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힐만의 선발 8실점 교체, 만약 김성근이었다면

창원=김우종 기자 / 입력 : 2017.10.0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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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강판되는 켈리 /사진=뉴스1





SK 힐만 감독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투수 운용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내일이 없는 단판승부서 선발 투수가 8실점을 할 때까지 놔뒀다는 게 안일하지 않았나' 하는 지적이다. 만약 흔들리고 있던 켈리를 좀 더 빨리 내렸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경기가 SK의 패배로 끝나면서 동시에 김성근 전 한화 감독의 투수 운용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시즌 중에도 '퀵후크'를 거침없이 실행하는 김 전 감독과 켈리의 다소 뒤늦은 교체가 대비된다고 본 것이다.

5일 경남 창원 마산구장. SK가 NC와의 '2017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5-10으로 패했다. 이로써 올 시즌 SK의 가을야구도 1경기 만에 막을 내렸다.

이날 SK는 팀 내 최고 에이스 켈리를 선발로 내세웠다. 반면 다이아몬드와 박종훈 2명을 미출장 선수로 지정했다. 힐만 감독은 경기 전 "만약 2차전에 간다면 선발 투수는 박종훈"이라고 예고한 뒤 이날 출전 엔트리서 아예 빼버렸다. 다이아몬드도 마찬가지. 결국 힐만은 2차전에서 '1+1' 전략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1차전에서 승리를 거둬야 가능한 이야기였다. 결국 박종훈+다이아몬드 조합은 써보지도 못한 채 1차전에서 끝났다. 이날 믿었던 외국인 선발 투수 켈리의 부진이 뼈아팠다. 켈리는 1회 시작하자마자 연속 안타를 내준 뒤 3번 나성범에게 스리런포를 얻어맞았다. 이어 2사 후 박석민에게 솔로포를 얻어맞았다. 공이 계속 높게 형성됐다. 점수는 0-4.

만약 '퀵후크'가 장기인 김성근 전 감독이었다면 박석민에게 홈런을 맞은 뒤 투수를 곧바로 교체하지 않았을까. 켈리는 2회에도 선두타자 손시헌에게 볼넷을 내주며 계속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여기서도 분명 과감한 교체를 생각해 봄직한 지점이었다. 결과적으로 SK는 켈리만 8실점을 했고, 이후 불펜진은 2실점밖에 하지 않았다. 결국 이날 켈리는 3회 추가로 4점을 헌납한 끝에 2⅓이닝 8실점, 3회 조기 강판됐다. 하지만 이미 2-8로 점수가 벌어졌고, 사실상 승기는 NC로 넘어간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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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리 알려졌다시피 김 감독은 단기전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감독이다. SK서 왕조를 구축하던 시절에도 단기전에서 칼 같은 투수 교체와 물량 공세, 적재적소의 선수 투입 등으로 승리를 따냈다. 2015년과 2016년 한화 감독 재임 시절에는 시즌 중 단기전 같은 투수 운용을 여러 차례 펼쳐 보였다. 그렇지만 김 전 감독은 자신의 장기인 가을야구 운영을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채 한화를 떠나고 말았다.

최근 메이저리그 와일드카드 경기서 뉴욕 양키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과감하게 선발 투수를 조기 교체했다. 양키스 지라디 감독은 선발 루이스 세베리노가 초반에 흔들리자 ⅓이닝(4피안타 2피홈런 1볼넷 3실점) 만에 강판시켰다. 또 애리조나는 6-0 리드 속에서 그레인키가 4실점하자 3⅔이닝 만에 빼버렸다. 결과는 양 팀 모두 성공. 뉴욕 양키스와 애리조나 모두 디비전 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경기 전 힐만 감독 역시 최근 미국의 와일드카드 경기를 봤다면서 "켈리의 조기 강판 선택지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 미국에서의 와일드카드 경기서도 모두 선발이 조기 강판된 것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켈리에 대해 "결국 제구가 문제였다. 물론 모든 공이 제구가 안 된 건 아니다. 나성범에게 홈런을 맞은 건 체인지업이었다. 나성범이 잘 노렸던 것 같다. 실투를 안 놓쳤다. 모든 피칭은 로케이션이 중요한데, 1회에 맞은 2개의 홈런 모두 조금 높게 치기 좋은 위치로 들어갔다"고 분석했다.

만약 박종훈을 미출장자 명단에 넣지 않고, 이날 총력전으로 나갔다면 어땠을까. 어차피 한 번 지면 끝인데 차라리 박종훈도 출장자 명단에 포함시켜 켈리 뒤에 바로 붙였다면…. 2차전에서는 비록 올 시즌 상대 전적은 안 좋았지만 다이아몬드가 나와 던질 수 있었다. 시리즈 전적을 원점으로 돌리면서 팀도 상승세를 탈 수 있었다. 단기전은 시즌 상대 전적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무대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관심을 끌었던 힐만 감독의 첫 한국 포스트시즌 무대가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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