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기의 스카이박스] 순리까지 거스른 롯데 필승조의 위력

김경기 SPOTV 해설위원 / 입력 : 2017.10.1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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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인천' 김경기 SPOTV 해설위원이 <스타뉴스>를 통해 KBO리그 포스트시즌 관전평을 연재합니다. 김 위원은 1990년 태평양 돌핀스서 데뷔해 현대 시절을 거쳐 2001년 SK에서 은퇴한 인천 야구의 상징입니다. 2003년부터 2016년까지 14년 동안 SK에서 지도자의 길을 걸었습니다.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날카로운 전문가의 시각을 야구팬들께 전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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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박진형, 조정훈, 손승락.



모든 스포츠에는 흐름이 있다. 기회가 왔을 때 움켜쥐지 못하면 위기에 몰린다.

물론 전력 차이가 압도적일 경우는 예외다.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드러난 롯데의 필승조는 가히 압도적이었다.

롯데는 타점 없이 이겼다. NC는 자책점 없이 졌다. 이런 신기한 야구가 포스트시즌에 일어났다. KBO에 따르면 포스트시즌 역대 4번째, 준플레이오프 최초다. 2005년 두산과 한화의 플레이오프 이후 12년 만에 일어난 일이다.


1, 2차전 롯데는 득점권에 주자를 두고 안타 단 한 개도 때리지 못했다.

2차전에는 선취점을 비교적 이른 시기에 냈다. 점수가 일찍 난 게 오히려 불안요소가 됐다. 0-0으로 가다가 막판에 1점을 뽑고 지켰다면 모를까. 롯데한테는 반드시 추가득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나마 그 1점도 찝찝했다. 주자 1명이 살아서 1명이 들어오면 정말 귀중하지만 무사 만루에서의 1점은 공격 측이 손해 본 느낌이다. 그조차도 병살타로 얻은 점수였으니 오히려 NC가 좋아할 만했다.

3회부터는 롯데가 추가 득점을 하든지, NC가 뒤집든지 하는 장면이 나올 차례였다. 아니나다를까 돌발변수가 발생했다. 역투를 펼치던 롯데 선발 레일리가 방망이 파편에 맞고 급하게 교체됐다.

6회 1사 후 바뀐 투수 박진형은 첫 타자 스크럭스에게 좌중간 2루타를 맞았다. NC로 흐름이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박진형은 박석민을 삼진 처리하며 안정을 되찾았고 권희동을 투수 땅볼로 직접 잡았다. 7회에도 올라와 손시헌에게 볼넷을 주긴 했으나 보내기번트로 아웃카운트를 하나 잡고 조정훈에게 바통을 넘겼다.

조정훈도 7회 1사 2루 불을 안전하게 껐다. 진짜 위기는 8회로 보였다. 선두타자 나성범이 행운의 안타로 살아 나갔다. 롯데가 도망가지 못한 대가를 결국 치르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조정훈은 스크럭스, 박석민, 권희동에게 모두 뜬공을 유도, 임무를 완수했다. 9회의 손승락은 설명할 필요도 없다.

롯데가 어떻게 정규시즌 3위를 했는지 잘 보여준 경기였다. 롯데가 후반기 대약진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바로 불펜이었다. 1, 2차전을 통해 박진형-조정훈-손승락의 계투는 큰 무대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1승 이상의 효과다. 남은 시리즈에서 롯데는 선발만 잘 버텨준다면 계산서는 야구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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