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 출연해도 1만명..韓中합작영화 왜 망하나 ②

[★리포트]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6.06.1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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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예진 주연의 '나쁜 놈은 죽는다' 1만 4942명. 차태현 주연의 '엽기적인 그녀2' 7만 6488명. 지진희 주연 '연애의 발동' 271명. 송승헌 주연 '제3의 사랑' 8107명. 올해 한국에서 개봉한 한중합작 영화들의 초라한 흥행성적이다.

2014년 한국과 중국이 '한중 영화 합작 협의'를 체결하면서, 기준에 맞는 한중합작 영화는 중국 시장에서 중국 영화 지위를 얻게 됐다. 중국은 해외 영화 수입 쿼터제를 시행하고 있어 1년에 상영 할 수 있는 해외 영화는 34편으로 제한돼 있다. 대부분 할리우드 영화가 차지해 한국영화는 사실상 설 자리가 없었다.


더욱이 중국에선 해외 영화는 극장에서 받는 돈이 불과 20% 밖에 되지 않는다. 자국 영화만 43%를 지급한다. 때문에 한중합작영화가 중국에서 중국 영화 지위를 얻게 된 건, 상당한 호재다.

이런 정책적 지원으로 한중 합작영화가 최근 대거 만들어지고 있다.

한중 합작영화는, 한국감독이 연출을 맡는 등 한국 제작진이 참여하거나, 한국과 중국 제작사가 공동 제작하거나, 양국의 배우가 각각 출연하는 방식 등으로 만들어진다. 대체로 세 방식이 고루 활용된다.


감독의 진출도 활발하다. 곽재용 감독은 중국에서 '미스 히스테리'를, 안병기 감독은 '필선'을, '별에서 온 그대'의 장태유 감독은 '몽상합화인'을, 이재한 감독은 '제3의 사랑'을, 안상훈 감독은 '나는 증인이다'를, 천병철 감독은 '허니문 호텔 살인사건'을 연출했다.

한류붐을 탄 배우들의 진출은 말할 것도 없다. 이민호는 '바운티헌터스'에, 하지원은 '맨헌트'에 출연한다.

이렇게 활발하게 한중합작영화들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명암이 뚜렷하다.

한중 콘텐츠연구소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제작한 한중합작 영화 중 중국에서 1억 위안 이상 수입을 거둔 영화는 '20세여 다시 한번'(3억 6400만 위안), '나는 증인이다'(2억1500만 위안), '미스 히스테리'(1억 6000만 위안) 뿐이다.

대체로 흥행성적이 좋지 않다. 중국 뿐 아니라 한국에서 흥행성적은 더욱 안 좋다. '엽기적인 그녀2'는 중국에서 3418만 위안을 벌었다.

한중 합작영화들이 잇따라 특히 한국에서 흥행 실패를 거두는 데는 양국 간 정서의 차이라는 쉽게 건널 수 없는 강이 있다. 단지 정서 차이 뿐이 아니다. 기획과 제작, 유통 방식의 차이도 크다.

대체로 한국과 중국,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할 경우 실패할 확률이 더욱 높다. 중국은 시나리오부터 검열을 받는다. 시나리오 검열을 통과하려 수정을 하다보면 한국 정서에 맞는 내용들이 상당수 삭제된다. '엽기적인 그녀2'는 원래 시나리오에서 상당 부분 한국에서 통할 에피소들이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방식도 다르다. 한국은 감독이 전권을 잡다시피 하며 3개월 여 동안 촬영하고 후반작업까지 관여하다. 중국은 통상 한 달 반 정도면 촬영이 끝나고, 감독이 현장 외에는 관여하지 못한다. 한국영화는 감독의 색깔이 짙은 반면, 한중합작 영화는 한국감독이 참여해도 색채가 두드러지지 않는 이유다.

결국은 믿을 만한 파트너, 기획, 시나리오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영화 관계자는 "중국에서 합작영화를 하자고 찾아오는 경우, 대체로 돈 이야기부터 꺼낸다"고 말했다. "200억원을 투자할테니 같이 하자는 식"이라는 것. 중국 영화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돈은 넘치지만, 제대로 된 현지 파트너가 드물다는 것이다. 계약 도 질질 끌다가 막바지에 중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작성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개봉을 앞두고 있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작성해 막상 흥행에 성공해도 한국으로 수입이 돌아오는 경우가 없는 사례도 많다.

이런 시행착오들을 겪으면서, 최근 한중합작영화는 한국과 중국이 합자법인을 설립해 공동 제작하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 '수상한 그녀' 리메이크인 '20세여 다시 한번'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처음부터 양쪽 시장을 동시에 겨냥하는 영화보다, 한국에서 성공한 영화를 중국에 맞게 리메이크하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

CJ E&M은 '베테랑'과 '장수상회'를 중국에서 리메이크한다. '쿵푸로봇'은 중국의 완다 픽쳐스와 손잡고 현지 공략에 나선다. NEW는 중국 화책미디어와 합자법인을 설립해 '뷰티 인사이드' '더 폰' 등 한국에서 성공한 영화들을 중국에서 리메이크 준비에 한창이다. 한중합작 영화 2.0 버전이라 할 만하다.

이런 영화들은 우선 한국에서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이란 점에서 리스크가 적다. 중국 상황에 맞게 시나리오 각색작업이 이뤄지고, 현지 스타 배우들이 출연하는 점도 흥행전략에 일조한다. 다만 이런 방식은 새로운 영화 제작에는 진행이 느린 단점이 있다. '명량: 노량해전'과 '권법'은 몇 년째 기획 상태에서 답보 중이다.

중국이 한국영화계 활로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중국에서도 새로운 콘텐츠, 선진 노하우를 얻기 위해 한국영화계와 교류를 필요로 하고 있다. 한국이 하청업자로 남을지, 윈-윈 관계가 될지, 지금 새로운 도전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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