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기의 스카이박스] 한국시리즈는 왜 투수전이 됐을까

김경기 SPOTV 해설위원 / 입력 : 2017.10.3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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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인천' 김경기 SPOTV 해설위원이 <스타뉴스>를 통해 KBO리그 포스트시즌 관전평을 연재합니다. 김 위원은 1990년 태평양 돌핀스서 데뷔해 현대 시절을 거쳐 2001년 SK에서 은퇴한 인천 야구의 상징입니다. 2003년부터 2016년까지 14년 동안 SK에서 지도자의 길을 걸었습니다.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날카로운 전문가의 시각을 야구팬들께 전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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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선 침묵 속에 두산이 1승 3패로 몰렸다.



한국시리즈에서 포스트시즌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플레이오프까지는 화력전 양상이었으나 지금은 투수전이다. '타고투저'를 주도해 온 두산의 방망이가 무거워졌다.

힘을 비축한 투수들이 위력적인 공을 던지기도 했지만 타자들에게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두산과 KIA를 막론하고 이번 시리즈에서는 확실한 콘셉트가 보이질 않는다. 타순과 주자, 점수 차, 이닝 등에 따라 상황에 맞는 공격이 필요하다. 하지만 다들 똑같다. 투수들을 괴롭히지 못하고 있다.

선두타자의 임무와 찬스가 걸렸을 때의 타격, 그리고 하위타순이 해야 할 일은 모두 다르다. 중심타자고 이어지는 타순이 약하다면 초구부터 과감하게 임할 수 있다. 반대로 어떻게든 살아 나가서 흐름을 연결해야 할 때도 있다. 진루타를 의식한 팀배팅이 나와야 하는 순간도 분명하다. 상대 선발의 구위가 좋다면 공을 하나라도 더 던지게 하는 방법도 좋다.


하지만 양 팀 통틀어 KIA 이명기와 김선빈 정도를 제외하면 타석에서 명확한 목적의식이 드러나지 않는다.

두산 타선이 파괴적이었던 이유는 응집력에 있다. 연결, 연결로 주자를 쌓고 중심타선의 장타로 쓸어담았다. 한국시리즈에서는 응집력이 실종됐다. 플레이오프까지 공격이 너무 잘 풀렸던 탓인지 앞뒤가 뒤바뀌었다. 빅이닝으로 가기까지의 과정은 잊은 채 시원 시원했던 결과물만 머릿속에 남아있는 듯하다.

4차전의 경우 두산은 2점을 먼저 잃었지만 유희관이 추가 실점 없이 잘 버텼다. 일단 1점부터 따라가는 야구가 필요했다. 하지만 두산은 다득점을 미리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3차전이고 4차전이고 7, 8회가 돼서야 따라붙는 장면이 나왔다. 선발투수를 간신히 교체시켰지만 2이닝 정도는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KIA 불펜도 충분히 견뎌낼 만하다. 같은 찬스가 6회 정도에만 나왔어도 경기 후반의 양상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큰 경기이고 또 좋은 투수들이 나올수록 나보다는 다음 타자를 믿어야 한다. 그런 희생과 연결, 끈질김이 쌓여 빅이닝도 만들어지는 것이다. 처음부터 좋은 타격, 강력한 타구만을 노리면 오히려 흐름이 끊기고 만다. 투수를 괴롭히는 것부터가 좋은 공격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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