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대별 듣는 음악도 다르다..낮 '악' 밤 '하'

악동뮤지션(왼쪽)과 하이포&아이유 / 사진=YG엔터테인먼트, NAP엔터테인먼트

모 예능프로그램의 공식 질문을 이제 음원차트에 적용시켜도 될 듯하다. 낮 '악' 밤 '하'. 최근 실시간 음원차트에서 보이는 기묘한 현상이다. 낮에는 그룹 악동뮤지션의 '200%', 밤에는 하이포&아이유의 '봄 사랑 벚꽃 말고'가 강세를 띠며 1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매시간 단위로 업데이트되는 실시간차트에서 일정한 패턴으로 순위가 변하고 있는 것. 최근 며칠간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인 멜론의 차트를 면밀히 살펴보면, 이 같은 양상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 7일 발매된 악동뮤지션의 정규1집 '플레이(Play)'의 타이틀곡 중 하나인 '200%. 이 노래는 공개 직후 음원차트 정상에 오르며, 신인으로선 이례적으로 독보적 존재감을 나타냈다. 지난 8일 하이포가 인기가수 아이유를 앞세워 낸 데뷔 싱글 '봄 사랑 벚꽃 말고' 역시 발표와 동시에 여러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다. 이 두 곡은 2주가 넘어선 26일 현재까지도 강세를 이어가며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악동뮤지션의 '200%'은 통상적인 활동 시간대에 음원을 다운받는 사람들이 몰렸다.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차트 동향을 보면 '200%'는 해가 떠있는 시간대인 오전 9시부터 해가 저무는 다음날 0시까지 1위를 꿋꿋하게 지켰다.

하지만 오전 1시께 접어들자 2위를 달리던 하이포&아이유의 '봄 사랑 벚꽃 말고'에게 곧바로 1위 자리를 내줬다. 심야 취침시간대가 되면 전반적인 음원소비량이 떨어지지만, '200%'가 '봄 사랑 벚꽃 말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컸던 것.


'봄 사랑 벚꽃 말고'는 오전 1시부터 오전 8시까지 악동뮤지션보다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횟수가 높았다. '200%'은 음원 소비량이 반등하는 오전 5시를 기준으로 다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며 정상궤도에 올랐다. 주말인 26일에도 마찬가지다. 평소보다 1시간씩 밀린 오전 2시부터 오전 10시까지 '봄 사랑 벚꽃 말고'가 1위를, 이외 시간은 '200%'가 다시 우위를 점했다.

매시간 마다 악동뮤지션의 독주가 펼쳐지지만, 심야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하이포&아이유가 다시 악동뮤지션을 앞지르고 있는 것. 이는 시간대별로 선호하는 음악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음악 팬들은 주로 외부활동이 왕성한 시간대에 경쾌한 리듬과 산뜻한 멜로디의 악동뮤지션 음악을, 외출이 줄어드는 새벽시간에는 감미로운 어쿠스틱 선율의 하이포&아이유 곡을 좀 더 선호한 것으로 보인다.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음악적 선호도를 어느 한 가지 이유만으로 단정할 수 없지만, 큰 틀에서 보면 라이프 사이클에 따라 선호하는 음악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

한 음원유통사 관계자는 "낮과 밤사이에 유입되는 스트리밍, 다운로드 량만 보더라도 장르, 템포, 취향 등에 따른 음악시장의 최신트렌드를 쉽게 읽을 수 있다"며 "최근 가요계에 신곡 유입이 없어 이러한 현상은 더욱 명쾌하게 풀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음원차트 '톱5'에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오전 0시까지 4위를 달리던 가수 박효신의 '야생화'는 오전 1시께 에이핑크의 '미스터 츄'를 제치고 3위로 뛰어올랐다. 윤민수와 신용재의 '인연'도 4위로 순위가 반등했다. 두 곡 모두 잔잔히 감성을 적시는 발라드 장르의 음악이다. 하지만 오전 7시가 되자 상큼 발랄한 매력의 '미스터 츄'가 다시 3위로 치솟았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는 "장르와 가수에 따라서 음악 듣기와 팬덤의 활동 주기도 영향을 받는 것 같다"며 "팬들은 자기가 원하는 곡을 직접 선택해서 듣기 때문에 팬덤의 활동이 어떻게 결집되는가에 따라서도 시간대별로 영향을 줄 수 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땐 음악적 성향, 장르, 템포 등에 따라 낮과 밤사이에 차트 변화가 크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윤성열 기자bogo109@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