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on Air] '이적생 거포' 나성용·최승준, 들려오는 폭발의 전주곡

오키나와(일본)=한동훈 기자 / 입력 : 2016.02.1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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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의 훈련을 지켜보는 나성용.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심상치 않다. 짤막한 블록버스터의 예고편이었다. 지난 시즌까지도 동료였던 두 선수가 나란히 팀을 옮긴 뒤 만난 첫 실전에서 홈런쇼를 펼쳤다.


지난 15일 일본 오키나와 아카마 구장에서 삼성 라이온즈와 SK 와이번스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를 치렀다. 홈런 5개를 주고 받는 난타전 끝에 삼성이 8-7로 이겼다. 삼성 최형우, 이승엽, 나성용, SK 최승준, 유서준이 홈런의 주인공이었다. 나성용과 최승준은 지난겨울 모두 LG의 보호명단에 들지 못했었다.

나성용은 40인을 묶는 2차 드래프트에서 제외돼 삼성의 지명을 받았다. 최승준은 FA 정상호의 보상선수 20인 보호명단에 들지 못했다. 의외의 결과라 당시에는 평가가 엇갈렸다. 나성용은 2015년 5월,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첫 타석에서 만루홈런으로 신고식을 했고 최승준은 2013년 퓨처스리그 홈런왕 출신으로 장타력만큼은 이미 검증된 선수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 9위의 수모를 당한 LG는 어느 때보다 냉정하게 판단했다. 국내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잠실구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장타력 하나만으로는 힘들다고 결론을 내렸다. 결국 파워 이외의 장점을 뚜렷하게 어필하지 못했던 둘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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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열린 연습경기서 홈런을 친 최승준.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태어나서 프로에 지명을 받기 직전까지 인천에서만 야구를 했던 최승준은 고향팀으로 돌아간 셈이 됐다. 연습경기 전날인 14일 최승준은 "아무래도 어려서부터 계속 야구를 했던 곳이니까 편하기는 하다"라고 말했었다. 사실 캠프 내내 타격폼 때문에 고민이 많았는데 이날에서야 겨우 맞는 폼을 찾았다. 그리고 다음날인 15일, 1회초 첫 타석에서 삼성 선발투수 벨레스터의 커브를 걷어 올려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반면 나성용은 연고도 없는 대구로 짐을 싸야 했다. 고향 광주를 떠나 연세대 진학 후 한화의 지명을 받아 대전에 둥지를 틀었고 LG로 이적했다가 다시 대구로 내려갔다. 우타 거포 요원이 부족했던 삼성에게 딱 필요한 자원이었다. 최승준이 고향으로 돌아가 마음이 편해졌다면 나성용은 절치부심 해야할 이사를 한 셈이다. 15일 경기에서는 4회말 박해민 타석에 대타로 나섰는데 바로 홈런을 터뜨렸다. 1스트라이크서 SK 두 번째 투수 임치영의 가운데 높은 직구를 놓치지 않고 받아쳐 라인드라이브로 가운데 펜스를 넘겼다.

심리적인 요소 외에도 둘의 성공이 기대되는 이유는 또 있다. 잠실보다 훨씬 작은 구장을 홈으로 쓰게 됐기 때문이다. 최승준이 폼을 바꾼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정경배 타격코치에 따르면 최승준은 귀 뒤에 있던 손을 가슴까지 내렸다. 스윙 궤적이 아래에서 위를 향하도록, 즉 홈런을 노리는 스윙으로 달라졌다.

나성용이 쓰게 될 라이온즈파크 역시 외야가 팔각형으로, 좌중간 우중간이 매우 짧다. 'KBO 홈런왕' 이승엽도 같은 팀이다. 이승엽은 "어차피 같은 선수인데 기술적으로 조언을 해주지는 않았다. 다만 어떻게 하면 좋은 선수로, 좋은 타자가 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는지, 그런 느낌들은 이야기 해줬다"고 말했다. 어쩌면 기술적인 지적보다 더 큰 깨달음을 줄 수 있는 소중한 말들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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