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1970' 이민호 "변했다는 소리? 쿨하게 인정"(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5.01.1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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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호/사진=임성균 기자


이민호는 내로라하는 한류스타다. '꽃보다 남자' ''시티헌터' '상속자들'로 중국권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그런 이민호지만 영화 행보는 더뎠다. 2008년 '울학교 이티'에 조연 중 한 명으로 등장한 것 외에는 그간 영화 출연을 자제해왔다.

이민호가 스크린에 돌아온다. 오는 21일 개봉하는 영화 '강남 1970'으로 첫 영화 주연을 맡았다. '강남 1970'은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에 이은 유하 감독의 거리 삼부작 마지막편. 1970년대 서울, 개발이 시작되던 강남땅을 둘러싼 두 남자의 욕망과 의리, 배신을 그린다.


이민호는 가진 것은 몸 하나, 믿을 건 싸움 실력 뿐인 고아 출신 김종대 역을 맡았다. 김종대는 한방을 노리며 강남 개발 이권 다툼에 맨몸으로 뛰어드는 인물이다. 이민호는 교복을 벗고 거친 세상에 뛰어들었다.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동안 영화 출연 제안이 많았는데 다 고사했다가 왜 '강남 1970'을 선택했나.

▶그동안 영화를 한다면 20대 후반쯤에 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제대로 영화를 책임질 수 있는 나이가 된 다음에야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 내가 잘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고. 그러다가 27살에 유하 감독님을 만났다. 워낙 유하 감독님 영화를 좋아하기도 했었다. '상속자들'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신다고 해서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영화로 들어갔다.


-결과에는 만족하나.

▶아무래도 객관적일 수는 없다. 그래도 어색하거나 억지로 짜낸 것 같진 않아 다행이다. 이미지적으로도 없었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

-결말이 원래 시나리오와는 바뀌었는데. 지금 결말에 만족하나.

▶종대는 비루한 삶을 살다가 합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성공한 인물이다. 올바르지 않은 삶에는 지금 결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나도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고, 그럴 때 올바르지 못한 삶을 사는 사람들을 봐왔다. 그런 모습이 멋있어 보이지 않는다.

-'말죽거리 잔혹사'의 권상우, '비열한 거리' 조인성을 잇는 유하의 남자 계보에 들게 됐는데.

▶선배들로부터 이어져 온 어떤 무게 같은 게 느껴진다. 나를 마지막 남자로 써준 유하 감독님에게 감사하기도 하다. 권상우, 조인성 선배와 내가 다른 점이 있다면 '강남 1970'은 영화가 담고 있는 의미가 더 커서 감정의 깊이가 더 있지 않을까란 점이다.

-유하 감독은 어떤 연기를 주문하던가.

▶계속 얼굴이 너무 좋다고 하셨다. 번들거린다는 뜻이다. 그 시대에 맞지 않게 너무 얼굴이 좋아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영화 촬영이 없을 때도 늘 안 좋은 생각을 하려 했다. 로션도 안 바르고, 거울도 안 봐서 얼굴을 상하게 하려 했다. 실제로 영화 촬영이 끝나고 얼굴이 많이 안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영화 초반 넝마주이로 나와도 멋스러운데.

▶옷을 가장 허름한 걸 스태프들이 다 입어보고 내게 입힌 것이다.(웃음) 유하 감독님이 그냥 넘어가는 분도 아니고. 처음에는 좀 더 발랄한 모습으로 나오다가 점점 안 좋은 모습으로 치달아가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첫 장면을 찍고 난 뒤에 유하 감독님이 그 시대, 그 어려웠던 모습을 담아달라고 주문하셔서 더 힘든 모습을 계속 담으려 했다.

-70년대를 이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그 때를 내가 경험할 수는 없으니 오히려 지금도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을 찾으려 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성공하고 싶은 열망. 가족, 그런 것들.

-상대역인 김래원과는 어땠나.

▶래원 선배는 내가 처음 소속사에 들어갔을 때 그 사무실에 계셨던 대 선배다. 어릴 적부터 알고 지냈다. 기싸움 그런 건 있을 수도 없다. 또 래원 선배는 자신이 이렇게 하니깐 네가 저렇게 하라는 식으로 한 번도 이야기한 적이 없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는 어떠니라고 꼭 물어봐 줬다. 나는 내 의견을 조심스러워도 꼭 이야기하는 편인데 대선배가 먼저 그렇게 이야기해주니 너무 감사했다.

-현장에서 가장 어리지만 조직의 보스 역할을 맡아야 했는데.

▶저보다 한참 나이도 많고 연기경험도 많은 선배들을 부하로 둬야 했다. 선배들이 우스개 소리로 "다음 작품도 같이 하자"는 말도 했었다. 그런 말들이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오히려 그랬기에 내가 이끌어야지란 생각을 안했던 것 같다. 같이 일하는 동료란 생각이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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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호/사진=임성균 기자


-중국권에서 인기가 상당한데. 드라마 이미지로 상당한 인기를 얻었는데 영화에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게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중국에서 '시티헌터'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중국분들이 좋아하는 영웅담이다. 정의의 인물이고. 그 다음 '상속자들'로 인기를 얻으면서 닮고 싶은 20대란 이미지를 얻은 건 맞다. 다들 "오빠"라고 부른다. 그렇지만 팬들이 내가 갇혀있기를 원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더 돈을 벌려고 했다면 '상속자들' 끝나고 '강남 1970'을 안 했을 것이다. 30대에 배우로 남고자 한다면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별로 계획을 세워두는 편은 아니다. '상속자들'도 왜 또 '꽃보다 남자'처럼 교복을 입냐는 소리가 많았다. 20대에 할 수 있는 걸 해보자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 30대에는 어떤 걸 하고 싶나.

▶지금 영화에서 로맨틱코미디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드라마에서 했으니깐. 그렇지만 30대에는 그런 마음이 들 수도 있다.

-김지수와 침대에 같이 누워있는 장면을 찍었다가 편집이 됐는데. 복근도 나름 보여주기 위해 준비 했을테고.

▶오히려 궁금하다. 여성분들이 정말 남자배우 복근에 관심이 있나.(웃음) 나름 준비하긴 했지만 그 장면까지 넣기엔 영화가 너무 길어지니깐.

-영화처럼 땅 좋아하나.

▶내 앞으로 돼 있는 건 집 밖에 없다. 수입은 부모님이 다 관리하신다.

-한류스타가 되고 변했다는 소리를 듣지는 않나.

▶저는 제가 변했다고 생각한다. 환경에 따라 사람은 달라지는 법이니깐. 친구들과 예전에는 일주일 내내 PC방과 당구장에 갔다면 이제는 그럴 수는 없다. 누군가가 변했다고 이야기하면 쿨하게 인정하는 편이다. 다만 인간적으로 변했다는 소리는 아직 안 들어봤다. 만일 그런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무척 아플 것 같다.

-얼굴이 변했다는 소리도 나왔는데.

▶떳떳한 졸업사진이 있으니깐.(웃음) 얼굴이 잘 붓는 편이다. 오전에 보면 얼굴이 부어있고, 오후에는 빠져 있다.

-올해 계획은 어떤가.

▶올해 조금도 안 쉬고 일하고 싶다. 20대에 많은 작품을 하고 싶다. 영화 한 편, 드라마 한 편을 하고 싶단 바람이 있다. 드라마는 '옥탑방 고양이' 김래원 선배처럼 20대에 가장 풀어질 수 있는 백수를 해보고 싶다. 영화는 규모가 있는 오락영화를 하고 싶다. 메시지가 있는 사랑 영화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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