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루에서 세이프되는 권희동. |
어차피 1점 주나 2점 주나 끝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롯데는 최소실점 대신 무실점을 노리는 모험수를 걸었다. 그 도박의 실패는 대량실점으로 이어졌다.
팽팽했던 승부는 연장 11회에 와르르 무너졌다. 10회까지 2-2로 맞섰던 경기였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기울었다. 발단은 롯데의 번트 수비 포메이션이었다. 애초에 '도 아니면 모'를 각오한 작전이었다.
권희동에게 적시 2루타를 맞은 다음이 문제였다. 노진혁의 희생번트가 야수선택으로 이어지며 무사 1, 3루. 대량실점 빌미를 제공했다.
여기서 롯데의 선택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2-3으로 뒤진 롯데는 무사 2루서 소위 말하는 '100%'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100%'는 상대가 보내기번트를 시도할 때 선행주자 아웃을 노리는 작전이다. 주로 주자가 1, 2루에 있을 때 사용한다. 3루수와 1루수는 극단적으로 타자를 압박한다. 유격수가 3루, 2루수가 1루 베이스를 커버한다. 2루는 비우고 3루 포스아웃을 노리거나 안되면 타자 주자를 잡는 것이다.
2루를 비울 수 밖에 없어서 주자 2루 상황에서는 잘 쓰지 않는다. 2루 주자가 주루 센스를 조금만 갖췄다면 거의 죽지 않는다. 주자 2루 상황은 3루에서 포스 아웃이 아닌 태그 아웃이다. 번트 때 3루까지 가다가 아웃될 것 같다 싶으면 귀루하면 그만이다. 어차피 유격수는 3루, 2루수는 1루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잡힐 염려가 없다. 3루까지 반 이상 넘어 갔더라도 2루에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다.
때문에 무사 2루에 100% 수비는 그야말로 희박한 가능성을 노리는 도박수다. 게다가 권희동은 스피드는 빠르지 않아도 센스는 갖춘 선수다. 권희동은 3루에서 살았고 노진혁도 1루에 안착했다. 3-2 경기는 눈 깜짝할 사이에 9-2가 돼 버렸다.
롯데 입장에서는 추가실점은 곧 패배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2-3에서 무실점이 아니라면 의미가 없다고 계산하고 승부수를 띄웠을 것이다. 이날 조원우 감독의 전략은 대부분 맞아 떨어졌다. 대타 박헌도의 동점 홈런과 박진형, 조정훈, 손승락으로 이어지는 투수 교체까지 완벽히 적중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선택한 배수진이 실패하면서 쓴잔을 들이킬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