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다저스의 '연봉 거품' 걷기..그 성과는?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5.12.08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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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와 6년 2억 650만 달러에 계약하며 다저스를 떠난 잭 그레인키. /AFPBBNews=뉴스1



지난 주말 LA 다저스는 클레이튼 커쇼와 함께 팀의 선발로테이션을 이끌어가던 우완 에이스 잭 그레인키(32)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라이벌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계약에 합의했다는 뉴스를 들었다. 다저스는 그레인키에 5년간 1억6,500만달러(평균연봉 3,300만달러)짜리 계약을 제시했지만 결국 6년간 2억650만달러(평균연봉 3,440만달러)를 제시한 D백스에 밀리고 말았다. 6년 뒤 만 38세가 될 투수에게 다저스는 끝내 6년 계약을 줄 수 없었던 반면 D백스는 도박을 감수했고 그 차이가 그레인키의 행선지를 바꿔놓았다.


커쇼와 함께 메이저리그 최고의 원투펀치를 구축했던 그레인키를 잃은 것은 다저스에게 당장 엄청난 타격이 될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 다저스가 그레인키를 붙잡지 않은 것은 궁극적으론 올바른 결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최고 3년 정도까지는 그레인키의 공백이 뼈저리게 느껴질 가능성이 크지만 그것은 당연히 감내해야 한다. 이번 계약의 성패는 최소한 4~5년이 지난 뒤에야 판단할 수 있게 될 터인데 시간이 흐를수록 다저스로선 이때 감정에 치우지지 않고 냉철한 자세를 유지했던 것에 안도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과연 4~5년 뒤 그레인키 계약에 대해 어떤 평가가 내려질지 궁금하다.

하지만 4~5년 뒤 평가가 어떻게 나오든 관계없이 당장 그레인키를 잃은 아픔은 다저스로서 정말 쓰라릴 것이다. 그나마 앙숙 샌프란시스코로 가지 않은 것이 다저스로선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같은 지구 소속팀에 에이스를 빼앗긴 타격은 쉽게 만회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올해 그레인키의 WAR(Wins Above Replacement)는 5.9(팬그라프닷컴 산정)였다. 그레인키가 올 시즌 대체선수 대비해 6승을 더 안겼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다저스는 6승을 잃고 애리조나가 6승을 보탰으니 단순히 생각해도 양 팀 간의 격차가 12게임이나 좁혀졌다는 계산이 나온다. 올해 애리조나는 79승83패를 기록, 92승70패를 기록한 다저스에 13게임차 뒤진 3위였다. 두 팀간의 격차가 12게임 좁혀진다면 내년엔 1게임차 박빙의 승부가 된다는 이야기다. 다저스 팬들로선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다저스가 그레인키를 잃은 타격에서 벗어나려면 어떤 형태로든 한시바삐 전력강화를 서둘러야 한다. 지난 3년간 커쇼와 그레인키를 모두 보유하고도 월드시리즈에 나가지 못했다는 사실을 돌이켜보면 그레인키의 이탈로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희망이 사라졌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만큼 더 어려워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앤드루 프리드먼 사장과 파한 자이디 단장 등 최고급 두뇌들로 채워진 다저스 프론트 오피스가 본격적으로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 그레인키를 내보냄으로써 절약한 자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느냐에 따라 다저스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지난 주말 그레인키를 잃은 것이 사실이 굳어지자 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선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전 시애틀 매리너스의 일본인 투수 이와쿠마 히사시(34)를 3년간 4,500만달러를 주고 영입해 일단 그레인키의 빈자리를 메웠고 신시내티 레즈와 트레이드를 통해 메이저리그 최고의 광속구 클로저 아롤디스 채프먼(27)을 영입, 불펜도 보강했다. 이미 켄리 잰슨이라는 뛰어난 클로저가 있는 다저스가 채프먼과 잰슨을 어떻게 공존시킬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월드시리즈 챔피언 캔자스시티 로열스가 보여줬듯 철벽 불펜은 선발진의 문제점을 커버하는데 최고의 보약이 될 수 있기에 채프먼의 가세는 다저스에게 간접적으로 취약해진 선발진을 효과적으로 보완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채프먼을 얻기 위해 팀의 최고 유망주들인 코리 시거나 훌리오 유리아스, 호세 데 레온, 자렐 카튼 등을 내주지 않았다는 사실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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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인키를 떠나 보낸 LA 다저스가 채프먼과 이와쿠마 영입을 통해 공백을 메우려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사실상 그레인키의 2선발 자리를 대체하게 될 이와쿠마는 지난 2012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후 4년간 47승25패, 평균자책점 3.17이라는 빼어난 성적을 올린 수준급 우완투수다. 올해 다소 하락세를 보인 것과 어깨 통증 전력이 있다는 사실이 다소 걸리긴 하지만 그래도 지난 4년간 시애틀에서 보여준 꾸준함과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평균연봉 1,500만달러)을 감안하면 그레인키의 빈자리를 메우는데 있어 비용대비 효율적인 대안이 아닐 수 있다. 그는 올해 단 20게임에 나서 9승(5패)을 올렸고 129.2이닝을 던지며 111개의 삼진을 잡아낸 반면 볼넷은 21개에 그치는 빼어난 제구력을 보였다. 그가 선발 등판당 6이닝 정도만 효과적으로 막아준다면 향상된 불펜을 앞세워 그레인키의 빈자리를 효과적으로 메울 수 있다는 것이 다저스 수뇌부의 계산이다.

다저스는 이번에 과감히 그레인키 영입을 포기한 것에서 역대 최고 수준으로 부풀어 오른 상태인 팀의 연봉거품을 걷어내겠다는 의지를 다시 분명히 나타났다. 아직 FA시장에 자니 쿠에토라는 거물급 투수가 남아있지만 다저스가 그의 영입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반면 일본프로야구에서 포스팅될 예정인 마에다 켄타의 영입전에 나설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지금 다저스 프론트 오피스는 베테랑 백업 2루수 체이스 어틀리와 1년 계약을 체결하는 등 큰돈을 쓰지 않는 범위에서 꼭 필요한 계약을 보태 팀의 시즌 전망에 큰 타격을 주지 않으면서 장기적으로 ‘체중 감량’을 시도하는 쪽으로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칼 크로포드와 안드레 이티어 등 아직 거액 계약이 남아있는 외야수들을 어떻게 처리할 지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지만 그것이 어떻게 풀리든 이들의 계약이 2년 후면 만료되고 다른 주요선수들의 계약도 2018년 시즌이 끝나면 종료된다. 현재 시점에선 2018년 시즌이 끝나면 완전히 새출발을 할 수 있는 포석이 깔려있는 셈이다. 문제는 그 때까지 팀을 재건 하는 것이 아니라 큰 투자없이 현재 전력을 극대화시켜 리그 정상급 위치를 지켜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렇게만 될 수 있다는 앞으로 3년 후 그동안 쌓였던 연봉거품을 완전히 걷어낸 다저스는 FA시장에서 무시무시한 힘을 자랑할 수 있다. 어쩌면 다저스는 브라이스 하퍼(워싱턴 내셔널스)가 FA시장에 나올 때를 기다리면서 자금을 비축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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