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 두산 올스타 유희관은 ‘한국형’ 톰 글래빈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5.07.20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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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유희관. /사진=OSEN





두산 베어스의 좌완 유희관(29)이 18일 수원 kt 위즈 파크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올스타전'에서 드림 올스타의 선발 투수로 등판해 2이닝 퍼펙트를 기록하고 우수 투수상을 수상했다.


그는 전반기에 12승(2패 평균자책점 3.28)을 올려 다승 1위로 후반기를 시작한다. 유희관이 1승씩을 보탤 때마다 1999시즌 정민태 이후 사라진 ‘토종 투수’ 20승 신화를 재현할 지 초미의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2009년 데뷔한 그는 상무에서 병역 의무를 마칠 때까지 KBO리그에서 승리가 없다. 그런데 두산으로 복귀한 첫 해인 2013시즌 10승, 그리고 지난해 12승으로 주목을 받았다. 올 시즌에는 전반기에만 지난해와 같은 12승을 거두었다. ‘진화(進化)’를 거듭하고 있다.

오랜 기간 메이저리그를 취재한 글쓴이는 유희관이 처음으로 올스타에 선정돼 특유의 느린 볼로 2이닝 퍼펙트 투구를 하는 것을 보며 지난해 91.9%의 찬성률로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좌완 톰 글래빈을 떠올렸다.


애틀랜타에서 2008 시즌을 마치고 42세의 나이에 ‘가족으로 돌아가겠다’고 은퇴를 선언한 그는 49세가 돼 유희관과 20세의 나이 차이가 난다. 외관도 늘 웃는 얼굴에 살이 찐 유희관과는 달리 무표정하고 군살이 없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놀라운 제구력으로 구심(球審)마저 속이는 투구법’은 두 투수의 공통점이다. 물론 메이저리그 22년 통산 305승, 평균자책점 3.54의 ‘300승’ 투수로 사이영상을 2회(1991, 1998시즌 애틀랜타 시절, 내셔널리그) 수상한 톰 글래빈과 유희관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래도 올시즌 전반기 투구 내용이라면 유희관은 ‘한국의 톰 글래빈’을 향해 전진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메이저리그 2006시즌 뉴욕 플러싱의 셰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메츠-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NLCS) 1차전에 톰 글래빈이 선발 등판했다. 그의 나이 40세였다. 이 경기에서 톰 글래빈은 세인트루이스의 우완 제프 위버(당시 30세)와 선발로 격돌해 7이닝 무실점 투구로 팀에 승리를 안겼다.

당시 어떤 상황에서도 입을 꾹 다문 무표정과 한 점의 동요도 보이지 않는 눈빛으로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잊기 어려운 기억을 남겼다. 1987년 애틀랜타에서 데뷔한 그의 20번째 시즌이었다. 그 경기 후 메이저리그 전문가들의 ‘톰 글래빈의 투구법’에 대한 분석을 쏟아 냈다. 글쓴이도 당시 흥미롭게 그 기사들을 읽었는데 유희관의 현재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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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글래빈의 현역 시절 역투 모습. /AFPBBNews=뉴스1





톰 글래빈과 유희관 모두 심판까지 자기편으로 만드는 능력이다. 2006 NLCS 1차전은 폭스 TV가 중계했는데 톰 글래빈에 대한 스카우팅 리포트(Scouting Report)를 화면에 소개했다. 흥미로웠던 것은 투수인 그에 대해 패스트볼이 매우 빠르다던가 아니면 슬라이더 혹은 커터 같은 구질이 타자를 힘들게 한다 등의 평가가 나오지 않고 ‘침착하다(unflappable)’는 것을 가장 큰 강점으로 부각시켰다.

아울러 ‘제너러스 홈 플레이트 엄파이어(generous home plate umpire)’가 나왔다. 번역하면 구심(球審)이 톰 글래빈이 던지는 볼의 스트라이크 볼 판정에 대해 관대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인척 관계’도 아니면 구심이 판정을 잘 해줄 이유가 있을까? 그 말은 결국 두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첫 번째는 1991년 20승11패, 1992년 20승8패, 1993년 22승6패, 그리고 1998시즌 20승6패, 2000년 20승9패 등 모두 5차례나 20승을 기록한 그의 경력 때문이다. ‘한국 야구의 전설(傳說)’인 선동렬이 던지면 비슷한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톰 글래빈은 뉴욕 메츠로 이적한 첫 해인 2003시즌 9승14패로 부진했으나 2006시즌 15승7패를 기록하며 뉴욕 메츠를 NLCS로 이끌고 1차전에 선발 등판했다.

톰 글래빈의 또 다른 투구 특징은 철저한 아웃코스 승부라는 것이다. 그는 아웃코스 스트라이크 존에 겨우 걸칠 정도의 공을 던질 수 있는 제구력을 가지고 있다. 이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으면 공 하나가 더 아웃코스로 나간다.

만약 구심이 ‘볼’을 선언하면 공 반개 정도 다시 안으로 들어온다. 이 경우 구심은 스트라이크로 혼동할 수 있다. 톰 글래빈의 절묘한 컨트롤에 구심이 말려드는 것이다. 스트라이크가 아닌 볼을 스트라이크처럼 잡는 포수의 기능인 ‘프레이밍(framing)’이 뒷받침 되면 톰 글래빈의 위력은 최고가 된다.

톰 글래빈은 40세였던 2006시즌 패스트볼 최고 스피드가 90마일(약 145km) 정도였다. 금년 29세인 유희관의 130km대보다 빨랐지만 메이저리그 기준이라면 평범한 구속이었다.

야구에서 투수의 상대는 타자만이 아니다. 어쩌면 더 큰 ‘적(敵)’은 구심인지도 모른다. 톰 글래빈과 마찬가지로 유희관은 절묘한 컨트롤을 앞세워 ‘구심(球審)’과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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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유희관.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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