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받고도 '미안하다'는 이승엽.. 국민타자의 '품격'

코엑스=김동영 기자 / 입력 : 2016.12.1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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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포인트 어워즈에서 '올해의 카스모멘트'를 수상한 이승엽.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후배를 생각하는 선배의 마음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후배를 제치고 상을 받은 것이 미안하단다. 삼성 라이온즈의 '국민타자' 이승엽(41) 이야기다.


이승엽은 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6 카스포인트 어워즈' 카스모멘트 수상자로 선정됐다. 부상 투혼을 보였던 정재훈(36, 두산)과 감격의 데뷔 첫 승을 따낸 황덕균(34)을 제치고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승엽은 지난 9월 1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2회말 1-0에서 2-0으로 달아나는 우월 솔로포를 폭발시켰다. 이것이 이승엽의 한일 통산 600번째 홈런이었다. '올해의 순간'으로 선정된 그 장면이다.

이미 KBO 리그 유일의 '400홈런 타자'로 군림하고 있던 이승엽은 이 홈런을 통해 한국 야구 역사의 한 획을 크게 그었다. 뿐만 아니다. 불혹을 넘긴 나이지만, 여전히 좋은 기록을 남기며 팀의 중심타자로 활약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승엽은 현역 선수로는 최초로 일구대상을 수상했고, 같은 날 열린 카스포인트 어워즈에서도 카스모멘트의 주인공이 됐다.

이날 이승엽은 600홈런에 대해 "1년을 해서 얻은 것이 아니라, 프로야구 20년 이상을 하면서 얻은 결과물이다. 부상도 많았고, 부진도 많았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뛰어온 결과라고 생각한다"라고 자평했다.

그리고 수상 후에는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이승엽은 "후배들이 받아야 할 상이라고 생각한다. 황덕균이 15년 만에 첫 승을 올렸다. 후배들에게나 꿈나무들에게 더 희망을 줄 수 있는 선수다. 정재훈도 팔을 다치면서까지 투혼을 불살랐다. 내가 받아서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수상의 기쁨보다, 후배를 위하는 선배의 마음이 더 큰 모습이었다. 괜히 '국민타자'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단순히 야구를 잘하는 선수를 넘어, 모범이 되는 선배로서의 모습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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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4일 한화전에서 한일 통산 600호 홈런을 때리고 있는 이승엽.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이승엽은 한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최고의 타자로 군림해왔다. 2016년 시즌도 좋았다. 142경기에 나서 타율 0.303, 27홈런 118타점, OPS 0.898을 기록하며 여전한 활약을 남겼다. 이승엽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이렇게 잘하는데, 다시 없을 기록도 세웠는데, 상을 받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이승엽은 후배들에게 미안함을 드러냈다. 자신을 잘하고 있으면서, '후배들 앞길 막는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

사실 이승엽이 후배를 생각하는 것은 하루 이틀 이야기가 아니다. '후배들이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메인 테마다.

이승엽은 600홈런 달성 당시 "나를 제치고 더 훌륭한 선수가 될 후배들이 나왔으면 한다. 죽을 힘을 다해 여기까지 왔다. 매 경기가 중요하지만, 향후 내 역할은 조금씩 줄어들지 않겠나. 나를 넘을 선수가 나와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 올스타전 당시에는 "10번째 올스타전이다. 팬들에게 감사드린다. 그래도 이번이 올스타는 마지막이었으면 한다. 후배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잘하는 젊은 선수들이 많은데, 그 선수들이 나와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늘 한결같은 모습이다. 물론 후배들에게 '자신을 뛰어넘으라'는 주문을 남기는 측면도 있다. 이승엽을 뛰어넘을 선수가 나올지 여부는 차치하고, 이런 주문을 하는 것 자체도 후배들에 대한 애정이 있기에 가능하다.

이제 이승엽은 현역 은퇴를 준비하고 있다. 은퇴 시기를 2017년 시즌 후로 못박았다. 2017년이 '선수 이승엽'을 볼 수 있는 마지막 해다. 이승엽이 후배들과의 마지막 경쟁을 어떻게 치를지, 이승엽의 마지막은 또 어떨지, 후배들이 이승엽을 어떻게 따라갈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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