란 외로움의 다른 이름이다. '내가 참 재미는 있지/ 내가 참 운동은 잘하지/ ../내가 참 속이 좁았지/ 내가 참 무심했었지../ 이렇게 멋없는 내 곁에 늘 있어준/ 고맙고 고마운 사람들아/ 언젠가 날 위해 이 노랠 불러줘/ 멀고 먼 그 곳에서 잊지 않을게 안녕 안녕..' 섬뜩한 제목 그대로 해석하기보다는 내일 또 볼 수많은 이들에 대한 옥상달빛식 안부 혹은 버킷리스트라고 보는 게 나을 듯.

6번 트랙 '공중' 역시 이번 앨범을 관통하는 주제를 변조하고 있지만 사운드 혹은 분위기로는 이번 앨범의 새로운 2부의 시작이다. 분량도 1분41초로 짧다. 1번 트랙 '딩동'과 대구형식을 이룬 인트로 두번째곡인 셈. '공중에 나는 새 땅위에 꽃도/ 어루만져지는 향긋한 바람/ ../ 내리는 은하수 고요한 불빛/ 내 잘못을 덮는 하얀 눈송이/ 이 세상에 모든 아름다운 것/ 영원토록 모두 너의 것인걸..' 자책과 반성의 기조는 여전하지만, 한 폭의 수채화에 담은 연서의 내용은 더욱 진해졌다. 이는 이어지는 '히어로' 'Help' '하얀' 그리고 끝곡 '숲'에서 더욱 크레센도된다. 이처럼 앨범 트랙이 거듭될수록 자아의 외로움과 타자에 대한 고마움은 점점 커져만 간다. 그만큼 이들 스스로가 성숙해져 가고 있다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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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달빛 김윤주 /사진=엠넷 '비틀즈코드' 캡처
p.s. 자, 11곡이 끝났다. 음악을 들었으니 이젠 부연 혹은 사족의 차례다. 84년생 동갑내기로 지난 2010년 미니앨범 '옥탑라됴'로 데뷔한 옥상달빛은 요즘 잘 나가는 여성듀엣. 방송이면 방송, 록페면 록페, 음반이면 음반, 인디 아티스트로서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그리고 이들은 직업적 혹은 전속 작곡가의 곡들을 소화해내는데 그쳤던 예전 많은 선배 듀오들과는 달리 '싱어송라이터'다. 이번 앨범 수록곡 11곡 모두 이들이 만들었다.

미러볼뮤직의 이창희 대표는 옥상달빛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는 이번 정규 2집 배급을 맡았다.

"옥상달빛 하면 항상 떠오르는 에피소드가 있다. 아마 1집 발매 직후였던 것 같다. 주말 밤 어느 공연을 보고 홍대 산울림소극장 근처 편의점을 지나고 있었다. 옥상달빛과 레인보우99가 편의점 앞에서 음료수 한 잔에 무언가 열심히 얘기중이었다. 자연스레 나도 끼어들었다. 그날의 주제는 '세련된 스타일'이었다. 인디음악과 뮤지션을 찾지않는 대중매체도 문제지만 그나마 몇몇 매체의 프로그램에서 인디뮤지션을 섭외해 촬영하고 방송할 때 대중을 사로잡을 준비가 부족한 '우리'들 문제에 대해 자책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자책은 자책으로만 끝나지 않고 이후 옥상달빛은 세련되고 입담 좋은, 그리고 자신의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가 되었다. 나는 이후 어딜 가나 인디신에 필요한 중요 요소 중 하나는 음악과 뮤지션을 이해하는 좋은 스타일리스트라고 얘기하며 다녔다."

이러한 '창작자'로서 이들의 자신감 혹은 고민을 엿볼 수 있는 게 바로 이번 앨범 재킷이다. 두 멤버를 전면에 부각시킨 이 모양새! 그동안 재킷에서 아티스트를 사라지게 하고 대신 휘황한 일러스트와 타이포그라피를 집어넣은 그 도도한 흐름에서 대놓고 발을 뺀 것이다. 게다가 빨갛고 흰 털모자와 셔츠, 검은테 안경까지. 맞다. 한때 유행했던 그림책 '월리를 찾아라'의 바로 그 월리들이다. 이 세련된지 못한 재킷(하긴 이들의 데뷔EP 재킷은 아가리를 쩍 벌린 공룡이었다!)은 도대체 어떻게 나왔나. 여기에 이들의 정규 2집 감상의 한 단서, 음악만 들어서는 알아채기 쉽지 않은 키워드가 숨어있다.

"일단 재킷부터 눈에 띄는 디자인이다. 옥상달빛의 두 여인이 '월리를 찾아서'의 복장을 하고 있다. 매우 상징적이며 실질적이다. 앨범 제목이 'Where'이기에 옥상달빛은 스스로 월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우리는 옥상달빛의 음악을 들으며 그녀의 감성에 동화되고 그녀의 노랫말에 치유되다가 그녀를 찾고 나 자신을 찾게된다. 옥상달빛은 첫 EP앨범부터 지금까지 언제나처럼 삶을 노래한다. 그런데 그 흔한 사랑 얘기가 없다. 생활과 시대의 아픔을 진솔하게 얘기하고 어루만져준다. 사랑의 감정 대신 외로움과 희망을 노래한다. 삶의 아픔과 외로움과 희망의 노래가 마치 사랑 노래처럼 달콤하다. 옥상달빛만의 힘이다."(이창희 대표)

이창희 대표 말이 옳다. 클래식 음반 제목처럼 표현하자면, 이번 2집 'Where'는 옥상달빛이 직접 노래하는 '외로움과 희망, 자책과 감사에 대한 옥상달빛 모음곡 1~11번'이다. 그리고 이런 맥락에서라도 'Where'가 올해의 인디음반 20선에 포함되는 것은 마땅하다.

cf. [대놓고인디]2013 올해의 음반 20선 = ①로맨틱펀치 2집 'Glam Slam' ②옥상달빛 2집 'Where'

김관명 기자 minji200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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