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은 없다' 반전의 스릴러..매끄러운 맛은 글쎄

[리뷰]'비밀은 없다'

윤성열 기자 / 입력 : 2016.06.1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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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의 묘미는 반전이다. 정치 스릴러를 표방한 영화 '비밀은 없다'(이경미 감독)는 러닝 타임 내내 끝까지 알 수 없는 반전의 전개가 펼쳐진다. 하지만 뭔가 매끄러운 맛은 없어 보여 큰 감동과 여운을 주기엔 다소 아쉽다.

'미쓰 홍당무'를 연출한 이경미 감독의 신작 '비밀은 없다'는 국회입성을 노리는 종찬(김주혁 분)과 그의 아내 연홍(손예진 분)에게 벌어진 선거 기간 15일 동안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손예진과 김주혁이 지난 2008년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이후 8년여 만에 다시 부부로 연기 호흡을 맞췄다.

'비밀은 없다'에서 이들의 부부 관계는 온전치 못하다. 선거를 보름 앞두고 '딸의 실종'이란 감당할 수 없는 사건에 직면한 둘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선거 유세 첫날, 딸 민진이 사라진다. 연홍은 발을 동동거리며 하나 뿐인 딸을 찾기 위해 나서지만 종찬은 곧 돌아오겠거니 생각하며 선거 유세에 집중한다. 딸을 포기할 수 없는 아내와 선거를 포기할 수 없는 남편의 관계는 점점 파국으로 치닫는다.


유력한 후보로 승승장구 중이던 종찬은 딸이 걱정되지만, 한편으론 딸의 실종이 선거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한다. 상대 후보 노재순이 꼬투리를 잡고 늘어지기 좋은 먹잇감이기 때문이다.

연홍의 실종 신고로 경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결국 사건이 알려지게 된다. 하지만 딸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다. 시간이 지나도 딸이 돌아오지 않자 연홍은 점점 미쳐가기 시작한다.

연홍은 처음엔 남편을 내조하는 수동적인 캐릭터지만 딸의 실종 이후 굉장히 능동적으로 변한다. 집요하게 사건을 파헤쳐가는 연홍은 딸이 남긴 단서와 흔적을 쫓아 어느새 생각지 못한 진실에 직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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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은 없다' 스틸 컷


'비밀은 없다'는 퍼즐 조각을 하나하나 맞춰가듯 연홍이 딸의 과거를 찾아가는 과정을 속도감 있게 그려낸다. '딸의 실종'이라는 큰 사건을 중심으로, 결말에 이를수록 점점 '비밀'에 근접해가는 이야기 구조다.

영화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결말까지 이끌어가기 위해 곳곳에 다양한 장치를 집어넣었다. 하지만 '떡밥 던지기'를 위한 설정도 많다. 치열하게 짜인 구성의 일부라 볼 수도 있지만, 반전에 대한 '강박'이 진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이경미 감독은 미스터리 스릴러지만 멜로도 내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반전을 얻기 위한 영화의 복잡한 구조를 서둘러 따라가다 보면, 결말에 접어들어 그런 감성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결말은 근사한 반전을 보여주는 스릴러적 요소로 극의 재미를 더한다. 연홍으로 분한 손예진의 광기 어린 모성애 연기는 몰입감을 높여준다.

'비밀은 없다'는 계속 딸을 잃어버린 연홍의 감정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감각적인 헤어스타일과 의상으로 캐릭터의 심리를 설명하는 방식은 '스승' 박찬욱 감독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영화가 관객의 오감을 자극하는 방식은 독특하다. 극도의 긴장과 섬세한 감성을 오가는 설정들로 차별화된 영화적 재미를 선사하는 한편 부조화로워 혼란을 유발하기도 한다.

인디 밴드 무키무키만만수를 연상케하는 배우들의 퍼포먼스와 독특한 사운드 연출은 그래도 인상적인 부분이다. 의도적으로 장면의 배열을 바꾸거나 차별화된 배경음악을 배치하면서 마지막까지 관객의 오감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괴롭힌다.

러닝타임 102분. 청소년 관람불가. 6월 2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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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열 | bogo109@mt.co.kr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연예국 가요방송뉴미디어 유닛에서 방송기자로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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