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호 "코미디는 도전..개그맨이 이런 기분인가봐요"(인터뷰)

영화 '봉이 김선달'의 유승호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6.06.2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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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이 김선달'의 유승호 / 사진=김휘선 인턴기자


이건 뭐, 대놓고 여심저격이다. 영화 '봉이 김선달'(감독 박대민·제작 엠픽쳐스 SNK픽쳐스) 이야기다. 대동강 물도 팔아먹었다는 전설의 사기꾼 봉이 김선달 역을 다름 아닌 유승호(23)가 한다고 했을 때부터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능청맞은 사기꾼이 된 유승호는 이름부터 어딘지 아저씨스러운 봉이 김선달을 싱그러운 꽃미남 사기꾼으로 바꿔놨다. 스크린을 가득 메운 유승호의 미소만으로도 절로 흐뭇한 비주얼이다. 조선시대 배경의 코믹 사기극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캐치 미 이프 유 캔' 냄새가 나는 건 전적으로 그의 덕. 데뷔 후 처음으로 본격 코미디에 도전한 유승호는 "관객들이 웃는 모습이 행복했다"며 활짝 웃었다.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웃는 모습을 보니까 저도 정말 기분이 좋더라고요. '아, 개그맨들이 이런 기분이구나.' 다른 느낌의 행복을 느껴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쯤 더 망가져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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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이 김선달'의 유승호 / 사진=김휘선 인턴기자


유승호는 사기패를 이끄는 젊은 리더가 됐다. 병자호란 후 전장에서 살아 돌아온 뒤 생긴 두둑한 배포에 '인생은 즐기면서 사는 것'이란 모토로 신출귀몰 팔도를 누비며 사기 행각을 벌이는 인물이다. 비상한 머리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나이다운 천진난만함도 갖췄다. 유승호가 스무 살 나이로 군에 입대하기 전 마지막으로 찍었던 드라마 '보고싶다'부터 최근 선보인 영화 '조선 마술사'나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까지, 유독 진중하고 무거운 분위기의 작품에 자주 출연했던 데 비춰보면 더욱 이채로운 변신이다.


"제가 진지한 분위기, 가라앉고 우울한 감정들을 좋아해요. 작품들도 그런 쪽으로 많이 들어오고요. 하지만 좋아한다고 해서 '이것만 해야지' 그런 건 아니에요. 만날 그런 것만 하면 사람이 우울해 보이잖아요. 제가 코미디를 한다는 건 그 자체로 제게 도전이고 감독님이나 제작사에도 모험이고 도전이었다고 생각해요. 나이에 맞는, 발랄하고 즐거운 것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예의 바르고 진중한 평소 유승호와 "모든 게 정반대"인 캐릭터는 결코 쉽지 않았다. 최대한 밝게 했는데도 '조금만 더, 조금만 더'란 주문이 돌아오곤 했다. 그런데 하다 보니 욕심이 났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기분이었다. 그는 "나중엔 제가 오버하다 잘린 것도 많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개그 욕심이 있냐고요? 웃기려고 노력하는 데 안 웃기는 쪽이에요. 군대도 갔다오고 하니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유머도 장난도 자신있게 하지만 안 웃기는, 그 민망함 아시죠?(웃음) 김선달의 능글맞은 장난기는 평소 엄마한테 애교부릴 때 나오는 건데, 엄마는 제 편이니까 웃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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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이 김선달'의 유승호 / 사진=스틸컷


변화무쌍한 유승호는 '봉이 김선달'을 보는 포인트 중 하나다. 뻐드렁니를 끼우고 추남 행세를 하는가 하면, 여장도 서슴지 않았다. 앞섶을 살짝 누르며 고름으로 입을 가리는 모습이 영락없는 미소녀다. 잠깐 등장하는 꼬부랑 할아버지도 유승호다. 5시간씩 분장을 하고 카메라 앞에 섰다. 주모를 유혹하는 나쁜 남자로도 나온다. 그는 "망가지는 데 대한 두려움은 없다"고 했다.

"사실 틀니는 이걸 끼워야 되나 말아야 되나 굉장히 고민했어요. 그러다가 끼고 감독님한테 갔더니 바로 '찍자' 이러시더라고요. 망가져야 김선달이니 그냥 찍었어요. 끼고 나선 거울도 안 봤고요. 여장 연기 땐 인터넷으로 여자 목소리 내는 법도 찾아봤어요. 최대한 노력했죠. 제가 봤을 땐, 군대 가기 전에 했어야 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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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이 김선달'의 유승호 / 사진=김휘선 인턴기자


2014년 말 제대한 유승호는 '봉이 김선달'까지 내리 4개 작품에 출연하며 쉴 새 없이 달려왔다. 복귀가 신나고 연기하는 게 재미있어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지금은 "조금 여유를 두고 가자 마음을 먹은" 상황이라며 그게 스스로에게도, 함께 일하는 이들에게도 좋은 시간이 될 것 같다고 털어놨다.

"군에 있을 때 TV에서 20대 배우들이 멋지게 프러포즈를 하고 하는데, 그걸 보며 한없이 우울해졌어요. 나는 여기서 뭐 하고 있나. 나도 할 수 있는데. 나도 저거 했었는데. 복귀하니 그게 빵 터져서 신이 났죠. 이제는 숨을 좀 고르고 천천히 하자 하고 있어요. 연애는 안 하냐고요? 글쎄요, 마음 맞는 사람이 생기면 하지 않을까요. '나 연애해야지' 하고 찾는다고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군에 다녀오니 연기하는 마음가짐도 많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더 두렵고 무서워졌다"고 했다. 그가 연기를 시작한 건 2000년. 고작 7살의 나이였다. 그저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면 여유도 생기고 부담도 사라질 거라 막연히 기대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렇지 않았다.

"선배님들께 고민을 털어놔요. '저는 무섭고, 이게 한계라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은 더 큰 걸 원해요'라고. 그러면 선배님들이 그러세요 '야, 나도 어려워. 너도 나중에 내 나이 돼 봐. 똑같아. 나도 힘들고 어려워.'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할수록 어렵고 외로운 게 이쪽 일인 것 같아요. 당장은 무섭지만 어떻게 보면 좋을 수도 있죠. 저를 발전시킬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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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이 김선달'의 유승호 / 사진=김휘선 인턴기자


연기 경력 17년차의 23살. 늘 선배들과 어우러져 배려를 받아왔다고 고백한 유승호에게도 슬슬 어린 후배들이 생기고 있다. 그는 "저보다 어린 친구를 만나면 어색하다"고 웃었지만 "제가 많은 선배님과 작품을 했을 때처럼, 굳이 뭔가 하지 않아도 같이 옆에서 연기하고 출연해주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선배가 되고 싶다"고 털어놨다. 괜찮을 것 같다. 유승호가 스크린의 든든한 주축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집으로…'의 꼬꼬마가 늠름한 성인 배우로 자라는 사이에도 내내 흐뭇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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