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인디]올해의음반 20선⑥불독맨션 'Re-Building'

김관명 기자 / 입력 : 2013.12.1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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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독맨션이 간만에 한걸음을 뗐다. 내년, 후년 과연 이들은 어떤 행보를 보여줄 것인가. 어쨌든, 이제 다시 시작이다.

지난 5월 팬들은 열광했다. 불독맨션이 9년만에 새 앨범을 낸 것. 그것도 지난 2004년 잠정 해체 후 이한철(보컬 기타), 조정범(드럼), 서창석(기타), 이한주(베이스) 오리지널 멤버 그대로. 그래서 앨범제목도 EP 'Re-Building'이었다. 그 즈음 이한철은 EBS '스페이스 공감'에 나와, 예전 포스 그대로 한껏 무대를 쥐락펴락한 뒤 이런 말을 했다. "불독맨션이 새 앨범을 냈어요. 맞아요. 홍보하는 거에요. 많이 들어주세요."


선공개된 1번트랙 'The Way'부터 펑키하고 댄서블하다. 이 오랜만에 목이 다 축축해지는 듯한 신시사이저의 파열음. '화가 나면 짜증내고 아플 때면 소릴 질러/ 풀어헤친 머리 출렁이며 무거웠던 마음 던져버'리라는 이 힐링의 메시지. 왜 요즘 이런 유쾌한 밴드 사운드가 없었는지, 비로소 그 부재를 실감케 한다. (이 노래는 헤드폰으로 들어도 무대를 왔다갔다 하는 이한철의 동선이 그대로 느껴질 정도로 녹음도 잘 돼 있다!)

더블 타이틀곡 중 한 곡인 2번트랙 'Do You Understand?'. 눈에 넣어도 안아플 '너'를 향한 이 로맨틱한 노래가 이토록 그루브하게 펼쳐질 수 있을까. 이한철의 목소리는 싱싱하고 신나있고, 기타-베이스-드럼이 쏟아내는 음의 가닥들은 청자를 이리저리 흔들어댄다. 다른 타이틀곡 '침대'에서 화자는 정반대의 상황에 직면했다. 그 화자란, '우리가 누워있던 이 침대'에서 '온기 없는 이부자리를 뒤척일 힘도 더 이상 남아있지 않는' 바로 '나'다. '사라지고' '지워지고' '흩어지고' '바스라지는' 이 초췌한 정서에도 불구, 곡 자체는 오히려 차분하고 똘망똘망하다. (이러한 느낌은 4번트랙 '혼자 사는 남자'에서도 그대로 확인된다) 굳이 어렵게 표현하자면, 애이불비랄까. 이런 게 바로 팬들이 그토록 그리워했던 불독맨션의 화법이란 게다.

이쯤에서 이번 음반 배급을 맡았던 미러볼뮤직 이창희 대표의 말을 들어보자. 그 역시 아주 신났었음을 금세 알 수 있다.


"하늘을 날것 같았다. 불독맨션 신보를 유통하다니! 불독맨션 1집은 나의 페이보릿 앨범 TOP5이다. 'Destiny'는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춤추게 하는 곡이다. 나의 히어로 불독맨션의 컴백만으로도 흥분될 일인데 미러볼뮤직에서 불독맨션의 신보가 출시되다니!!

불독맨션의 재결합은 이미 작년 가을부터 얘기가 오고갔다. 이한철씨가 진행하는 올댓뮤직에 갔을때 처음 들었다. 2012그랜드민트페스티벌(GMF)에 불독맨션으로 무대에 오를 예정인데 이때 디지털싱글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미러볼뮤직에서 출시하기를 간절히 희망했고 그날 이후 시간이 흘렀다. GMF 직전 연락을 드렸더니 싱글 발매가 힘들 것 같다는 아쉬운 소식을 접했고 훗날을 기약했다. 그러다 2013년이 되자 재결합이 급물살을 타기시작했다. 아마도 GMF가 큰 도화선이 된듯 싶다.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그들의 흥겨운 매력에 본인 스스로도 취했으리라!

이후 불독맨션 컴백소식이 퍼지자 명성에 걸맞게 여러 유통사에서 컨택하였고 아슬아슬하지만 즐거운 협상이 진행되었다. 유통계약까지 그 과정을 다 언급할 순 없지만, 그리고 결과적으로 미러볼뮤직에서 유통을 하게되어 하늘을 날 듯이 기뻤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불독맨션이 오리지날 멤버로 다시 돌아와 그들의 음악에 다시 춤을 출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정말 중요하고 즐거운 사실이다. 오~ 이 사실이여 영원하라~"

이창희 대표는 그러면서 이 앨범을 평가한다면 "별 다섯개가 만점이라면 별 일곱개를 주고 싶다. 나의 30대 초반을 지배한 아티스트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평가지만 여전히 살아있는 펑키, 록 그리고 서정성의 절묘한 밸런스는 어느 누구도 따르지 못할 것"이라고 대놓고 극찬해 마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 트랙 '봐라! 달이 뒤를 쫓는다'. 일본작가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 제목에서 따온 이 노래는 그야말로 쉴새없이 청자를 몰아대는 곡. 오토바이 질주에 목숨을 건 소설 주인공의 그 말따나 '봐라, 달이 뒤를 쫓'고 있기라도 하듯이. '..적막의 밤 등 뒤의 달 소슬한 밤 그 속의 나 한계를 모르는 드라이브..' 기타도 속주에 가깝고, 드럼의 하이햇도 열불 날 정도로 정신없이 부딪혀댄다. 이한철의 약간은 거친 음색도 이러한 분위기에는 '딱'이다. 불과 '5곡'이 담긴 미니앨범으로 복귀한 불독맨션에 섭섭한 팬들, 이 마지막 트랙으로 위안을 받으시길.

cf. [대놓고인디]2013 올해의 음반 20선 = ①로맨틱펀치 2집 'Glam Slam' ②옥상달빛 2집 'Where' ③민채 EP 'Heart of Gold' ④프롬 1집 'Arrival' ⑤장미여관 1집 '산전수전 공중전' ⑥불독맨션 EP 'Re-Building'

김관명 기자 minji200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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